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반기 인생, 난 무엇을 남길 것인가?
흔히들 유산상속 미리 하면, 평생 자식들 눈치를 보면 산다고 한다. 성경에도 탕자의 비유에서, 둘째 아들이 미리 상속을 요청하는 예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남길 것인가”이다. 사람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예외는 없다. 성경에 의하면 흙으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 영적인 존재다. 다만, 생각하는 동물이기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무엇을 남기고 죽느냐의 차이다.
혹자는 가난과 어려운 가운데 태어나 부모를 원망하거나 사회 탓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그렇게 태어났다 할지라도 이후의 삶은 전적으로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다. 강영우 박사도 축구공에 맞아 후천적으로 앞을 보지 못했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시각장애인이었음에도 박사학위까지 취득했을뿐더러 미국 백악관 교육 보좌관으로 일했다. 또한 자신을 돌봐준 여성과 결혼하여 두 아들을 두었는데, 그들 역시 의사와 변호사가 되었다.
캐나다에서 매년 “자랑스러운 영웅” 관련 설문조사를 한다. 매년 상위 10위에 뽑히는 사람이 있다. 테리 팍스다. 그는 18세에 골육 암에 걸렸다. 22세에 사망 직전까지 달렸다. 143일, 5,373km, 2천4백만달러(1981년 당시 캐나다 총인구) 모금 목표로 잡았는데, 달성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각 지역에 테리 팍스 기념 동상이 세워져 있고, 매년 초등학교에서도 “테리 팍스 달리기”을 통해 암 환자들을 위한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 문제를 바라본 사람은 늘 남 탓만 하게 마련이다. 결국 바른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몇 년 전에 캐나다 유명 잡지에서 캐나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20명을 뽑았는데, 그중 연아 마틴 상원의원과 더불어 그보다 인지도가 낮은 후정 존스 케네디가 뽑혔다. 마틴 상원의원은 한국계 최초 상원의원이다. 주류사회에는 인종차별이 있고,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그 벽을 뛰어넘었다. 생각하는 힘이다. 리더도 다 다르다. 자신의 크기만큼 말하고 행동하며 살게 되어 있다.
후정 존스 여사는 온타리오주에 살지만 캐나다와 미국 정부에서 훈장을 많이 받았다. 지금도 연방정부(이민국) 판사직을 종신직으로 갖고 있으며, 남편과 아버지, 조부까지도 군인 출신이다. 지금도 여성의 몸으로 매년 육이오 참전용사들을 위해 초청을 위한 모금 활동은 물론 만찬을 베풀고 있다. 캐나다 각 지역에 가평 전투 승전기념비를 세우기 위해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에, 미시사가 웰링턴, 그리고 앨버타 밴프 지역) 고군분투했다. 인터뷰를 통하여, 지역사회의 협조를 구했지만, 다른 행사가 겹쳐 아무런 협조를 받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파크 캐나다의 허가를 먼저 받아야 했고 시 당국과의 협조, 베테란 지역 모임인 리전과의 협력(장소), 기념비를 가져오기 위한 가평군과의 협력 등 수많은 난제가 많았지만 홀로 다 이루어냈다. 대단한 인물이다.
앨버타주에서는 2023년 주정부에서 8월을 한국 문화유산의 달로 선포했다. 엊그제 연방정부에서도 10월을 한국 문화유산의 달로 상원 의회에서 통과되어 선포식을 가졌다. 필자는 그 자리에도 참석했다.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 정작 그 역할을 해낸 연아 마틴 상원의원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함께 만찬에 참석하여 연아 마틴 상원의원은 물론 후정존스 케네디, 육이오 참전용사들, 샌디(노쓰 테리토리주에서 주에서 한국 최초 주 장관 역임한 여성), 부시장, 판사 등과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케네디는 “내가 나라에 어떤 권리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라고 말했다.
드라마 “상도”에서도 진짜 상인은 이윤(돈)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긴다고 했다. 이 가을에 후반기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 생각해 보자. 나만을 위한 편협된 삶에서 벗어나자. 자녀와 한인 공동체 그리고 나의 조국을 위해 문화유산, 영적인 유산 남겨보기를 기대해 본다.
이진종 (시인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