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7 연합예배와 성혁명 그리고 거룩한 가정
종교개혁 507주년 기념주일인 27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10.27 한국교회 210만(현장 110만, 온라인 1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가 진행됐다. 한국교회가 연합해 회개와 부흥, 우리 사회와 가정의 거룩성 회복을 위해 전국의 성도들이 모인 가운데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이 연합 집회를 21세기 갈멜산 전투라고도 하고, 무엇보다도 내 눈에는 ‘거룩한 가정’이라는 슬로건이었다.
거룩한 가정은 어떤 가정인가?
캐나다나 미국 그리고 유럽으로 자녀들을 유학시킨 가정 중에 “우리 아이가 성전환을 고민하는데 어쩌면 좋아?”, “기숙사 같은 방을 사용하는 룸메이트가 성전환하려는 경우 어떻게 해?”, “단체여행에 동성애자 룸메이트와 같은 침대를 사용해야 하는데 보내야 하는가?” 등의 구체적인 질문을 받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차별금지법이 입법되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를 강조하는 서구 사회에서는 젠더주의가 큰 권력이 되었다. 입학, 취업, 승진, 기관의 대표가 되는 모든 일에 성소수자인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핍박받아 온 성소수자에게 사회 정의, 즉 결과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우대하는 게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현재 캐나다 교육환경도 급격히 그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이 환경에서 교육받아 온 자녀들에게 적절하게 대답하기 위해서는 성경적 정의는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진리와 함께 구별된 거룩한 가정이 필요하다.
‘베네딕트 옵션’, 성(性) 혁명 그리고 거룩한 가정
나는 ‘베네딕트 옵션’이라는 책의 내용을 인용함으로 기독교 가정의 현재 위치를 확인하며 거룩한 가정을 찾고자 한다. 이 책은 상당히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책이다. 읽는 내내 속에서 다양한 감정이 올라왔다. 미국의 대표적인 기독교 보수주의 논객인 로드 드레허(Rod Dreher)는 쉽고 직설적인 문체로 탈기독교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위기를 서술한다. 그의 진단과 대안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릴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현시대를 “대홍수”의 시대라고 진단한다. 홍수의 정체는 바로 탈기독교 시대를 가져온 세속주의다. 세속주의는 가정과 공동체를 파괴하고 전통적인 가치관을 붕괴시켰다. 따라서 이제는 이 세속주의와 싸우는 것은 무의미하다. 정치적 협력이나 사회 운동을 통해 세속주의와 맞서려는 태도는 잘못된 진단에서 나온 태도다. 오히려 일찌감치 싸움을 포기하고 우리만의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 홍수에서 살아남는 길이라 한다. 저자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세속주의에 맞서지 말고 피하라고 충고한다.
이미 대홍수가 휩쓸고 간 미국, 서구의 교회는 어디로 어떻게 가야하는가? 전통적인 기독교 신앙과 성경의 가르침에 충실하다고 믿는 저자가 느끼는 당혹감은 다음의 문장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성적(性的) 사안들에 대해 정통적이고 성경적인 기독교적 입장을 표방하는 일은 이제 참을 수 없는 편견의 증거로 간주된다. 보수적 그리스도인들은 완패했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는, ‘탈기독교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의 선택’이다. 서구는 ‘크리스텐뎀’(Christendom), 곧, 기독교세계였다. 그리고 지금은 ‘재(再)이교도화’된 사회이다. 이제 교회는, 탈기독교화된, 다시 이교도화된 사회 속에서 ‘소수’로 살아간다. 역전된 것이다. 1960년 이후 현재까지 세계를 휩쓸고 있는 ‘성 혁명’(gender revolution)을 지목한다. 소수로서, 변방에서, 이미 이교도화된 사회를 바꿀 수 없다는 자각을 받아들이며, 그 이전의 ‘크리스텐뎀’으로 돌아가려는 불가능한 환상보다는, 이 거대한 물결을 타고 가는 ‘작은 방주’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확실히, 이 책이 한국교회에 던지는 바의 경고가 있다. 만일, ‘성 혁명’이 서구 기독교를 붕괴시킨 또 다른 세속주의 혁명이라면, 한국교회는 이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성정체성’의 문제가 ‘성 혁명’이라는 차원을 배경으로 갖고 있는 것이 맞는다면,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문제는, ‘차별, 평등, 인권’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 사상, 언론의 자유’의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할 수 있다. 교회의 미래가 불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교회의 예전적인 형식을 회복하고, 금욕주의 영성을 실천하며, 자녀를 위한 기독교 고전 교육에 힘쓰라고 조언한다. 힘들더라도 동시대의 성문화와 타협하지 말고 자녀의 성교육에 집중하라고, 또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들을 구출하라고 조언한다.
거룩한 가정은 신앙이 계승되는 가정이다
우리에게 밀려오는 ‘동성애, 성정체성’의 문제는, 서구 교회를 붕괴시킨 대홍수일까? ‘성 혁명’은 한국에서도 성공할까? 그것은 어쩌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세대’를 위해 ‘교회와 가정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세대는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도 변할 것이다. 교회가 어떻게 하느냐, 그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책임일 것이다. 우리는 다가오는 세대에게 이 후대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신앙을 계승하는 거룩한 가정이다. 이는 21세기 갈멜산 전투가 아니라 교회를 위한 급진적(?)이지만 전통적인, 그리고 성경대로 아브라함이 이삭을 번제로 드린 신앙 계승의 현장인 모리아 산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절실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