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희년 이야기] 룻과 보아스의 기업 무르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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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 이야기] 룻과 보아스의 기업 무르기(4)

룻은 나오미의 허락을 받고, 보리 이삭들을 베는 자를 따라 보리밭에서 이삭을 주웠다(룻 2:2-3). 이삭줍기는 하나님께서 가난한 사람과 거류민을 위하여 배려하신 자비로운 율법이다(레 19:9). 그런데 이삭줍기는 보리 이삭을 한창 베고 있는 밭에서도 할 수 없고, 그 벤 보리 이삭으로 보릿단을 한창 묶어세우고 있는 밭에서도 할 수 없고, 그 보릿단을 그대로 세워둔 밭에서도 할 수 없다. 이삭줍기는 오직 그 보릿단들을 모두 곡식 창고나 타작마당으로 옮기고 떠난 밭에서라야 할 수 있다. 곧 수확의 과정이 진행 중인 밭에서는 이삭을 주울 수 없고, 오직 수확의 과정이 모두 끝난 밭에서만 이삭을 주울 수 있는 것이다. 

룻 2:5-7, “5.보아스가 베는 자들을 거느린 사환에게 이르되 이는 누구의 소녀냐 하니 6.베는 자를 거느린 사환이 대답하여 이르되 이는 나오미와 함께 모압 지방에서 돌아온 모압 소녀인데 7.그의 말이 나로 베는 자를 따라 단 사이에서 이삭을 줍게 하소서 하였고 아침부터 와서는 잠시 집에서 쉰 외에 지금까지 계속하는 중이니이다.”

7절의 마지막에서 “계속하는 중이니이다”라는 개역개정 성경의 번역은 이삭줍기를 계속하는 중이라는 뜻으로 오해될 수 있는데, 그런 뜻이 아니라 정반대로 이삭줍기를 멈추고 계속 서있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여기 사용된 히브리어 동사의 기본형 ‘아마드’는 ‘동작을 멈추고 계속 서있다’(be standing motionless, stop moving, stand still)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7절을 더 정확하게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그의 말이 나로 베는 자를 따라 단 사이에서 이삭을 줍게 하소서 하였고, 아침부터 와서는 잠시 집에서 쉰 외에 지금까지 계속 서있나이다.” 룻은 보아스의 밭에 와서 이삭줍기를 멈추고 계속 서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이삭줍기를 멈추고 계속 서있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베는 자들을 거느린 사환에게 단 사이에서 이삭줍기를 요청했으나 허락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7절에서, “나로 베는 자를 따라 단 사이에서 이삭을 줍게 하소서”라는 룻의 요청은 율법의 이삭줍기 규정을 넘어서는 요청이었다. 왜냐하면 베는 자를 따라 단 사이에서 이삭을 줍게 해 달라는 룻의 요청은 베는 자가 이삭을 벤 후에 보릿단들을 세운 밭에서 그 보릿단들 사이에서 이삭을 줍게 해 달라는 것인데, 율법이 허용한 이삭줍기는 보릿단이 세워진 밭에서는 할 수 없고, 오직 그 보릿단들을 모두 옮겨서 수확을 마친 밭에서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처럼 룻이 단 사이에서 이삭을 줍게 해 달라고 율법 규정을 넘어서는, 얼핏 보기에 무리하고 또 무례한 요청을 한 이유는, 바로 보아스의 소녀들이 단 사이에서 이삭을 주웠기 때문이다. 보아스의 소녀들이 보릿단들 사이에서 땅에 떨어진 이삭들을 거의 다 주워서 가져가 버리는 상황에서, 룻은 자신이 보아스의 소녀들처럼 단 사이에서 이삭을 줍지 못하고 수확이 모두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한, 주울 이삭은 거의 남지 않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았기 때문에, 베는 자를 따라 단 사이에서 이삭을 줍게 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계속 서있었던 것이다. 그럼 이 문제를 자세히 살펴보자.

보아스도 처음부터 온전한 순종을 한 것은 아니다. 이삭줍기 율법에 의하면, 곡식을 거둘 때에 땅에 떨어진 이삭은 가난한 사람과 거류민을 위하여 줍지 말고 남겨두어야 한다. 그러나 보아스는 땅에 떨어진 이삭을 가난한 사람과 거류민보다 먼저 자기 소녀들이 그 이삭을 줍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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