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그리스도이십니다
마가복음의 구조적 틀(Markan Frame) 안에서 마가복음 8:22-10:52절의 말씀은 예수님께서 갈릴리 사역을 마치고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길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는 내용입니다. 특별히 마가는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 장애인을 고쳐 주시는 사건을 마가복음 8:22-10:52절의 처음(막 8:22-26)과 끝(막 10:46-52)에 배치하고 나서, 그 안에서 반복되는 세 번의 수난 예고(Passion prediction: 막 8:31; 9:31; 10:33-34)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 번의 수난 예고는 일정한 형식을 가지고 있는데 예수님의 수난 예고에 이어서 제자들의 오해(막 8:32; 9:32-34; 10:35-41)와 참된 제자도에 관한 예수님의 가르침(막 8:34-9:29; 9:35-10:31; 10:41-52)입니다. 세번의 반복되는 수난 예고를 통하여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영적인 눈을 떠서 예수님의 고난과 십자가 사건 그리고 부활의 사건을 바라보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마가복음의 구조적 틀 안에서 예수님께서는 벳세다를 출발해서 여리고로 향하는 길 위에서의 여정 안에서 고난 받는 메시아로서 예수님의 정체성과 부활의 능력, 그리고 참된 제자도의 길을 보여주십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마가복음 8:22-10:52절에서 반복되는 “길에서”(en te hodo: 막 8:27; 9:33, 34; 10:32, 52)라는 표현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가복음에서 “길”(hodos: way)은 단순히 지리적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자신의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로 나아가는 여정을 제자들에게 가르치시는 장소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구원 계획 안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이 일어나는 길은 참된 제자도에 관한 예수님의 교육의 현장입니다.
벳세다에서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 장애인을 고쳐 주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가이사랴 빌립보 지방으로 향하셨습니다. 갈릴리 호수 북쪽에 위치한 벳세다에서 헬몬 산 기슭에 위치하고 있는 가이사랴 빌립보 지방으로 가는 길은 대략 40km(about 25 miles) 정도 떨어진 장소입니다. 이 지역은 역사적으로 헤롯 대왕(Herod the Great)이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Augustus; BC 31-AD 14 재위)로부터 하사 받고 아우구스투스 신전을 지은 장소입니다. 이 지역은 본래 ‘판네아스’(Paneas: Pan은 목동과 자연의 신)라는 지역명을 가지고 있었지만, 헤롯 대왕의 아들 빌립이 아우구스투스를 기념하기 위해서 “가이사랴”(Caesarea)라는 이름으로 변경하였습니다(Josephus, Jewish War 2.168; Antiquities of the Jews 18.28).
예수님께서는 가이사랴 빌립보 지방으로 가는 그 길에서 제자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에 관하여 질문하십니다.
(막 8:27) 그리고 예수님과 그의 제자들이 가이사랴 빌립보 지방을 향해 떠나셨습니다. 그리고 그 길에서 그의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말하느냐?”라고 그들에게* 말씀하시면서 질문하셨습니다. (28) 그리고 그들(제자들)이 그(예수)에게 대답하면서 말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세례 요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엘리야, 또 다른 사람들은 선지자들 중에서 하나 [라고 말했습니다]” (29) 그러자 그(예수)가 그들에게 질문했습니다. “너희들은 나를 누구라고 말하느냐?” 베드로가 그(예수)에게 대답했습니다. “당신은 그리스도이십니다.” (30) 그러자 그(예수)가 그들에게 자신에 관하여 아무 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Translated by YG Kim)
[* NA27헬라어에서는 27절 하반절에서 “autois”(그들에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한 마가는 마태와 누가와 다르게 예수님의 탄생 기사를 기록하지 않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막 1:1)이라는 선포적 선언을 통하여 자신의 복음서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메시아의 비밀(Messianic Secret) 모티브 가운데에서 예수님의 정체성은 지속적으로 가려지고 있었고,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행하시는 기적과 이적들 그리고 가르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시 대중들이 자신을 누구라고 언급하는지 제자들에게 질문하십니다. 이에 관한 대답으로 제자들은 헤롯 안티파스(Herod Antipas: BC 4-AD 39년 재위)에 의해 순교 당한 세례 요한이나(막 6:16; 6:21-29), 메시아가 오기 전에 등장할 것이라고 당시 사람들이 믿었던 죽음을 경험하지 않고 하늘에 올라간 위대한 선지자 엘리야이거나(왕하 2:11; 막 6:15a), 또는 구약 시대의 다른 예언자들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또 다른 선지자 중에 한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신 18:15; 막 6:15b). 이러한 모습은 예수님 당시의 대중들이 예수님의 특별한 영적 권위를 인정하고 있었지만, 예수님과 관련된 메시아적 정체성을 명확히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대중들의 피상적인 이해와 대조적으로 제자들에게 초점을 맞추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너희들은 나를 누구라고 말하느냐?”(막 8:29b)라고 질문을 하십니다. 예수님의 질문이 제자들에게 맞추어져 있는 이유는 예수님께서 12 제자들을 부르시고 갈릴리 사역을 마치시고 난 후에 제자들이 무엇을 배웠고, 예수님을 누구라고 생각하는지에 관한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을 대표해서 베드로의 신앙 고백 “당신은 그리스도이십니다”(막 8:29d; sy ei ho Christos)라는 표현은 마가복음의 중요한 전환점(watershed)이 됩니다. 마가복음의 전체적인 구조 가운데에서 하나님의 아들(막 1:11; 9:7; 15:39) 예수님이 그리스도라는 사실이 베드로의 입술로 공식적으로 선포되었을 때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의 신앙 고백을 기초해서 예수님의 수난 예고를 말씀하시기 시작하십니다.
따라서 베드로의 입술을 통하여 예수님께서 ‘기름부음을 받은 자’로서 메시아(Messiah)라고 선포되었을 때 하나님께서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이 땅에 보내주신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선포되어지는 자리입니다.
베드로의 신앙 고백 가운데에서 예수님은 메시아의 비밀을 아직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경고하십니다(막 8:30). 이러한 경고는 메시아 비밀(Messianic Secret)과 관련된 부분으로, 당시 일반 대중들과 제자들이 기대하는 영광스러운 메시아의 이미지와 고난 받는 메시아의 이미지와 상충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의 신앙 고백 위에 첫 번째 수난 예고를 통하여 예수님의 고난과 죽으심 그리고 부활의 사건을 예언하십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당시 로마의 간섭 아래 있는 유대적 정치 상황 가운데에서 정치적 메시아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기에 예수님의 수난 예고를 받아들이지 못하였고,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다시 경고하시면서 하나님의 일과 사람의 일을 구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막 8:31) 그리고 그(예수)가 그들에게 인자는 많은 고난을 받아야 하고,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 의해 버림을 받아 죽임을 당하고 삼일 후에 다시 살아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치기 시작하였습니다. (32) 그리고 그(예수)가 그 말씀을 담대하게 말씀하였습니다. 그러자 베드로가 그(예수)를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그에게 책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33) 그러자 그(예수)가 돌아서서 그의 제자들을 보고 베드로를 꾸짖어 말했습니다. “사탄아 나의 뒤로 물러가라. 너는 하나님의 일들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들의 일들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Translated by YG Kim)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의 신앙 고백 위에 제자들에게 첫 번째 수난 예고를 가르치기 시작하셨습니다. 특별히 8장 31절에서 사용하고 있는 “필요하다”라는 헬라어 동사 ‘데이’(dei: it is necessary)는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 부활이 우연이나 불운한 사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 계획에 따른 신적 필연성임을 강조하는 동사입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고난 받는 종 하나님의 아들 ‘인자’(the son of man)가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 의해 많은 고난을 받고 버림을 받아 죽임을 당한 후에 삼일 후에 다시 살아나신다는 사실을 가르치기 시작하셨습니다. 특별히 예수님께서 버림 받는 장면은 시편 118:22절의 말씀(LXX 117:22)의 ‘건축자들이 버린 돌’이라는 표현을 상기시켜서 예수님의 고난이 구약의 예언과 연결되어져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죽임을 당하시고 삼일 후에 다시 살아나는 것은 예수님의 부활에 관한 명시적인 예언입니다. 특별히 ‘살아나다’(anistemi: to raise)라는 헬라어 동사는 부정사(infinitive)의 능동형(active)으로 사용 되고 있지만(anastenai), 예수님을 다시 살리는 행위의 주체를 하나님으로 이해하였을 때 부활의 사건은 신적 수동태(divine passive)로 간주되어서 실질적으로 예수님을 죽음에서 일으키시는 주체는 하나님이심을 알 수 있습니다(막 16:6).
이러한 공식적인 첫 번째 예수님의 수난 예고는 예수님께서 스스로 자신의 메시아 사역을 공개적으로 담대하게 말씀하신 첫 번째 수난 예고이고, 이 수난 예고는 이후 이어지는 베드로의 반응과 예수님의 책망, 그리고 참된 제자도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의 배경이 됩니다.
예수님의 충격적인 수난 예고에 베드로는 강한 어조로 책망하기(epitimao: to express strong disapproval of someone) 시작하였습니다(막 8:32b). 베드로가 어떠한 내용으로 예수님의 수난 예고를 강하게 반대했는지 알 수 없지만, ‘책망하다’라는 헬라어 동사는 마가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더러운 귀신을 책망하시는 모습에서(막 1:25; 9:25), 심지어 바람과 바다를 꾸짖으실 때에서 사용이 됩니다(막 4:39). 이렇게 강한 동사를 베드로가 사용했다는 것은, 베드로는 스스로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고 있었지만(막 8:29d), 고난 받고 죽임 당하는 메시아의 개념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드러냅니다.
베드로가 고난 받는 예수님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였을 때 예수님께서는 베드로를 제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책망하기 시작하십니다(막 8:33a).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향해 ‘사탄’(Satan)이라고 부르시는 모습은 매우 충격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로서 구원 사역을 감당하는 고난 받는 종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적그리스도(antichristos: antichrist)인들의 대표적인 모습입니다(요일 2:18-23). 베드로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고난 받는 종 메시아의 길을 가로 막는 역할에서 뒤로 물러나라고 말씀하시면서 하나님의 일들을 말씀하십니다(막 8:33).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일들”은 하나님의 구원 계획과 목적에 순종하는 길이지만, 베드로가 생각하는 “사람의 일들”은 고난 없이 영광스러운 메시아의 모습, 혹은 인간적인 관점에서 예수님의 고난을 피하려는 시도를 의미합니다.
결과적으로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의 잘못된 메시아관을 책망하시면서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이 하나님의 구원 계획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참된 제자도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함께 나누기>
- 마가복음 8:22-10:52절에 기록되어 있는 마가복음의 구조적 틀(Markan Frame)을 설명해 보십시오.
- 마가복음 8:22-10:52절에서 “길”은 어떠한 장소입니까?
-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말하느냐?”는 예수님의 질문에 제자들은 어떻게 대답했습니까?
-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들은 나를 누구라고 말하느냐?”라고 질문하였을 때 베드로의 대답은 무엇이고,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까?
- “당신은 그리스도이십니다”라는 베드로의 신앙 고백이 마가복음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예수님의 첫 번째 수난 예고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왜 베드로는 예수님의 수난 예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강력하게 반응하고 있었습니까?
-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일들과 사람의 일들은 어떠한 차이점이 있습니까?
복음에 빚진 자 김윤규 목사 (토론토 쉴만한물가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