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_img
Home 칼럼 박창수 목사의 희년이야기 희년의 예언자, 예레미야(10)

[칼럼: 희년 이야기] 희년의 예언자, 예레미야(10)

human standing beside crucifix statue on mountain
Photo by Pixabay on Pexels.com

[희년 이야기] 희년의 예언자, 예레미야(10)

렘 35장에서 레갑 사람들이 준수함으로써 하나님으로부터 복을 받게 되는 요나답의 명령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요나답이 어떤 사람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왕하 10:15-27에 의하면, 요나답(여호나답)은 예후 혁명에 동참하여, 북 왕국 이스라엘에서 바알숭배자를 진멸하고, 바알신당을 파괴한 인물이다. 이처럼 바알 숭배를 근절하기 위해 예후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했던 요나답은, 하나님이 남겨두신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하고 바알에게 입맞추지 아니한 자”(열왕기상 19:18) 7천 명의 후예였다. 그러므로 요나답이 그 자손들에게 내린 명령은 바알 숭배 근절의 차원에서 그 의미를 조명할 수 있다. 

바알 숭배는 희년 토지법을 거부하고 대토지 소유제를 합법화하는 바알 토지법을 확산시켰는데, 그 상징적인 사건이 바로 나봇의 포도원 사건이다(왕상 21장). 이스라엘 왕 아합과 그 왕비 이세벨이 의인 나봇을 죽이고 포도원을 강탈하였고, 이에 대해 하나님의 심판이 선지자 엘리야를 통해 아합과 이세벨에게 선포되었다. 

요나답은 아합과 이세벨 다음 세대로서, 이스라엘에 바알 토지법이 이미 만연해진 시대에 살았을 것이다. 바알 숭배와 바알 토지법에 의해 대토지 소유제가 초래하는 참상을 보았던 요나답은, 땅과 집에 대한 탐욕이 바알 토지법의 근저에 있다는 것을 통찰하고, 권력자들에게 땅과 집을 빼앗긴 채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심정을 함께 느끼며 여호와 신앙과 희년 토지법을 수호하고 바알 숭배와 바알 토지법에 맞서 싸우도록 하기 위해, 그 자손들에게 아예 땅과 집을 갖지 말라고 명령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요나답이 그 자손들에게 내린 명령은, 반(反)바알숭배, 반(反)바알토지법, 반(反)대토지소유제의 정신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레갑 사람들은 그 선조 요나답의 명령을 준수하여 땅과 집을 아예 갖지 않음으로써 땅과 집에 대한 탐욕에 물들어 대지주가 된 유다 사회 지도층과 뚜렷이 구분되는 ‘대조 사회’(Contrast Society) 혹은 ‘대조 공동체’(Contrast Community)였다고 볼 수 있다. 

렘 34장에서 희년 토지법을 어기고 하나님과 맺은 노비 해방 계약을 파기하기까지 대토지 소유제를 유지하면서 땅에 대한 탐욕에 물든 시드기야 왕이나 권력자들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사람들이 바로 렘 34장에 나오는 레갑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사 5:8, “가옥에 가옥을 이으며 전토에 전토를 더하여 빈 틈이 없도록 하고 이 땅 가운데에서 홀로 거주하려 하는 자들은 화 있을진저”라는 말씀처럼, 시드기야 왕과 권력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집과 땅을 탐내어 빼앗아 차지했지만, 레갑 사람들은 자신들의 선조인 요나답의 명령을 지켜서, 집과 땅을 아예 갖지 않았던 것이다. 

레갑 사람들은 땅과 집을 보유할 수도 있었다. 그것은 이방 족속인 그나스 사람 여분네의 아들 갈렙과 그 자손이 유다 지파에 편입되어 땅을 분배받은 것과 같다. 레갑 사람들은 겐 족속에 속하는데, 레갑 가문의 조상 함맛에게서 나온 겐 족속은 야베스에서 땅과 집을 보유하고 살았다. 대상 2:55, “야베스에 살던 서기관 종족 곧 디랏 종족과 시므앗 종족과 수갓 종족이니 이는 다 레갑 가문의 조상 함맛에게서 나온 겐 종족이더라.” 이처럼 레갑 사람들도 땅과 집을 보유할 권리가 있었지만, 그들은 스스로 땅과 집을 포기하고 장막에서 살았다. 이러한 레갑 자손의 순종은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에 대한 예표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 나라의 땅과 집을 소유할 권리가 있으심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그 모든 것을 포기하시고,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요한복음 1:14)셨다. 여기서 우리 가운데 거하셨다는 성구를 그리스 원어대로 직역하면 우리 가운데 장막을 치셨다는 뜻이다. 곧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 나라의 땅과 집을 모두 포기하시고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장막을 치신 것이다. 그리고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집이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도다”(누가복음 9:58)라는 말씀처럼 이 세상에서도 땅과 집을 갖지 않으셨다. 이와 마찬가지로 레갑 사람들도 땅과 집을 보유할 권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땅과 집을 포기하고 장막에서 살아간 것이다.

구약 시대의 이스라엘과 같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불의한 대토지소유제가 확립되었고, 봉건적이고 착취적인 지주-소작 제도의 현대판인 건물주-세입자 제도의 폐해가 나날이 심화되고 확산되어 왔다. 한편에서는 돈 있는 사람들이 탐욕으로 부동산 투기를 자행하며 막대한 부동산 불로소득을 가져가고 있고, 반대편에서는 가난한 세입자들이 주택과 상가의 임대료 폭등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레갑 사람들처럼 땅과 집을 보유할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공화국의 악한 바알 문화를 역류하여 시대의 흑암 가운데서 빛을 발하는 대조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아예 땅과 집을 갖지 않겠다고 결단하고 실천함으로써, 한국 사회에서 폭등하는 임대료와 잦은 이사로 고통당하는 가난한 세입자 서민들의 비애를 함께 느끼면서, 바알 숭배와 바알 토지법에 맞서 여호와 신앙을 수호하고 희년 개혁에 매진할 그리스도인들과 교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