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주민이해하기] 카누여정에서 만난 사람들 – 행크

카누여정에서 만난 사람들 – 행크

행크는 내가 속한 콴틀란 부족 사람은 아니지만 카누 여정을 하는 동안 우리 부족과 함께 생활했다. 그는 본래 밴쿠버섬 최북단 위에 있는 작은 섬의 추장 아들이다. 그는 외부세계에 대한 동경을 품고 밴쿠버로 왔고, 거기서 지금의 아내인 여자친구를 만난 이후 가정을 꾸렸다. 그는 아내와 함께 어린 자녀 둘을 데리고 첫 카누 여정에 참석했다. 큰 아들은 아직 5-6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행크는 아이에게 자기 정체성을 가르치고 전통을 보여주기 위해 카누 여정에 왔다고 했다. 그는 한동안 노숙자로 살기도 했는데 노숙의 삶 자체를 아픔이나 어려움으로 여기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밴쿠버의 다운타운에 살아보고 싶었기 때문에 한 번 시도해 보았다고 했다. 밴쿠버 다운타운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거칠고 힘들었지만 자신이 꿈꿔왔던 곳에서 머물었다는 것에 만족해 했다. 게다가 그곳에서 아내를 만난 것이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밴쿠버에서 누릴수 있는 것을 맘껏 누렸고, 또한 좋은 이들을 많이 만났다고 했다. 사실 내가 보는 노숙자들은 어둡고 암울한 패배자의 모습이다. 그런데 행크는 원치 않게 노숙자 생활을 해야했어도 자신이 꿈꾸던 밴쿠버 다운타운 생활을 직접 시도하고 경험해보았다는 긍정적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행크는 카누여정 역시 맘껏 누리는 듯했다. 모든 카누 패밀리를 찾아가 사람들을 만나며 관계를 맺었고,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때면 가족을 데리고 가서 도와주곤 했다. 그는 또한 누가 어떤 말을 하든 그에게 온전히 주의를 기울이며 경청했다. 한 번은 내가 행크에게 왜 그리 진지하게 사람들의 말에 관심을 갖고 집중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전통에 대해 많이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카누 여정에서 만나는 다양한 부족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들으며 최대한 배우려고 애쓴다고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원주민도 아니고 외부에서 온 나같은 이방인에게도 자기 가족을 소개시켜주며 한국에 관해 물었고, 한국의 문화나 특징이 무엇인지, 자신들과 다른 것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묻곤 했다.

그는 카누여정이 끝난 후 어느 정도 배움의 여정이 마무리되면, 조만간 자기 부족이 사는 곳으로 돌아갈 것이라 했다. 행크의 가족은 대대로 그 부족의 추장이었고 지금은 아버지가 추장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행크의 천진하면서도 진지한 미소를 보며 그가 말하는 행복과 전통에 대한 존중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우리는 아주 친밀하게 지냈다. 몇 년 후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최근에 셋째 아이를 낳고 이제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게 결혼식에 와서 정식으로 기도해 주기를 정중히 요청했다. 벤쿠버 다운타운의 한 공원에서 열린 행크의 결혼식에는 많은 원주민 친구들이 참석했고, 나도 가족들을 데리고 가서 기쁜 마음으로 그들의 미래를 축복하며 기도해 주었다.

이후 그는 말하던 대로 자기 부족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네째 아이를 낳았다면서 내게 사진을 보내주었다. 너무 먼 곳이라 직접 찾아가 볼 수 없어서 아쉽다. 그는 지금도 성실하게 가족을 돌보고 차기 추장이 되기 위해 열심히 배우고 있다. 그러는 한편 페인트 공으로 일하면서 삶의 전선에서 살아간다. 나는 그와 그 부족의 미래가 기대된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숙도 마다하지 않았고, 그곳에서 이룬 가정을 소중히 돌볼 뿐 아니라, 자기 전통과 문화를 알고 지켜가는 진정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참으로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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