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모든 사람을 용서하오니 우리 죄도 사하여 주시옵고
주기도문의 전반부처럼 주기도문의 후반부 역시 희년의 기도문이다. 첫째, “우리에게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라는 기도는, 일용할 양식을 ‘우리에게’ 주시기를 구하는 공동체 기도인데, 이 공동체는 바로 ‘만나 공동체’, ‘희년 공동체’이다.
먼저 이 기도는 ‘만나 공동체’의 기도로서, 하나님이 출애굽 이스라엘 민족에게 날마다 ‘일용할 만나’를 내려주신 것처럼, 우리에게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주시기를 구하는 기도이다. 그런데 이 만나 공동체는 ‘균등 분배’의 공동체였다. 따라서 이 기도를 드리는 제자 공동체는 그 안에 있는 가난한 형제자매가 일용할 양식이 없어 고통당하는 것을 알게 될 때 반드시 그에게 일용할 양식을 공급해야 한다.
다음으로 이 기도는 ‘희년 공동체’의 기도로서, 가난 때문에 토지를 잃고 자유를 잃은 사람들이 희년에 그 토지와 자유를 되찾아 모든 백성이 희년 공동체를 이루어 자기 기업인 토지에서 스스로 농사를 지어 일용할 양식을 먹게 하신 것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잃어버린 토지와 자유를 되찾아 스스로 일하여 일용할 양식을 얻게 해 주시기를 구하는 기도이다. 따라서 이 기도를 드리는 제자 공동체는 가난한 사람들이 대토지소유제와 임금노예제가 보편화된 반(反)희년 체제 아래서 비참한 빈곤 가운데 일용할 양식이 없어 고통당할 때, 반드시 사회를 개혁하여 그 반(反)희년 체제를 혁파하고 토지의 평등권과 노동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희년 체제를 수립함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 일하여 일용할 양식을 얻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처럼 이 기도는 온 세상에 희년을 선포하기 위해 노력하는 희년 공동체의 기도인 것이다.
둘째,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모든 사람을 용서하오니 우리 죄도 사하여 주시옵고”라는 기도문 역시 희년의 기도문이다. 이 기도 가운데 “죄 지은 모든”에 대해 개역개정 성경의 각주 1번에는 헬라어를 직역하면 “빚진 모든”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죄 지은’으로 번역된 헬라어 ‘오페일론티’의 원 뜻은 ‘빚 진’이라는 뜻인데, 개역개정 성경이 ‘죄 지은’이라고 의역을 한 것이다. 그래서 이 기도문의 헬라어를 직역하면, “우리가 우리에게 빚진 모든 사람의 빚을 탕감하오니 우리 죄도 사하여 주시옵고”이다. 여기에서 ‘빚을 탕감하오니’의 헬라어 동사는 ‘아피오멘’인데 기본형 ‘아피에미’의 현재형이다. 이와 같이 현재형 동사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우리에게 빚진 모든 사람에게 그 빚을 탕감해 주는 일은, 바로 지금 계속 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것은 빚 탕감을 안식년이 올 때까지 미루지 않고 안식년을 현재화하여 바로 지금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기도에서 “우리 죄도 사하여 주시옵고”는 “우리 죄의 빚도 탕감하여 주시옵고”로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죄 사함’은 ‘죄의 빚 탕감’과 같은 뜻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네 번째 기도는 “우리가 우리에게 빚진 모든 사람의 빚을 탕감하오니 우리 죄의 빚도 탕감하여 주시옵고”라고 이해할 수 있다.
요컨대 이 기도는 “우리가 안식년을 현재화하여 바로 지금 빚을 탕감하는 안식년을 우리에게 빚진 모든 사람에게 선포하오니, 우리 죄의 빚도 탕감하여 주시는 안식년을 우리에게 선포해 주소서”라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서 이 기도는 “우리가 우리에게 빚진 모든 사람에게 빚 탕감의 안식년을 선포하오니, 우리에게 죄의 빚 탕감의 안식년을 선포해 주소서”라는 의미인 것이다. 따라서 이 기도문은 (안식년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희년의 기도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