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음이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밴쿠버밀알선교단 설립 25주년을 맞아
“감사합니다!” 밴쿠버밀알선교단이 올해 8월 9일로 설립 25주년을 맞았습니다. 공식 설립 이전의 활동까지 포함해 돌아보니, 지나온 모든 걸음이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장애인을 사랑하시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원하시는 은혜, 장애인을 교회 안에 품게 하시고 그들과 함께 교회를 새롭게 하시는 은혜였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이 글을 쓰는 제 마음에 요한계시록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우리 주 하나님이여 영광과 존귀와 권능을 받으시는 것이 합당하오니”(계 4:11), “죽임을 당하신 어린양은 능력과 부와 지혜와 힘과 존귀와 영광과 찬송을 받으시기에 합당하도다”(계 5:12). 모든 영광은 하나님께 있습니다. 아울러 장애인선교에 마음을 열고 밴쿠버밀알선교단의 손을 잡아주신 한 분 한 분과 지역교회, 교민사회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2002년, 저는 다음 사역지를 위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기도를 시작한 지 약 두 주가 지난 어느 날 새벽, 응답을 받았습니다. “이사야 42장 5절!” 너무도 분명한 음성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의 응답은 그전에도 없었고, 그 후 지금까지도 없었습니다. 생생한 음성에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킨 저는 머리맡의 성경을 급히 찾아 읽었습니다.
“하늘을 창조하여 펴시고 땅과 그 소산을 내시며 땅 위의 백성에게 호흡을 주시며 땅에 행하는 자에게 영을 주시는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되 나 여호와가 의로 너를 불렀은즉 내가 네 손을 잡아 너를 보호하며 너를 세워 백성의 언약과 이방의 빛이 되게 하리니 네가 눈먼 자들의 눈을 밝히며 갇힌 자를 감옥에서 이끌어 내며 흑암에 앉은 자를 감방에서 나오게 하리라 나는 여호와이니 이는 내 이름이라 나는 내 영광을 다른 자에게, 내 찬송을 우상에게 주지 아니하리라 보라 전에 예언한 일이 이미 이루어졌느니라 이제 내가 새 일을 알리노라 그 일이 시작되기 전에라도 너희에게 이르노라.”(사 42:5-9)
무언가 징조가 있는 듯한 응답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말씀이 무엇을 뜻하는지, 어느 사역으로 인도하신다는 것인지 당시에는 알지 못했습니다. 대신 하나님께서는 제 앞에 한 사역의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저는 그것을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받아들이며 사역을 시작했고, 하나님께 한 가지 기도의 약속을 드렸습니다. 이후 그 약속을 다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다시 다음 사역지를 두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봄 어느 날, 세계밀알연합(World Milal Association)으로부터 밴쿠버밀알선교단의 제2대 단장으로 섬겨 달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밴쿠버밀알선교단은 2001년 공식 설립되었으나, 초대 단장님이 약 1년간 사역한 뒤 사임하셨고 이후 약 3년 동안 후임 단장이 정해지지 않아 사역이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전화를 받는 순간 두 가지가 떠올랐습니다. 하나는 약 3년 전에 받은 응답의 말씀이었고, 다른 하나는 사역이 중단된 데 대한 안타까움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러면 내가 하지!’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틀쯤 기도한 뒤 아내와 의논했습니다. 아내는 두 가지를 물었습니다.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까?” “이 일을 하고 싶습니까?” 제 대답을 들은 아내는 동의해주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었기에 외국에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고, 어떤 환상도 없었습니다. 저는 세계밀알연합의 부름에 응답하며 한 가지 중요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내 목회 인생의 후반전은 밀알선교사로서 마치겠다.’ 그렇게 밴쿠버에 온 날이 2006년 2월 20일이니, 개인적으로도 올해가 밀알사역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난 20여 년을 돌아보면, 이 사역은 하나님께서 친히 이끌어오신 사역이었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습니다. 수많은 봉사자와 후원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손을 내밀어주신 많은 분이 계셨습니다. 특히 제 아내와 세 딸은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이 사역에 함께해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이의 마음을 움직이시고, 함께 섬기도록 인도하시며, 필요한 때마다 필요한 도움을 보내주신 분은 하나님이셨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글을 쓰며 지난날을 회고하니, 밀알사역을 시작하면서 드렸던 두 가지 기도가 생각납니다. 첫 번째는 밀알사역을 하기로 결정한 뒤 한국에서 드린 기도입니다. “하나님, 저의 사역을 통해 장애인이 치유받고 회복되게 해주십시오.” 그렇게 계속 기도하던 어느 날, 제 마음에 이런 생각이 찾아왔습니다.
‘네가 장애인 열 명을 만났다고 하자. 하나님이 그중 다섯 명을 고쳐주신다고 하자. 그들은 너무나 기뻐하고 감사하겠지. 그런데 다른 다섯 명은 어떻게 하겠느냐? 그들은 ‘나는 하나님께서도 버리셨나? 하나님도 나를 사랑하지 않으시는가?’라고 생각하지 않겠느냐? 그런 이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
그 후 제 기도는 바뀌었습니다. “하나님, 저의 사역을 통해 그런 기적과 능력이 나타나지 않아도 좋습니다. 하나님이 사랑하신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해주십시오. 장애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도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받는 사람임을 알게 하는 사역을 하게 해주십시오. 하나님이 장애인을 사랑하신다는 그 마음을 나누는 사역을 하게 해주십시오.”
두 번째는 밴쿠버에 도착해 인수인계를 받은 뒤 드린 기도입니다. “하나님, 이 일이 제 일입니까? 하나님의 일입니다. 하나님이 많이 주시면 많이 하고, 적게 주시면 적게 하고, 아무것도 주시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바닥입니다. 빚까지 넘겨받았는데 여기서 더 내려갈 일이 있겠습니까?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빚질 일도 없을 테니, 이제는 올라갈 일만 남은 것 아니겠습니까?” 길을 걸으면서도, 운전하면서도 이렇게 기도하곤 했습니다. 요즘까지도 종종 같은 기도를 드립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어려움이 적지 않았습니다. 자원봉사자가 많을 때도, 적을 때도 있었습니다. 해마다 재정적인 어려움을 안고 사역해왔습니다. 사실 단장으로서는 늘 어려웠습니다. 그런데도 하나님께서는 놀랍게 일하시며, 이 일이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임을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지난 20여 년 동안 자원하는 봉사자들을 끊임없이 보내주셔서 밀알사역이 계속되게 하셨습니다. 재정적으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분들을 통해 채워주셨습니다. 사람이든 재정이든 넉넉했던 적은 없었지만, 장애인선교사역이 멈추지 않고 이어지게 하셨습니다. 봉사자, 곧 밀알러들은 어느 정도 밀알을 경험하고 나면 이렇게 말합니다. “목사님, 밀알은 정말 하나님이 하시는 것 같아요! 밀알은 정말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고 나누는 곳이에요!” 그런 고백을 듣고 사역의 열매를 볼 때면, 하나님께서 제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이 일은 내가 기뻐하는 일이다.
나는 장애인을 사랑한다.
장애인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을 구원하는 일은 내가 기뻐하는 일이다.
그러니 염려하지 말고 네게 맡겨진 일을 계속하거라.
장애인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을 돕고, 그들과 함께하는 일에 힘쓰거라.
지나온 25년을 돌아보면 자연스럽게 앞으로 걸어갈 25년을 생각하게 됩니다. 앞으로의 25년이 지난 25년보다 더 넉넉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장애인선교를 기뻐하시고 계속 함께하실 것입니다. 장애인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장애인도 예수님을 믿어 구원받게 하시는 하나님의 뜻은 변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앞으로의 25년에는 지난 25년 동안 뿌리고 가꾸어온 씨앗과 새싹들이 자라 열매 맺기를 기대합니다. 비록 그 수확은 다른 이들이 거두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시 126:5) 주님의 말씀처럼 될 것을 믿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제가 기대하는 중요한 열매 하나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역대의 봉사자, 곧 밀알러들이 서로 연대하는 일입니다. 밀알러들은 밀알사역의 현장에 있었고,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과 장애인 친구들의 삶을 기억하는 ‘밀알의 역사’입니다. 함께 기도하고 수고의 눈물과 땀을 흘리며 함께 성장한 사람들입니다. 밴쿠버의 밀알러 한 사람 한 사람은 그 자체로 존귀합니다. 이들이 서로 연결될수록 서로의 빛은 더욱 밝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연대는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될 것입니다. 이 축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설레게 하고 즐겁게 합니다.
다시 한번 모든 분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역대의 밀알러들과, 자녀들을 잘 키워 밀알 봉사자로 보내주신 부모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세월 동안 밀알의 장애인선교사역을 후원해주신 후원자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리며, 하시는 일과 자녀들 위에 하나님의 복이 함께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동행해주신 밴쿠버의 모든 교회와 목회자 여러분, 그리고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신 교민사회의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삼위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모든 분 위에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주님의 사랑과 은혜 안에서,
이상현 목사(밴쿠버밀알선교단 단장 · 밀알선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