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십자가, 은혜의 회복”… 제45차 미주한인침례교회 정기총회 성료
■ 셋째 날(목) 오전: “고통을 함께 지고 가는 십자가”, 총회장의 말씀 선포
셋째 날 오전예배는 카리스워십의 찬양과 뉴네이션교회 최승환 목사의 대표기도, 미동중부침례교 원로목사중창단의 특송으로 이어졌다. 이태경 총회장은 책자에 안내된 본문을 마가복음 15장 21절로 바꿔 “고통을 함께 지고 가는 십자가”를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이 총회장은 억지로 예수의 십자가를 지게 된 구레네 시몬을 본문 삼아, 목회자들이 예기치 않게 짊어지는 무거운 짐이 당장은 부담이지만 결국 자신을 목회자로 다듬어 가는 복이 됨을 전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에 홀로 계시다 자주 넘어지셔서 3주 전 모셔온 99세 노모를 24시간 돌보느라 사모가 총회에 동행하지 못한 사정을 진솔하게 나누며, “예수님의 십자가를 져보지 아니하고는 예수님께서 왜 십자가를 지셨는가를 피부로 깨닫지 못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전 매복 일화를 들어, 목회자가 주님보다 앞서 발사 명령을 내리지 않고 주님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참아내는 것이 오히려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회장은 어린 시절 아픈 아버지를 위해 뱀을 잡다 다친 무릎의 흉터를 60년이 지난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목회자에게 예수님이 기억되는 십자가의 흔적이 있는지 물으며 “묵묵히 십자가를 지고 목회자의 길을 걸어갈 때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예수님 앞”이라고 격려했다.
■ 셋째 날(목): 회무, ‘은혜로운 회의법’으로 잡음 없이
오전예배에 이어 제45차 정기총회 회무가 속개됐다. 등록 인원으로 회원 점검을 갈음한 가운데, 이태경 총회장은 로버트 회의법(Robert’s Rules)과 교단의 ‘은혜로운 회의법'(이철 목사 저)에 근거해 회의를 진행한다고 안내했다. 회순 통과와 진행위원·자문위원 선정에 이어 각 부서 보고가 차례로 진행됐다.
총무 보고에서 강승수 총무는 비전 2027을 향한 사역들을 소개하며, 2월 일리노이 샴버그침례교회에서 열린 IMB 선교대회, 교회 개척 지원, 가이드스톤과 함께하는 은퇴연금 후원 확대(풀타임을 넘어 파트타임 부목사·여전도사까지 확대 예정), 교회 재활성화대회 등을 보고했다. 재정 보고에 나선 회계 유영근 목사는 협동선교비가 총회의 주 수입원이며 사무실에서의 검토, 정기 확인, 연 1회 감사 등 세 차례 필터링을 거쳐 투명하게 집행되고 있음을 설명했다. 강 총무는 특별헌금 보고를 통해 자녀들의 테마파크 방문을 위해 여러 단체가 지원한 사실과 점심 삼계탕(하림그룹, 박유수 목사 주선), 사모 화장품 세트(뉴송교회 방혜정 집사), 바비큐 저녁식사(월드비전) 후원에 감사를 전했다.
이어 상임위원회·실행위원회·법정이사회 보고와 해외선교부·국내선교부·교육부·목회부·영어목회부·여성교회분과·형제분과·신학분과 보고가 이어졌다. 교육부(부장 박요셉 목사)는 10월 ‘담장을 넘는 리더십’ 세미나와 2027년 자유교회·침례교 태동의 역사를 찾는 서유럽 순례 계획을 소개해 큰 관심을 모았다.
상정안 처리는 차례대로 이어졌다. 먼저 2026~2027 회계연도 예산안이 통과됐다. 협동선교헌금 수입은 올해 추세를 반영해 전년 33만 불에서 38만 불로 상향됐고, 정기총회 등록 수입은 6만 불에서 5만 불로 소폭 하향 조정됐다. 차량 구입이 마무리된 총회 차량비는 1만 5,000불에서 5,000불로 줄었고, 은퇴연금 보조비는 결산 추세를 반영해 6,000불에서 2만 불로 늘었다.
이어 실행위원회 신임 위원 인준안이 통과됐다. 신임 실행위원은 지방회 순번에 따라 캐나다지방회 윤재웅 목사(유빌리지), 남가주지방회 이준영 목사(원더풀커뮤니티), 텍사스북부지방회 권태복 목사(타일러한인침례), 버지니아지방회 김택수 목사(컬페퍼한인침례), 노스캐롤라이나지방회 민선식 목사(애쉬빌한인침례)다. 제46차 총회 선거관리위원회도 인준됐다. 선거위원장은 김태훈 목사, 2년 차는 김태훈·허병옥·방용택 목사, 신임 1년 차는 김광섭·최병환·이해원 목사다.
담임목사 정기 신임투표 제도 폐지 권고안도 통과됐다. 기획소위원장 김한섭 목사는 “교회의 주인은 목사도 평신도도 아닌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이라며, 주기적인 신임투표로 어려움을 겪는 교회들을 위해 최소한의 방패를 마련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권고안은 주기적·정기적 신임투표 제도가 성경적 원리와 남침례교회(SBC)의 교회 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고 소속 교회들에 폐지를 권고하되, 성경적 원칙에 따른 목회자 해임 절차와 건강하고 균형 있는 목회 평가 체계를 마련해 유지할 것을 제안하는 내용이다. 개교회주의 원칙에 따라 강제력은 없으나, 총회가 개교회를 돕는 차원의 권고임이 강조됐다.
헌법 및 규약 수정안 처리에서는 일부 대의원의 수정 동의와 토론이 오갔다. 한 대의원은 전문(前文)의 “신약 성경이 제시하는 신앙과 행습” 표현에서 ‘신약’을 빼자는 수정 동의를, 또 다른 대의원은 정기총회의 최고 의결기구 규정에 회원 교회의 자치권을 명시하자는 수정 동의를 제출했다. 그러나 침례교회가 본래 신약 교회(New Testament Church)라는 정체성을 지니며 침례신앙고백서(Baptist Faith and Message)에도 그 내용이 거듭 담겨 있다는 점, 그리고 회원 교회의 자치권 등은 이미 서약(誓約)에 명시되어 전체 헌법을 지배한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규칙 발언이 받아들여져 두 수정 동의는 더 진행되지 않고 원안대로 표결에 부쳐졌다.
2026년 헌법 수정안의 주요 내용은 폭넓었다. 회원 교회 자격을 교인 수가 아닌 협동선교비(1,200불 미만 2명, 이후 600불마다 1명 추가, 최대 5명) 기준으로 바꾸고, 가입 절차를 지방회를 통하도록 명문화했다. 임원 관련해서는 제2부총회장을 차기 총회 개최 지방회에서 추천하도록 신설하고 임원 겸직 금지 조항을 두었으며, 총무 정년(67세) 규정을 신설하되 현 총무에게는 기존 규약을 적용하도록 했다. 또 상임위원회를 운영위원회로, 법정이사회를 재산관리위원회로, 분과위원회를 분과로 명칭을 변경하고, 선거관리위원회·재산관리위원회를 독립 장으로 신설했다. 회계연도는 기존 5월 1일~4월 30일에서 4월 1일~3월 31일로 바뀌며, 규약 개정 정족수는 종전 3분의 2에서 출석 대의원 과반으로 완화됐다(헌법 개정은 3분의 2 유지). 이 밖에 정기총회 취소 시 임원 임기 1년 자동 연장, 임시총회 개회 요건, 포상·징계·자격 상실 규정 등이 정비됐다. 이태경 총회장은 지난 1년간 각 지방회장 카톡방과 줌 모임, 비교 자료·PPT·영상 배포 등 헌법수정특별위원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절차를 거쳤음을 설명했고, 거수 표결 결과 참석 대의원 192명 가운데 단 1명만 반대해 3분의 2(128명)를 크게 넘기며 가결됐다. 부서별 신임 이사진 인준안도 함께 통과됐다.[▲국내선교부: 윤현우 목사(앵커리지제일한인침례, AK), ▲해외선교부: 없음, ▲교육부: 김연재 목사(다리놓는, TN), 박용기 목사(후레스노한인침례, CA), 여환종 목사(모빌인터내셔널, AL) ▲목회부: 이정환 목사(라스베가스커뮤니티, NV), 전동훈 목사(RTP지구촌, NC) ▲영어목회부: 박원철 목사(멤피스한인침례, TN), 이상헌 목사(아틀란타늘사랑, GA), 서종학 목사(파사데나주님의, CA)]
회무의 백미는 임원 선출이었다. 새 헌법에 근거한 무기명 비밀투표 결과, 총회장 후보 김은복 목사(키스톤한인침례교회, FL)가 총 투표 178표 중 찬성 140표로 제45차 총회장에 당선됐다. 김 신임 총회장은 “에베소서 4장의 말씀처럼 겸손과 사랑으로 총회를 섬기겠다”며 “젊고 열악한 목회자와 교회를 직접 찾아가 힘을 드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1부총회장에는 정승룡 목사(리치몬드침례교회)가 총 180표 중 찬성 175표로 당선됐고, 제2부총회장에는 차기 총회 개최지인 북가주지방회가 추천한 뉴네이션교회 최승환 목사, 감사에는 샴버그침례교회 김광섭 목사가 인준됐다. 제46차 정기총회는 2027년 6월 21일(월)부터 24일(목)까지 북가주 산호세(San Jose)에서 북가주지방회 주관으로 하는 것이 상정·통과됐다.
■ 셋째 날(목) 저녁: “다시, 주님의 은혜 앞에”와 달라진 청소년축제
마지막 밤 저녁부흥회는 저먼타운침례교회 윤원상 목사의 대표기도와 애틀란타늘사랑교회 이상헌 목사의 강사소개로 시작됐다. 올랜도 지역 연합성가대(지휘 김미경, 반주 이광호)의 특송에 이어, 대전 늘사랑교회 송호철 목사가 요한복음 21장 1~14절을 본문으로 “다시, 주님의 은혜 앞에”를 전했다.
미국 목회 시절 공황장애를 겪을 만큼 힘든 시간을 지났다고 고백한 송 목사는, “힘들 때는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던 선배 목사의 권면을 붙들고 폭풍의 한가운데서 도리어 평안을 경험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부활하신 예수님이 갈릴리로 돌아간 베드로를 찾아오신 본문을 통해 은혜·사명·사랑의 회복을 차례로 풀어냈다.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네가 지금 나를 사랑하느냐”고 현재형으로 물으셨음을 강조하며, “우리의 정체성은 내가 주님을 얼마나 사랑했는가가 아니라, 주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은혜에 있다”고 역설했다. 송 목사는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척박한 선교 현장을 끝까지 지키는 파송 선교사 가정의 이야기를 나눴고, 미국 목회 시절에 무기력했던 시기를 지나가던 어느 날에 코스트코에서 “목사님 힘내세요”라는 한 성도의 전화를 받고 카트를 붙잡고 울었던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아무리 힘들어도 그 사명과 사랑이 우리를 다시 주님 앞에 서게 한다”고 회중을 축복했다.
신임 총회장 김은복 목사의 축도에 앞서 강승수 총무는 준비위원장 김섭리 목사를 비롯해 총무 박영규 목사, 진행 이준호 목사, 올랜도중앙침례교회 김선국 목사, 교통분과와 음향·미디어(달라스 위성교회 강상일 목사·김유진 조사)를 섬긴 이들에게 일일이 감사를 전했다. 신임 총회장 김은복 목사는 “880여 총회 모든 교회와 산하기관에 주님의 은혜가 함께하시기를” 청원하며 축도로 모든 집회를 마무리했다.
이어진 청소년축제는 박레위 목사의 인도로 진행됐다. 국내선교부 이사장 송경원 목사와 총무 고명천 목사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으로 진학하는 35명(신청 34명)의 졸업생들에게 PK 장학금을 수여하고 기도로 축복했다. 계속해서 박레위 목사는 올해 행사를 발표회보다 ‘예배’에 무게를 두어 가족이 함께 모여 찬양하고 기도하는 시간으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저학년 아이들의 율동 발표와 유스의 찬양이 있은 후 가족 단위로 모여 자녀들은 부모를 위해, 부모는 자녀를 위해 기도하는 가족 기도회가 이어졌고, “우리는 누구의 아들·딸이기 이전에 하나님의 자녀(GK)”라는 고백 가운데 ‘Goodness of God’을 함께 부르며 사흘의 여정을 천국 잔치처럼 마쳤다.
■ 화요일 개막과 단축된 회무가 남긴 평가
이번 총회의 두드러진 시도는 화요일 개막이었다. 이는 주일 사역을 마친 목회자들이 곧바로 이동하는 부담을 덜고, 화요일 오전 SBC(남침례회) 본회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일정 조정이었다. 실제로 멀리서 와야 하는 목회자들이 촉박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다만 SBC 참여 독려라는 본래 취지는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다. 총회장으로 섬긴 이태경 목사는 총회를 마치며 “원래 취지는 SBC에 참석하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참석은 저조했습니다. 아마 장소가 올랜도여서 가족이 시간을 가졌거나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라며 “원래 취지에서는 벗어났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게라도 오셔서 쉬시거나 교제하는 것은 좋은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라고 평가했다. 화요일 개막 방식이 앞으로도 유지될지는 이러한 평가 속에서 총회 안팎의 관심으로 남게 됐다.
회무 역시 이번 총회의 또 다른 성과로 꼽힌다. 이견이 있는 사안에서도 분쟁으로 비화되지 않고 서로 배려하며, 예정보다 시간이 단축되어 폐회된 점은 참석자와 참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국침례교 군경선교회 이사장 최성균 목사는 이번 총회를 돌아보며 “마치 부흥회를 참석하고 난 느낌의 은혜로운 총회였다”며 “저녁마다 집회 스케줄을 기획한 것도 경탄스러운 일이고, 젊은 강사들의 등장은 신선했다”고 평했다. 그는 특히 “총회 회무 처리 시간에 약간 긴장하며 참관했는데, 의장의 군더더기 없는 매끄럽고 지혜로운 진행으로 잡음 하나 없이, 이견이 있더라도 분쟁으로 비화되지 않고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그것도 시간마저 단축되어 폐회되는 기막힌 현장을 체험한 것은 실로 커다란 감동이자 충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PK를 돌보는 스태프들 역시 PK였다는 점, 마지막 날 3세대가 함께 모인 가족 축제의 풍경을 언급하며 “선한 영향력이 대세를 이루는 아름다운 현장을 목격한 것은 엄청난 기쁨이었다”고 전했다.
“합당하게 행하라”는 주제처럼, 제45차 정기총회는 화려한 성취가 아니라 겸손과 섬김, 동행의 흔적으로 채워진 사흘이었다.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 위에 세워진 이 성총회의 은혜가 각자의 목회 현장으로 흩어진 동역자들의 삶 속에 오래 메아리치기를 바란다.
이번 총회를 통해 많은 은혜와 회복을 경험한 참석자들은 헌신적인 희생으로 섬겨준 플로리다한인교회협의회 동역자와 성도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내년 북가주에서의 재회를 기약했다.
기사 및 사진제공_미주침례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