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년 세상
하나님이 모세를 통해 주신 율법 가운데 희년법이 있다. 희년(禧年)은 ‘복 희’, ‘해 년’으로 ‘복된 해’라는 뜻인데, 구약 달력에서 50년째 되는 해를 가리킨다. 제50년인 희년이 오면 가난한 사람들이 그 전에 잃어버린 땅과 집과 자유를 되찾는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자기 집에 살면서, 하나님이 골고루 나누어주신 땅에서 열심히 일하고, 일한 만큼 그 노동의 열매를 모두 누리게 된다. 모든 사람의 주거권이 보장되는 주거 정의, 모든 사람의 토지평등권이 실현되는 토지 정의, 각 사람이 일한만큼 그 열매를 누리는 노동 정의가 모두 실현되는 것이다.
하나님은 애굽의 가혹한 종살이에서 해방된 이스라엘의 모든 가족에게 토지를 평등하게 나누어 주셨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레위 지파를 제외하고 다른 모든 지파의 각 가족의 수를 헤아려 그 수가 많은 가족에게는 많이, 그 수가 적은 가족에게는 적게, 곧 1인당으로 환산하면 평등하게 토지를 분배하라고 명령하셨다(민수기 26:52-54, 33:54). 그런데 이 토지 평등 분배는 토지 ‘면적’의 평등 분배가 아니라, 토지 ‘가치’의 평등 분배였다. 그리고 희년 토지법을 주셨다.
희년 토지법은 다음과 같다. ‘토지’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에는 토지는 하나님의 소유이며 사람들이 평등하게 임차하는 제도 곧 토지신유평등임차제(土地神有平等賃借制)이고, ‘지대’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에는 지대를 공유하고 평등 분배하는 제도 곧 지대공유평등분배제(地代公有平等分配制)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에는 공통적으로 토지 평등권 원칙이 담겨 있다.
오늘날 토지 평등권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최선의 제도는 토지의 사용료인 지대에 세금을 부과해서, 일부는 국가의 공공재정으로 공유하고 나머지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분배하는 대신, 노동의 생산물과 생산·유통·소비·소득에 대한 세금은 대폭 감면하는 제도이다.
하늘, 땅, 바다, 공기, 햇빛 등을 ‘자연물’이라고 하고, 사람이 일해서 만든 것을 ‘인공물’이라고 한다. 원칙적으로 자연물과 인공물을 구분해서, 자연물은 하나님이 모든 사람에게 주신 선물이니 공유해야 옳고, 인공물은 일한 사람이 노력하여 만들어 낸 산물이니 사유해야 옳다.
이를 위해 자연물인 토지의 지대는 세금을 최대한 부과해서 공유하거나 평등 분배하고, 그 대신 인공물인 노동생산물에 대한 세금은 최소화해서 개인 소유를 보장하는 것이 정의롭다. 이렇게 하면 생산의 효율성과 분배의 형평성을 모두 달성할 수 있다.
토지평등권이 실현되는 토지 정의 하에서, 빈익빈 부익부 문제가 해결되고 경제 불평등이 크게 완화된다. 집값이 하향 안정화되어 ‘내 집 마련’이 쉬워지고, 전월세 값도 하향 안정화되어 세 들어 사는 서민들도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된다. 주거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다.
또 국가 경제와 개별 기업의 생산성이 모두 증대되면서 일자리가 증가하고 임금이 높아진다. 노동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다.
게다가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고 취업을 해도 자기가 일한 만큼의 대가를 충분히 받게 되니, 입시 지옥과 사교육 과열도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절망 가운데 결혼과 출산을 아예 포기했던 청년들이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되어, 우리나라가 초저출생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바로 이것이 희년 세상이다. 바알의 나라를 시급히 희년 세상으로 변혁해야 한다. 그래야만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모든 인간이 그에 합당하게 존엄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희년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