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메시지] 거라사의 기적을 통한 예수님의 정체성

거라사의 기적을 통한 예수님의 정체성

예수님은 누구이신가에 관한 요한 마가의 기록은 예수님의 주권(lordship)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가복음 4:35-8:26절에 기록되어 있는 세 번의 짧은 배 여행 가운데에서 첫 번째 배 여행을 통하여 마가는 갈릴리 호수에 부는 큰 바람과 폭풍을 꾸짖어 잠잠하게 하시는 예수님의 모습(막 4:35-41)을 통하여 자연을 향한 예수님의 주권을 보여주었습니다.

마가복음 5장에는 예수님께서 거라사의 군대 귀신 들렸던 사람을 치유해 주시는 사건(막 5:1-20)과 죽은 야이로의 딸을 일으키시는 사건(막 5:21-24, 35-43) 사이에 혈루증을 앓고 있던 여인을 고쳐 주치는 사건(막 5:25-34)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하여 마가는 예수님께서 자연을 다스리는 주권을 가지고 계실 뿐만 아니라, 귀신들과 질병과 죽음도 다스리는 주권을 가지고 계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은 전날 저녁에 갈릴리 호수를 출발하여서 호수 건너편인 거라사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도착하였습니다. 거라사(Gerasa) 지역은 열개의 헬라 도시로 구성된 데가볼리(Decapolis) 지역에 포함되어 있는 도시 중에 하나입니다. 구약 성경에서는 데가볼리 지역들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지역이 이방인 지역으로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부정한 도시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거라사 지역에서 돼지를 키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대인들은 레위기의 율법에 따라서 돼지를 부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레 11:7; 신 14:8). 따라서 이 사건은 예수님께서 행하신 이방인 사역의 첫 걸음이 되었습니다.

마가복음 5장 1-20절에 기록되어 있는 거라사 지역의 무덤들 사이에서 사는 군대 귀신 들린 사람이 고침을 받는 사건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부분은 거라사의 군대 귀신들린 자에 관한 정보이고(막 5:1-5), 두 번째 부분은 예수님에 의해서 군대 귀신 들린 사람이 고침을 받는 축귀(exorcism)이고(막 5:5-13), 세 번째 부분은 군대 귀신 들린 자가 예수님에 의해 고침을 받은 사건에 관한 도시와 마을 사람들의 반응이고(막 5:14-17), 마지막 네 번째 부분은 예수님께서 그 지역을 떠나시면서 군대 귀신 들렸던 자에게 말씀하시는 명령입니다(막 5:18-20).

예수님과 제자들이 갈릴리 호수를 건너 강 동편의 거라사 지역에 도착하였을 때 그곳에는 귀신들린 사람이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막 5:1) 그리고 그들은 바다 건너편 거라사인들의 지역에 갔습니다. (2) 그리고 그(예수)가 배에서 내리시자 즉시 더러운 영에 의해 붙잡힌 한 사람이 무덤들에서 나와 그(예수)를 만났습니다. (3) 그는 무덤들 안에 거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아무도 그를 쇠사슬로 묶을 수 없었습니다. (4) 그가 여러 번 족쇄들과 쇠사슬들에 묶임을 당하였으나 쇠사슬들은 그에 의해 찢어졌고, 족쇄들도 부서졌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그를 제압할 수 없었습니다. (5) 그는 항상 밤낮으로 무덤들과 산들에서 소리지르고 돌로 자신의 [몸을] 상처 내고 있었습니다. (Translated by YG Kim)

예수님께서 거라사 지역에 도착하셨을 때 더러운 영에 사로 잡힌 자는 무덤들(tombs)에서 즉시(euthys: immediately) 예수님 앞에 나아왔습니다(막 5:2). 이 표현은 더러운 영에 사로 잡힌 자가 단지 무덤들 사이에서 거주한 것이 아니라 무덤들을 파헤쳐서 그 안에 거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므로 마가는 더러운 영에 의해 사로잡힌 자가 거주하는 장소를 하나의 무덤으로 단수가 아닌 여러 개의 무덤들로 복수로 기록하고 있습니다(막 5:3). 따라서 이 더러운 귀신들린 자는 사람의 시체를 만지면 7일 동안 부정하다는 구약의 율법(민 19:11)을 뛰어 넘어서 그 안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더러운 영에 사로 잡힌 자는 죽은 자와 접촉하여서 부정한 상태로 더러운 영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었습니다.

한가지 우리가 더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예수님 당시의 무덤은 땅을 파서 그 안에 묻는 봉분형 무덤이 아니라 동굴형 무덤으로 무덤의 입구를 돌로 막는 방식이었습니다. 따라서 더러운 영에 의해 사로 잡힌 자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어서 그 무덤을 파헤친 것입니다.

마가는 더러운 영에 의해 사로잡힌 자가 얼마나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 주기 위해서 아무도 그를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막 5:3). 사람들은 그를 제어하기 위해서 여러 번 족쇄(pedais: fetter)들과 쇠사슬(halyseis: chain)들로 묶어 보았지만, 더러운 귀신 들린 사람의 힘이 얼마나 센지 그 족쇄들과 쇠사슬들은 그에 의해 찢어졌고, 부서졌습니다(막 5:4a). 거라사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여러 번 더러운 귀신 들린 사람을 제어하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아무도 그를 제어할 수 없었습니다(막 5:4b).

결과적으로 더러운 귀신들린 자는 밤낮으로 부정적인 장소로 표현되고 있는 무덤들과 산 속에서 끊임없이 소리를 지르면서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히고 있었습니다(막 5:5).

이러한 상황 가운데에서 더러운 귀신들린 자는 예수님께 나아와 그에게 경배하였고, 예수님과의 대화 가운데에서 고침을 받습니다.

(막 5:6) 그리고 그가 멀리서 예수를 보았을 때 달려와서 그에게 경배하였습니다. (7) 그리고 큰 소리로 외치면서 말했습니다.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여, 저와 당신은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제가 하나님의 [이름으로] 당신에게 간청합니다. 당신은 나를 괴롭게하지 마십시오.” (8) 왜냐하면 그(예수)가 그에게 “더러운 영아 그 사람으로부터 나가라”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9) 그리고 그(예수)가 그에게 질문하셨습니다. “너의 이름이 무엇이야?” 그가 그(예수)에게 말했습니다. “나의 이름은 군대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많기 때문입니다.” (10) 그리고 그가 자신들을 마을로부터 쫓아내지 말라고 그(예수)에게 많이 간청하였습니다. (11) 마침 그곳 산 쪽으로 거대한 돼지 떼가 풀을 먹고 있었습니다. (12) 그리고 그들이 그(예수)에게 말하면서 간청했습니다. “우리를 돼지들에게 보내셔서, 그것을 안에 들어가게 하시옵소서.” (13) 그러자 그(예수)가 그들에게 허락했습니다. 그리고 더러운 영들이 나가서 돼지들 안에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대략 이천 마리가 되는 떼가 바다를 향하여 비탈길을 따라 돌진했습니다. 그리고 바다에서 질식했습니다. (Translated by YG Kim)

더러운 귀신 들린 사람은 예수님이 누구인지 알아보았습니다. 그는 예수님을 향하여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여”(막 5:7a)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마가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아들’ (the Son of God)이라는 사실은 여섯 번 등장(막 1:1; 1:24; 3:11; 5:7; 9:7; 15:39)하는데, 이 가운데에서 세번이 귀신 들린 자의 고백입니다.

예수님과 더러운 귀신들린 자의 대화 가운데에서 특이한 점은 더러운 귀신 들린 자는 예수님의 질문 없이 스스로 예수님의 정체성을 폭로했다고 하면, 예수님은 더러운 귀신 들린 자가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말하도록 인도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마가복음에 나타나는 메시아의 비밀(Messianic Secret) 모티브 가운데에서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폭로하고 있는 더러운 귀신 들린 자를 책망하지 않으셨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지금 예수님과 함께 있지만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제자들에게 더러운 귀신들린 자의 입술을 통하여 예수님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함입니다.

또한 더러운 귀신 들린 자가 언급하는 ‘지극히 높으신’의 의미는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창 14:18-20; 단 4:2, 5:12; 막 5:7; 눅 1:32,35).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로서 예수 그리스도는 귀신들을 향한 주권(lordship)을 가지고 있어서 귀신들을 이 남자의 몸에서 나오도록 하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 더러운 귀신 들린 자에게 그의 이름을 물었을 때 그는 ‘레기온’(Legion)이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레기온’은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Augustus; 재위 31BCE-14CE) 당시에 로마 군대의 군사 단위로 대략 5,000명에서6,000 명의 군사로 구성되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더러운 군대 귀신들이 대략 2,000 마리의 돼지의 무리에 들어가서 비탈길을 따라 갈릴리 호수로 빠지는 힘은 엄청났을 것입니다(막 5:13).

마가복음에서 예수님이 가버나움의 유대인 회당 안에 있는 더러운 영에 사로 잡힌 자를 자유롭게 하신 사건으로 처음 사역을 시작하신 것처럼(막 1:21-28), 예수님께서는 갈릴리 호수를 건너셔서 이방인의 땅 거라사 지역에서 더러운 군대 귀신에 사로 잡힌 자를 고쳐 주시는 사건을 통하여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은 언약의 백성이라고 스스로 부르는 유대인뿐만 아니라 이방인들을 위해서도 이 땅에 오셨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더러운 영에 사로 잡힌 군대 귀신이 돼지 떼에 들어가서 갈릴리 호수 비탈길을 따라 갈릴리 호수에 빠져 질식하는 모습은 출애굽의 사건에서 애굽의 군대가 홍해에 빠져 질식해서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출 15:26-28). 이러한 모티브는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홍해를 건넌 것처럼,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이끌고 큰 바람과 폭풍을 꾸짖어 갈릴리 호수를 건너신 모습과 유사합니다(Wefald, R.K. “The Separate Gentile Mission in Mark” JSNT 60 (1996), p. 25).

예수님께서 더러운 군대 귀신 들린 자를 고쳐 주신 사건 이후에 거라사 지역에서 돼지를 키우던 사람은 도시와 마을에 이 사건을 알렸고(막 5:14), 더러운 군대 귀신 들린 자는 옷을 입고 정신이 온전해졌습니다(sophroneo: to be of sound mind).

(막 5:14) 그러자 그들(돼지들)을 먹이던 사람들이 도망쳤습니다. 그리고 도시와 마을에 알렸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고자 왔습니다. (15) 그리고 그들이 예수께 와서 귀신 들렸던 사람 곧 군대 귀신에 들렸던 자가 온전한 정신으로 옷을 입고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두려워했습니다. (16) 그리고 [이 사건을] 본 사람들은 [그 일이] 어떻게 귀신 들렸던 사람에게 일어났는지와 돼지들에 관하여 그들에게 설명했습니다. (17) 그러자 그들은 그(예수)에게 그들의 지역으로부터 떠나달라고 간청하기 시작했습니다. (Translated by YG Kim)

온전한 정신으로 돌아온 이 남자를 본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거라사 지역을 떠나시기를 원했고, 더러운 군대 귀신으로부터 온전해진 이 사람은 예수님을 따르기를 간청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 사람에게 데가볼리 지역에서 예수님께서 자신에게 행하신 일을 선포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막 5:18) 그리고 그(예수)가 배에 오르셨을 때 귀신 들렸던 사람이 그(예수)와 함께 있기를 간청하였습니다. (19) 그러나 그(예수)는 그에게 허락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에게 말했습니다. “너의 집으로 돌아가서 너의 사람들에게 주님께서 너에게 행하셨고 너에게 자비를 베푸신 일을 알리라.” (20) 그는 떠나가서 예수께서 그에게 행하신 일을 데가볼리에서 선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놀랐습니다.

마가는 예수님께서 더러운 군대 귀신 들린 자를 고쳐 주시는 사건을 통하여 귀신들을 향한 예수님의 주권(lordship)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함께 나누기>

  1.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셔서 사람들을 낚는 어부로 삼으신 사건 이후에 처음 행하신 기적이 가버나움의 유대인 회당에서 더러운 귀신들린 사람을 고쳐 주신 사건입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이방인 지역에서 더러운 군대 귀신 들린 자를 고쳐 주시는 사건을 통하여 우리는 무엇을 깨닫습니까? 이 사건을 사도 바울의 메시지와 더불어 생각해 보십시오(롬 3:29).
  1. 예수님을 만나기 이전에 더러운 군대 귀신 들린 사람은 어떠한 상황 가운데 있었습니까?
  1. 예수님께서 더러운 귀신 들린 자가 예수님의 정체성을 언급했을 때 그를 책망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메시아의 비밀 모티브로 설명해 보십시오.
  1. 더러운 군대 귀신이 돼지 떼에 들어가서 갈릴리 호수에 빠져 질식한 사건과 출애굽 사건의 연동성을 생각해 보십시오.
  1. 더러운 군대 귀신으로부터 온전해진 사람에게 예수님께서 명령하신 내용은 무엇입니까?

복음에 빚진 자 김윤규 목사 (토론토 쉴만한물가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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