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면서…
에스와티니 기독의대 양승훈 총장
어제(10/9) 날짜로 저는 에스와티니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에스와티니 기독의대(EMCU) 총장 연임을 허가 한다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대학 이사회에서는 여러 달 전에 결정해서 교육부에 올렸지만 교육부에서 이제야 응답한 것입니다. 그간의 행태로 미루어 가만 두었다가는 교육부가 몇 주, 몇 달 뒤에 응답할지 모르기 때문에(2대 총장 때는 6개월을 기다렸다고 함) 어제 오전에 교무처장(Registrar), 재무책임자(Bursar)를 대동하고 교육부를 찾아가서 지도자들과 담판을 했습니다. 총장 연임 응답을 늦게 하면 학교 모든 운영이 중지된다고 협박을 하면서…. 그랬더니 오후에 바로 장관이 허가 서신을 보내온 것입니다. 정상적으로 행정이 이루어지는 나라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지요.
저는 지난 2021년 10월 4일부터 EMCU의 제3대 총장으로 부임해서 지난 10월 3일까지 3년간의 임기를 모두 마쳤습니다. 제4대 임기는 2027년 10월 3일까지입니다. 지난 3년간 EMCU에서 근무하면서 여러 고비들을 넘겨온 것을 생각하니 또 다음 3년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벌써부터 큰 부담이 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행하실 일들을 기대하면서 새로운 임기를 시작합니다.
EMCU는 2013년에 개교한 이래 2014년 말까지 1년 반 남짓하게 남아공 의사였던 분이 제1대 총장으로 근무했습니다. 그 분은 풀타임으로 근무한 것도 아니고 본인이 거주하는 케이프타운에서 에스와티니를 왔다갔다 하면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분이 사임한 후 1년 반동안 총장이 공석이다가 2016년 6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신대 총장을 역임했던 김인환 목사님이 제2대 총장으로 근무했습니다. 그후 2년 10개월동안 또 총장이 공석이다가 2021년 10월에 제가 부임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개교 후 제가 부임하기 전까지(2013-2021) 8년의 기간 동안 절반은 총장이 공석이었습니다. 총장만 없었던 것이 아니라 재무책임자도 없었습니다. 당연히 많은 재정적인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습니다.
제가 2021년부터 제3대 총장으로 부임해서 한 일은 별로 없고 다만 학교를 정상화 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입니다. EMCU를 대학답게, 기독교대학 답게, 의과대학 답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당연히 제가 보기에는 아직도 EMCU가 대학 답게, 기독교대학 답게, 의과대학 답게 되기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다만 제가 부임했을 때보다는 학사 운영, 행정적, 재정적 측면이 훨씬 더 안정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06년부터 기도해 오던 에스와티니 최초의 의과대학도 시작이 되었고, 제가 부임할 때 있었던 대학의 엄청난 부채도 해결이 되었고, 무너졌던 대학 채플의 재건축도 거의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이제 가장 어려운 일이 남아 있는데 그것은 교직원들을 설득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제가 어떻게 사람들을 바꾸겠습니까. 성령께서 역사하셔야 되지요.
기도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MCU가 에스와티니와 남부 아프리카의 기가 막힌 상황(대학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을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3년간, 제가 아프리카를 잘 몰라서 좌충우돌 했던 시행착오들을 반복하지 않고, 끝까지 사람들을 인내하면서(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과 잘못된 전통, 관행들을 인내하는 것이 정말 어렵습니다) 이 중책을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