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이야기 10> 용서 구하기
그동안에는 우리가 누군가를 용서하는 일에 관해서 여러 모로 살펴보았는데 이번 글에서는 우리가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하는 문제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다른 사람 때문에 나의 마음이 상하거나 실제적인 해를 입는 일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역으로 내가 한 말이나 행동 때문에 다른 사람이 상처를 입거나 해를 입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일이 일어나고 바로 돌아서서 내가 잘못한 것을 깨닫게 되는 일도 있겠지만 때로는 꽤 시간이 흐른 후에 나의 잘못을 깨닫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이든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해를 끼친 것을 깨달었다면 상대방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용서를 구해야 하겠지요.
나의 잘못을 깨닫고 상대방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은 우리가 하나님 앞에 죄를 깨닫고 회개하는 일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회개란 단지 하나님께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하며 죄를 시인하는 일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참된 회개는 죄를 시인하는 일뿐 아니라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해 슬퍼하는 마음과 다시는 같은 죄를 범하지 않고자 하는 다짐과 그 다짐에 따르는 실천, 즉 변화된 삶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하는 일에도 이런 요소들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이에 더하여 –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지은 죄의 죄책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담당하셨기 때문에 우리는 값없이 용서의 은혜를 누리게 되었지만 – 인간 관계에서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일도 용서를 구하는 일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용서를 구할 때는 용서를 구하는 사람의 진정성이 표현되어야 합니다.
자신이 행한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는 문제에 대하여는 출애굽기 22장에 상세한 예들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나 양을 도적질하여 잡거나 팔았을 경우에는 소 하나에 소 다섯을 갚고 양 하나에 양 넷으로 갚아야 합니다. 삭개오가 예수님께 “만일 뉘 것을 토색한 일이 있으면 사 배나 갚겠”다고 말한 것도 구약의 율법에 기초한 고백이었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리가 누군가에게 잘못한 일들이 이처럼 남의 물건을 도적질한 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어떤 일에 대해 잘못을 깨달었다면 그 깨달음의 진정성을 표현할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용서하는 사람의 입장이라면 상대방이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더라도 기꺼이 그 상대방을 끌어안을 마음의 자세를 가지는 것이 훌륭한 일이지만, 용서를 구하는 입장이 되었을 때는 상대방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이 없더라도 나의 미안한 마음의 진정성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제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용서를 구할 때 가져야 할 마음의 태도와 실제로 해야 할 일들을 몇 가지 짚어 보고자 합니다.
제일 먼저 할 일은 자신이 행한 잘못을 바르게 인식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자기중심의 한계를 벗어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상대방이 느꼈을 감정이나 실제로 발생한 손해나 불편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많은 일들은 어느 한 쪽만의 잘못이 아니라 쌍방의 잘못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방과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자신이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충분히 반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을 넘어서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지는 일이 필요합니다. 내가 잘못한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면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끼쳤다면 그 손해를 변상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변상의 계획을 세우는 일이 필요할 것입니다. 상대방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거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면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나의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상대방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사람의 마음으로 자신의 언행에 대해 슬퍼하는 마음을 가지는 일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런 마음은 상대방에게 사과할 때 진정성 있는 말로 표현될 것입니다.
셋째, 같은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으로 다짐해야 합니다. 이러한 다짐은 자신의 잘못을 상대방에게 시인하고 사과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께 잘못을 시인하고 마음의 다짐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는 기도를 포함합니다.
넷째, 그리고 나서 상대방에게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사과는 “내가 잘못 했어. 내가 생각이 짧았고 내 생각만 했어. (내가 오해를 했어.) 너에게 상처를 줘서 (손해를 끼쳐서) 미안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사과한다는 것은 “나를 용서해 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 미안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나를 용서하는 것은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지 내가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공감해 줄 때, 혹은 잘못해 대해 책임지고자 하는 태도를 보였을 때 상대방이 스스로 결정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용서를 구할 때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용서해 달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용서를 구하는 것입니다.
다섯째,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나의 사과를 들은 상대방이 쉽게 “괜찮아.”라고 말하며 나의 손을 잡아 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을 듣자마자 그동안 섭섭했던 마음을 쏟아 놓을 수도 있고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과 피해를 늘어놓을 수도 있습니다. 그 때 우리는 변명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인내심을 가지고 그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충분히 경험해야 하고 공감의 내용을 표현해야 합니다. “그렇게 힘들었구나. 내가 정말 미안해.”라고 말할 뿐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하고 묻는 것도 필요합니다. 만일 상대방이 요구하는 일이 있다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주면 좋을 것입니다.
여섯째, 변화된 행동으로 신뢰를 회복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구체적으로 책임지는 행동을 하는 일이 포함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상대방의 마음 속에서는 용서하는 일이 소리 없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박진경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객원교수, Family Alive 대표, 홈페이지: www.familyalive.ca, 이메일: familyalive20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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