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가 문을 열고, 지역교회가 선교의 주체가 되다. 토론토 함께하는교회와 프린스알버트 지역교회, 사스캐처원 북부 크리족 마을에서 VBS 협력 사역
토론토 함께하는교회(노득희 목사) 12명의 선교팀과 사스캐처원 프린스알버트의 Bethel Christian Fellowship이 협력하여 지난 8월 10일(월)부터 14일(금)까지 사스캐처원 북부 디셈볼트 레이크(Deschambault Lake) 크리족 마을에서 어린이 여름성경학교(VBS)를 진행했다.
이번 사역은 단순한 단기선교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난 수년간 이어져 온 지역사회와의 신뢰 관계, 원주민 마을 학교 및 리더십과의 협력, 그리고 프린스알버트 지역교회가 점차 선교적 교회로 변화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 사역이기 때문이다.
김창섭 선교사는 지난 5년여 동안 디셈볼트 레이크 초등학교와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왔다. 매년 성탄절이 되면 선물을 준비해 학교를 찾아가 아이들을 격려했고, 학교 관계자들과 꾸준히 신뢰를 쌓아왔다.
이런 관계의 열매로 지난해부터 학교 건물에서 여름성경학교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지난해 성탄절 방문 때에는 학교 교장이 먼저 “내년 여름에도 다시 성경학교를 하러 올 수 있느냐”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 선교사는 “학교 문이 어느 날 갑자기 열린 것이 아니라, 수년 동안 아이들과 학교를 존중하며 관계를 이어온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원주민 공동체 사역에서는 프로그램보다 관계가 먼저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VBS에도 마을 리더십과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이어졌다. Band Office를 대표하는 지역 지도자가 직접 찾아와 선교팀을 격려했고, 마을 주민들은 Facebook을 통해 서로 VBS 소식을 공유하며 아이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부모와 조부모들도 아이들을 보내고 이동을 도왔으며, 지역 Elder들은 선교팀을 환영하고 음식과 격려를 나누었다.
VBS 둘째 날에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도 있었다. 학교 측은 전기공사로 인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늦게까지 정전이 예정되어 있음을 미리 알려왔고, 학교와 선교팀은 함께 대책을 논의했다. 결국 오후 1시로 예정되어 있던 프로그램을 오후 5시로 변경하기로 했다.
시간이 크게 바뀌면서 아이들이 얼마나 다시 올 수 있을지 염려했지만, 오히려 더 많은 아이들이 찾아왔다. 첫날 28명의 아이들이 참여한 데 이어, 시간 변경이 있었던 날에는 34명이 참여했고, 마지막 날에는 42명의 아이들이 학교를 찾았다. 3일 동안 한 번이라도 VBS에 참여한 어린이는 약 52명에 이르렀다.
김 선교사는 그러나 “이 숫자를 성과로 강조하고 싶지는 않다”며 “중요한 것은 그 아이들이 우리에게 사역의 대상이나 통계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만나고 사랑하도록 맡겨 주신 한 사람 한 사람이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사역을 마친 뒤 한 지역 Elder가 전한 말도 선교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팀이 오기 전에는 마을 분위기가 많이 무겁고 어둡게 느껴졌는데, VBS가 시작되고 아이들이 모이면서 마을이 밝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마치 여러분이 빛을 가지고 온 것 같았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 선교사는 이에 대해 “우리가 그 마을에 빛을 처음 가지고 간 것은 아니다. 참빛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가기 전부터 이미 그곳에서 일하고 계셨다”며 “다만 하나님께서 우리의 노래와 웃음, 기도와 섬김을 통해 그분의 빛을 잠시 더 분명히 드러내도록 사용해 주셨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 사역의 또 다른 중요한 의미는 외부 선교팀과 현지 지역교회의 협력이다. 김 선교사는 프린스알버트에서 지난 5년여 동안 한 지역교회와 꾸준히 관계를 맺으며 함께 사역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부터 이 교회 안에서 원주민 마을 선교에 직접 참여하는 선교팀이 세워지기 시작했고, 올해에는 두 차례에 걸쳐 디셈볼트 레이크에서 VBS를 진행할 수 있을 만큼 참여의 폭이 넓어졌다.
그동안 한인 선교사들의 원주민 사역은 한국이나 캐나다 대도시의 한인교회를 중심으로 인적·재정적 자원을 동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김 선교사가 사역하는 프린스알버트 지역에는 규모 있는 한인교회가 없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김 선교사는 현지 지역교회와 장기적인 관계를 맺고, 그 교회가 지역의 원주민 공동체를 자신의 선교 현장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고 사역해 왔다.
그 결과 지역교회는 단순히 선교사를 후원하는 교회가 아니라, 직접 선교에 참여하는 교회로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
김 선교사는 이를 선교사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선교사가 모든 사역을 직접 하고 외부에서 계속 사람과 재정을 끌어오는 것만이 선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속한 지역교회가 하나님의 선교를 발견하고, 직접 참여하고, 선교적 교회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도 선교사의 중요한 사명입니다.”
그는 특히 원주민 공동체와 가까운 지역교회가 원주민 선교에 눈을 뜨는 것이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부에서 오는 단기팀은 큰 도움과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지만,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가까운 지역에 있는 교회와 성도들이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역은 그런 의미에서 세 주체의 협력이 잘 어우러진 사례였다. 토론토 함께하는교회는 12명의 선교팀을 보내 장거리 이동과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섬겼고, 프린스알버트의 Bethel Christian Fellowship은 현지 상황을 이해하며 사역을 연결하고 함께 참여했다. 그리고 디셈볼트 레이크 학교와 마을 리더십, 주민들은 장소를 열고 아이들의 참여를 독려하며 선교팀을 환영했다.
즉, 외부 선교팀이 일방적으로 들어가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수년간의 관계를 바탕으로 여러 공동체가 함께 참여한 사역이었다.
김 선교사는 이러한 방식의 선교를 “하나님께서 이미 일하고 계시는 곳을 발견하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그 일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선교는 우리가 하나님을 없는 곳에 데려가는 일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이미 일하고 계시는 곳을 발견하고, 그분이 열어 주신 관계 속으로 겸손히 들어가는 것입니다.”
사역을 마친 후 선교팀은 사용한 학교 건물을 정리하고 청소한 뒤 마을을 떠났다. 토론토 팀은 다시 약 500km를 이동해 사스카툰 공항으로 향했고, 긴 여정을 마치고 토론토로 돌아갔다.
그러나 김 선교사는 팀이 떠나는 순간에도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기억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떠났지만 주님은 그곳을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가 가기 전에도 그 마을에서 일하고 계셨고, 우리가 있는 동안에도 일하셨으며, 우리가 떠난 뒤에도 아이들과 가정들 가운데 구원과 치유와 회복의 일을 계속 이루어 가실 것입니다.”
이번 디셈볼트 레이크 VBS는 단기선교의 한 행사를 넘어, **장기적인 관계가 어떻게 선교의 문을 열 수 있는지, 지역교회가 어떻게 선교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지, 그리고 외부교회와 현지교회, 지역사회가 어떻게 서로 협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 사역이었다.
김 선교사는 “토론토 함께하는교회와 노득희 목사님, 그리고 12명의 선교팀이 먼 길을 찾아와 기쁨으로 섬겨 준 것에 깊이 감사한다”며 “앞으로도 외부교회가 현지교회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교회와 함께 걸으며 그 교회가 더욱 선교적인 공동체로 성장하도록 돕는 협력이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선교의 열매는 한 번의 프로그램만으로 측정할 수 없습니다. 관계가 깊어지고, 교회가 선교에 눈을 뜨고, 지역사회가 마음을 열며, 그 가운데 그리스도의 사랑이 계속 이어지는 것—그것이 우리가 기대하는 더 긴 선교의 열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