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나팔을 불 날”
굵고 깊게 울려 퍼지는 나팔 소리와 함께 새날이 밝았습니다. 신년을 알리는 뿔나팔 쇼파르 (Shofar)의 진동은 전국의 영혼을 다시 흔들었습니다. 백성들의 정신이 새로워지면서 마음에는 생기가 솟고 올 한 해는 풍성한 수확이 기다린다는 희망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10일동안 날마다 100번 울리는 쇼파르 소리는 희망과 기쁨을 알리는 메시지로 가득 찼습니다. 새해가 시작되는 고대 이스라엘의 나팔절 아침 모습입니다.
나팔절을 히브리어로 “로쉬 하샤나”라고 부릅니다. “로쉬”는 머리, 꼭대기, 첫번째, 또는 시작이라는 뜻입니다. “하샤나”는 “그 해”라는 말입니다. 로쉬 하샤나는 그해의 시작, 즉 새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성경에는 나팔절이라는 단어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대신 “나팔을 불어 기념할 날” (레 23:24) 또는 “나팔을 불 날” (민 29:1)이라고 기록합니다. 모세는 나팔절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와 그 날의 목적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너희의 희락의 날과 너희가 정한 절기와 초하루에는 번제물을 드리고 화목제물을 드리며 나팔을 불라 그로 말미암아 너희의 하나님이 너희를 기억하시리라”고 밝힙니다 (민 10:10). 백성들은 경축일에 제사를 드리며 쇼파르를 울렸고, 여호와는 그들을 생각하여 축복을 내리셨습니다. 나팔 부는 날은 하나님의 백성들의 복지를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구전으로 전승된 유대인의 법률서인 미쉬나에는 로쉬 하샤나, 즉 새해에 관한 상세한 규율을 적고 있습니다. 신년을 알리는 쇼파르 소리는 “여호와가 우리의 왕이시다”는 선언입니다. 백성들은 이날 가장 깨끗한 새옷을 입고 경축합니다. 대개 순결을 상징하는 흰옷을 입습니다. 저녁이 되면 가족들은 식탁에 함께 모여 앉아 양초를 켜고 기도한 후에 특별히 준비한 음식들을 나눕니다. 둥글게 만들어진 할라 (challah)라는 빵을 먹습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둥근 빵처럼 태어나고 죽지만 다시 태어난다는 부활의 의미를 기억합니다. 새 모양으로 만들어 구어진 빵을 먹는 이유는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믿는 것입니다. “새가 날개치며 그 새끼를 보호함 같이 나 만군의 여호와가 예루살렘을 보호할 것이라.”
특별한 음식 중에는 혀와 같은 동물의 머리에서 나온 것들과 생선 머리를 먹으면서 “꼬리가 되지 말고 머리가 되도록” 기원합니다. 새해에 “게필테 피쉬”라고 부르는 생선 요리를 먹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창세기에 하나님께서 물에서 번성하는 물고기를 만드신 후에 그것에게 복을 주시며 “생육하고 번성하여 여러 바닷물에 충만하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풍요를 소망하기 때문입니다.
새해에 빠지지 않는 음식 중에 석류가 있습니다. 테이블에 앉은 가족들은 자신들에게 배급된 석류 알맹이를 꿀에 담가서 꺼내 먹습니다. 이 과일을 먹는 이유는 석류 알맹이 수만큼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는 달콤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의미입니다. 또한 석류 알맹이 수와 비슷한 율법 613가지를 잘 지키겠다는 결심이기도 합니다.
로쉬 하샤나에 가장 중요한 음식은 꿀입니다. 사과를 꿀에 찍어 서로 먹여주면서 “주님, 당신 뜻대로 우리를 행복하고 즐거운 새해로 인도하소서”라고 소망을 빌어 줍니다. 이는 모두에게 새해가 사과처럼 향기롭고 꿀처럼 달콤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정오와 저녁에 쇼파르가 전국에 울려 퍼집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깨워서 기도하라는 나팔 소리입니다. 백성들은 회당에 나가서 새로운 해를 위해서 기도합니다. 한 해를 건강하게 살도록 그리고 생명책에 기록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오후에는 강가에 모여 빵가루나 돌멩이를 강물에 던지는 “타실리크” 의식을 거행하며 기도문을 읽습니다. 타실리크는 “던지다”라는 뜻입니다. 죄를 상징하는 누룩으로 만든 빵 부스러기를 강물에 던져버리듯 여호와께서 자신들의 죄를 강물에 다 던져버려 달라는 소망의 기도를 드리는 것입니다.
로쉬 하샤나 기간 동안 쇼파르 소리가 일깨우는 또 다른 하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나팔을 부는 새해의 축제는 9일 동안 지속되어 10일 째에 죄를 회개하는 속죄 날을 맞이합니다. 성경은 나팔절과 속죄일을 다음과 같이 기록합니다. “그 달 첫날은 너희에게 쉬는 날이 될지니 이는 나팔을 불어 기념할 날이요 열흘 날은 속죄일이니 너희를 위하여 너희 하나님 여호와 앞에 속죄할 속죄일이 됨이니라.” 이스라엘 사람들은 열흘 동안 어떻게 하면 더 나은 하나님의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묵상합니다. 이때는 특히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궁핍한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그들에게 자선과 선행을 베풉니다. 가족이나 친밀한 사람들에게 잘못한 모든 일을 용서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리고 용서를 비는 사람들을 용서해 줍니다.
속죄날에 우리의 죄를 하나님께 용서 받기 위해서는 우리가 상처준 모든 사람들에게 반드시 용서를 구해야 했습니다. 단지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진정으로 변화할 의지가 있어야 했습니다. 정통파 유대인들은 다음 예화를 비유로 참 용서를 가르쳤습니다. 한 소년이 절친한 친구의 험담이 되는 비밀을 운동장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폭로했습니다. 그후 이 소년은 친구로부터 강하게 외면 당했습니다. 사과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조언을 구하러 온 그에게 랍비는 깃털이 들어 있는 베개를 들고 망루로 올라가 베개를 바람에 비우라고 했습니다. 소년이 랍비에게 돌아왔을 때, 그는 흩어진 모든 깃털을 모으라는 부드러운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는 “불가능해요!”라며 “모든 곳에 흩어져 있어요”라고 이유를 말합니다. 랍비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는 말은 이와 똑같은 것이다. 한번 내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같은 일을 다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수는 있다”고 교훈합니다.
새해 첫 10일은 나팔을 부는 날입니다. 희망의 나팔을 불고, 기도의 나팔을 불고, 더 좋은 사람이 되는 나팔을 불고, 죄 용서의 나팔을 불고, 또한 새로운 시작의 나팔을 부는 시간입니다. “그 날에 큰 나팔을 불리니,” 이는 하나님께서 행하실 달콤하고 놀라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지나간 일을 기억하려고 하지 말며, 옛일을 생각하지 말아라. 내가 이제 새 일을 하려고 한다. 이 일이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내가 광야에 길을 내겠으며, 사막에 강을 내겠다.”
이남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