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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돌아보면서… 에스와티니 기독의과대학 양승훈 총장

한 해를 돌아보면서… 

에스와티니 기독의과대학 양승훈 총장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저의 개인적인 삶에서는 역시 에스와티니에서 좌충우돌하면서 보낸 삶이 가장 큰 감사의 제목입니다. 많아 봐야 불과 10명 미만의 교직원들과 100명 미만의 학생들이 재학하는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 원장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학생 및 교직원들이 1천 명이 넘는 아프리카 영어권 대학, 그것도 물리학도인 사람이 의료전문대학인 에스와티니기독의대(Eswatini Medical Christian University, EMCU)의 총장을 하려다 보니 온갖 해프닝이 다 생겼습니다. 가장 힘든 일은 모국어도 아닌 영어로 수많은 교직원 회의를 인도하고, 학교 및 교회, 정부, 국회 등 각종 행사에서 영어 연설이나 설교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를 가까이 아시는 분들은 저의 영어가 얼마나 콩글리쉬인지 잘 아실 겁니다. 저는 이미 캐나다에서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겠다는 허황한 꿈은 버렸습니다. 부모님이 물려준 한국어 악센트를 버리고 버터 냄새가 나는 영어 발음을 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것을 일찌감치 간파한 것이지요. 문경 촌 사람이 원어민 영어 발음을 쫓아가려다가는 가랑이가, 아니 입이 찢어질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고, 저의 감정과 의도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영어 연설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 저의 목표였습니다. 그래도 이 콩글리쉬를 가지고 이 가난한 에스와티니 국회와 정부를 설득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대학 보조금을 받아낸 것은 기적이었습니다. 

에스와티니에서의 또 하나의 도전은 설교였습니다. 캐나다에서 저는 VIEW 원장과 더불어 쥬빌리채플이라는 학생 교회를 개척해서 만 10년간 자원봉사 담임목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성도들이 대체로 VIEW 학생들과 교민들이었기 때문에 매주 한국말로 설교했습니다. 영어로 설교한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남의 교회에 설교하러 가도 대부분 한인 교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곳 에스와티니에 온 후로는 스무 번 이상 설교를 했는데 한 번도 한국말로 설교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학교나 정부, 국회 인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순수 영어 강연이나 연설과는 달리 교회 설교는 영어를 못하는 성도들 때문에 현지어로 통역해야 합니다. 그러니 통역하는 동안 설교자는 숨 쉴 틈이 있습니다. 오늘은 새해 첫날이자 첫 주일이어서 한 두 시간 있다가 김종양 선교사님이 담임하는 인근 이시드라 교회(Isidra Church) 주일 오전 예배 설교를 하러 가야 하는 데도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을 수 있는 것도 통역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제가 한국에서나 미국, 캐나다에서 지난 여러 해의 세월도 하나님의 은혜지만 이곳 아프리카에서 지난 16개월의 시간은 순전히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성은/김대환의 노랫말 “은혜 아니면 나 서지 못하네”가 꼭 들어맞는 표현입니다. 금년에도 역시 은혜 아니면 설 수 없는 해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새해를 맞아서 저 뿐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도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설 수 없다는 고백을 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첫날, 첫 주일에

아프리카에서 나그네 된

양승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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