<분노 이야기 12> 해결되지 않은 분노가 삶에 끼치는 영향
일반적으로 분노를 제거하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지 분노를 건강하게 다루지 않은 채로 그대로 두면 분노는 증오심, 원망, 적의, 원한, 쓴 뿌리 마음 등과 같이 더 강력한 부정적 감정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분노의 뿌리를 제거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분노가 드러나지 않게 통제할 수 있지만 결국 쓴 뿌리에서는 싹이 나서 쓴 뿌리의 열매를 맺게 되어 있습니다.
분노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마음에 담아두면 분노의 독소가 우리 마음을 채우게 되어 비슷한 종류의 다른 작은 일에도 폭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상태가 됩니다. 게다가 분노의 정도가 너무 크면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함으로써 분노를 효과적으로 건강하게 다루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특히 극단적인 분노와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으면 그로 인한 심리적인 상태 때문에 자신에게 분노를 가져다 주지 않은 다른 사람들의 동기나 행동조차 쉽게 오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분노를 억누른 상태로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분노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노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숨어 있는 분노는 우리의 신체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감정과 행동에도 영향을 줍니다. 분노가 삶에 미치는 영향들을 세분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정신적 영향: 분노를 마음 속에 쌓아두면 분노의 지배를 받는 삶을 살게 됩니다. 일어났던 불쾌한 일과 항의하고 싶은 말이 지속적으로 머리속에서 맴돌기 때문에 다른 일들을 할 때 집중력이 약화되고 정신적으로 늘 피곤에 지쳐 있기 쉽습니다. 또는 분노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죄책감이나 자기비난 등으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특별한 이유 없이 피곤하고 활력이 없는 경우에는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는 분노 혹은 해결되지 않은 다른 부정적 감정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2) 정서적 영향: 분노가 마음에 있으면 삶의 여러 영역에서 즐거움과 만족감이 감소됩니다. 분노 전에 생겼던 억울한 마음, 슬픔, 염려, 두려움, 외로움, 낙심, 우울 등의 감정이 계속될 뿐 아니라 분노와 함께 증오심, 적의감, 원한, 쓴 뿌리 마음 등이 마음을 지배하면서 장기 우울증에 빠질 수 있습니다. 때로 작은 일에도 짜증을 내거나 염려에 빠지기도 하며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정서적으로 무감각한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강력한 분노는 긍정적인 감정들을 압도하여 분노를 느끼는 당사자에게 정서적인 황폐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3) 신체적 영향: 분노가 신체적 건강에 끼치는 영향들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들이 수행되었는데 그 연구들에 의하면 분노로부터 생성된 스트레스는 고혈압, 뇌졸중, 심장병, 위장병, 편두통, 허리 통증, 암의 발병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불면증이나 기타 만성질환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런 질병들이 다 분노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분노는 이런 질병들을 촉발시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4) 사회적 영향: 분노를 건강하게 해결하지 않고 마음에 품고 있으면 자신에게 피해를 입힌 사람과의 관계 뿐 아니라 일반적인 대인관계도 나빠질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피해로 인한 충격 때문에 사람들에 대한 일반적인 신뢰감이 무너지게 되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도 소극적이거나 비관적이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분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다른 사람들에게 분노의 독소를 내뿜을 가능성이 있고 심하면 반사회적 행동이나 약한 사람들을 학대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5) 영적 영향: 분노하게 되면 자신에게 부당한 일을 행하고 해를 입힌 사람을 정죄하고 미워하게 되기 쉽고 그 사람에 대한 원한이나 쓴 뿌리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그 사람에 대해 험담을 하기 쉽습니다. 이런 일들은 주변에 분노와 증오심을 재생산하게 되고 특히 신앙공동체 내에서 그런 일이 생기면 공동체에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에베소서 4장 26-27절은 분노를 마음에 품고 있으면 사탄이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분노는 미움, 적개심, 원한 등의 적대적 감정으 발전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러게 되면 성령의 인도를 따라 살지 못하게 됩니다.
마태복음 6장에서 예수님께서는 제단에 예물을 드리다가 형제에게 원망 들을만한 일이 생각나거든 가서 형제와 먼저 화목한 후에 예물을 드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으로 미루어 하나님께서는 형제들 사이에 원망하는 마음을 지닌 채 하나님께 예배하는 것을 기뻐하시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누구이든지 마음에 원망을 품고 하나님께 기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하나님께서는 형제 간의 문제를 먼저 해결한 후에 예배하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형제와 화목하지 않은 채 분노를 품고 지내면 상대방과의 관계가 단절될 뿐 아니라 결국 하나님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이런 여러가지 부정적인 영향들을 볼 때 분노를 품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아울러 공동체 안에서 쓴 뿌리가 싹을 내고 구성원들을 오염시키게 되면 공동체 전체의 영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한 사람의 분노는 그 한 사람에게 머물러 있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확산시키게 됩니다. 그러므로 분노는 한 개인 뿐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한 공동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법으로 적절하게 다루어져야 합니다.
박진경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객원교수, Family Alive 대표, 홈페이지: www.familyalive.ca, 이메일: familyalive202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