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총용량의 법칙
얼마 전에 지인으로부터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다. 표현이 조금 거시기하지만 이른바 “지랄 총용량의 법칙”이다. 사람에게는 각자의 지랄 용량이 있는데, 어떤 사람은 어릴 적에 지랄 부리고 어떤 사람은 나이 들어서 부린다고 한다. 필자는 “지랄 총용량의 법칙”이란 어원을 찾아보았다. 경북대 김두식 교수가 쓴 <불편해도 괜찮아>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었다. 사실 김 교수도 사춘기에 들어간 딸 때문에 고민하다가 지인에게 고민을 털어 놓았다. 그때 지인에게, “사람에게는 평생 써야 할 지랄총용량이 있는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받았다. 학창 시절에 문제아로 찍혀 학교에서 요주의 인물로 지탄을 받았던 사람이 자라서는 잘 사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얌전하고 모범 학생으로 손꼽혔던 친구가, 자라서는 성질부리고 사람들에게 못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 각종 지수가 유행이다. 행복지수, 감성지수, 짜증 지수, 지랄 지수, 한계 지수, 역경 지수, 감사 지수 등. 나의 행복지수는 얼마나 될까? 궁금하기도 하다. 사실 행복지수가 낮은 사람일수록 짜증 지수나 지랄 지수가 높은 편이다. 더 쉽게 말하자면 불평을 많이 하거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우 훨씬 높게 나타난다. 물론 흙수저보다, 금수저 출신들의 평균 행복지수가 높기는 하다. 그러나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보다 항상 행복하지는 않다.
원래 “지랄하다”는 욕이다. 지랄병은 뇌전증이다. 지랄의 사전적 의미는 “마구 법석을 떨거나 분별없는 행동을 한다”이다. 뇌전증의 증세는 대체로 눈을 허옇게 뒤집으며 입에 거품을 물고 온몸에 경련을 일으킨다. 요즘 사리 분별하지 못하고 날뛰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묻지 마! 살인도 지랄병(정신의학계에서는 정신이상자로 분류하겠지만)에서 기인한다. 최근 라스베이거스의 총기 난동 사건이나 히틀러의 유대인 혐오로 인해 600만 명을 학살한 사건도 그 원인을 지랄병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이나 기계나 모두 그 용량이 초과하거나 부족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때로는 불량품이 나온다. 때로는 약을 과용할 경우도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게 될 수도 있다. 필자도 최근 처방 받은 약을 잘못 먹어 고생한 경험이 있다. 12일 치 약을 2일 만에 먹어 버린 것이다. 어찌 그런 실수를… 용량이 초과하면 빵 터지는 법이다. 위험해진다. 몸에 좋은 꿀이든 밥이든, 적재 트럭이든 용량이 초과하게 되면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완벽한 존재로 태어나지 않았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여도 동물들과 비교 시 생존에서 훨씬 불리하다. 사자나 호랑이에 비해 걸음도 느리고 발톱도 예리하지 않다. 거기에다 어린아이는 어느 정도 연령이 되기까지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도 없다. 오랜 시간 누군가 대신 돌봐주어야 한다. 인풋이 없으면 아웃풋도 없다. 이왕이면 좋은 것으로 채우자.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러운 게 아니고 사람의 입 밖에서 나가는 것이 더럽다고 했다. 감사와 사랑의 언어로 가득 채우자. 탐욕과 정욕 대신에 말이다.
주어진 하루하루의 삶의 현장에서 감사하고 또 감사하자. 행복은 사실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다. 아파도 슬퍼도 힘들어도 짜증이 나도 분노가 나도 …. 적당히 넘어가자. 지랄해도 적당히 하자. 선을 넘지 않는다면 때로는 지랄도 그냥 애교로 봐줄 만도 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더 조심하자. 친한 관계일수록 함부로 하지 말자. 어떤 이는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 ‘차라리 그때마다 터트려 주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다.
사춘기와 사춘기에 때로는 지랄 지수가 높아지고 상대방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현재 지랄 용량을 얼마나 많이 사용해 왔는지 점검해 보자. 어릴 적 거의 다 사용해 버린 사람은 걱정이 덜 되지만, 지금까지 크게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시한폭탄처럼 한꺼번에 뻥 터뜨릴 수도 있다. 사실 평소 인생을 잘 살아온 사람은 지랄 용량에 크게 좌우될 필요도 없다. 지랄 지수니 짜증 지수와도 거리가 멀 수도 있다. 핑계도 하지 말고 남 탓도 하지 말자. 아무리 훌륭한 만찬도 적당히 먹어야 체하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인생은 정도를 걸어야 한다. 나를 지으시고 나의 모든 것 되시는 그분과 함께.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남은 생애 더욱 감사하며 살아가야겠다. 지랄 용량은 길바닥에 다 쏟아버리고.
인암 이진종 <시인/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