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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구약의 베일을 들추며] 등록이 되셨습니까?_김카리스

등록이 되셨습니까? 김카리스

이 십 대 후반에 저는 이스라엘 유학 생활을 하였습니다. 성경을, 구약을 공부하러 갔었습니다. 간간이 돌아다녔던 이스라엘 성지 순례 여행지 중 저에게 가장 가슴 깊게 다가왔던 곳은 ‘욥바’였습니다. 지금은 Yafo(Tel Aviv-Yafo)라고 불리는 항구 도시입니다. 요나가 니느웨로 가기 싫어서 다시스로 가는 배를 탔던 항구이고요. 베드로가 율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정한 먹거리들에 대한 환상을 본 무두장이 시몬의 집이 있는 곳입니다. 요나와 베드로가 거부했으나 결국 이방인에게 하나님 나라를 전하는 물꼬를 튼 계기가 된 사건이 있었던 곳입니다. 성경을 공부하러 그 땅까지 갔던 이방인인 저는 ‘베드로의 제 육시 기도 시간에 벌써 하나님은 약 이천 년 후 욥바 선착장에 돌로 만든 말뚝 위에 앉아 사진을 찍고 있는 나도 염두에 두셨을 거야’라는 아주 지극히 자아중심적 상상을 하며 감격스러워했던 곳입니다.   

사도행전 10장의 베드로는 가죽을 만드느라 동물 사체와 배설물, 피비린내가 가득 찼을 무두장이의 욥바에 있는 집에 머물렀습니다. 구전 율법을 기록하고 있다는 유대 문학 미쉬나는 무두장이의 아내가 원할 경우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이혼 청구권을 줍니다. 가부장적인 고대 사회에서 여성에게 이런 권리를 인정해 주는 쉽게 볼 수 없는 경우입니다. 그만큼 그의 직업과 환경이 경시되었음을 짐작게 해줍니다. 그들은 진 밖에 머물러야 하는 나병환자와 동급의 취급을 받았습니다. 시각, 후각, 어쩌면 촉각적으로도   부정하게 느껴졌을 환경에 둘러싸인 그곳에서 하나님은 베드로에게 부정한 먹거리까지 들이미십니다. 세 번이나 자신의 정결을 주장하며 베드로는 먹기를 거부합니다. 에덴에서 선악과를 먹었던 아담과 하와는 다르게 광야에서 먹거리의 시험을 이기셨던 예수를 닮아보려는 수제자 베드로의 나름대로 애쓰는 모습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겉모습뿐 알맹이는 닮지 못했지만요. 이 부정한 먹거리의 환상을 생각하던 그 시각 베드로는 부정하게 취급되는 이방인인 고넬료의 집으로 초대받게 되고, “가라”는 성령의 음성을 듣고 가게 됩니다. 그의 발걸음이 신약에 기록된 첫 이방인의 회심을 불러옵니다. 하나님은 베드로에게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 하지 말라”라고 말씀하십니다(15절). 고넬료를 만난 후 베드로는 “각 나라 중 하나님을 경외하며 의를 행하는 사람은 다 받으시는 줄” 깨닫습니다(35절).

철저하게 정결의 교육을 받아온 유대인들에게 이방인과의 교제는 위법이었습니다(28절). 환상을 보는 기적까지 일어나야 이방인에게로 복음을 전할 마음이 베드로에게 생겼습니다. 아브라함의 자손들에게만 복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시편 87편을 통해 하나님은 다른 논리를 펼치십니다. 속지주의입니다. 말하자면, 국적을 줄 때 속인주의를 따르는 나라들은 법률 적용 대상의 태어난 지역이 아니라 그 사람이 부모가 자국민이냐 아니냐를 따져서 부여합니다. 핏줄을 따르는 거지요. 반대로 속지주의는 자국 영토 안에서 태어난 사람이면 부모의 시민권 여부에 관계없이 시민권을 부여합니다. 사람이 속한 땅의 경계를 기준 삼습니다.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이 그 대표적 예입니다. 그 속지주의를 시편 87편이 이야기하는듯 합니다. 

고라 자손의 시 곧 노래

1. 그의 터전이 성산에 있음이여
2. 여호와께서 야곱의 모든 거처보다 시온의 문들을 사랑하시는도다
3. 하나님의 성이여 너를 가리켜 영광스럽다 말하는도다 (셀라)
4. 나는 라합과 바벨론이 나를 아는 자 중에 있다 말하리라 보라 블레셋과 두로와 구스여 이것들도 거기서 났다 하리로다
5. 시온에 대하여 말하기를 이 사람, 저 사람이 거기서 났다고 말하리니 지존자가 친히 시온을 세우리라 하는도다
6. 여호와께서 민족들을 등록하실 때에는 그 수를 세시며 이 사람이 거기서 났다 하시리로다 (셀라)
7. 노래하는 자와 뛰어 노는 자들이 말하기를 나의 모든 근원이 네게 있다 하리로다    

속인주의 국적 부여 방법에서 이방인을 끌어안는 방법 중 하나는 ‘입양’이라면, 속지주의를 말하는 이 시편에서는 ‘등록’을 말합니다. 이스라엘과 적대적인 나라들의 백성들, 라합, 바벨론, 블레셋, 두로, 그리고 구스 백성들을 하나님이 택하신 도시 ‘시온’에서 났다고 여호와께서 민족들을 ‘등록’하신답니다 (6절). 많은 학자는 그 등록을 적는 곳을 하늘의 ‘생명책’으로 해석합니다. 하나님은 벌써 구약에서 속인주의,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자격을 뛰어넘는 기준을 말씀하십니다. 너희들이 자랑스러워하는 핏줄의 자격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물론, 이 이방인들이 모두 예루살렘에서 실제로 태어났을 리는 없습니다. 여호와와 그 성산을 사모하여 그 안에서 노래하며 뛰어노는 자들, 자기들의 생명의 근원이 그분께 있음을 고백하는 자들을 그곳에서 태어난 자로 여겨서 그들을 등록시켜 받아들이겠다는 말씀입니다(7절). 실상, 사람의 물리적 위치가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의 위치입니다. 그의 마음이 여호와께로 향하는가에 방점이 있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에서 제의를 위해 고라 자손이 지었던, 또 불렀던 노래. 민족적 이기주의로 흐르고 있던 베드로가 기억했었으면 하는 노래입니다. 부정한 사체와 오물을 가까이해야 해서 비천하던 무두장이도 날마다 바닷가에서 씻고 정결함을 회복할 수 있음을 본 베드로는 이방인도 예수의 피로 씻김을 받고 예수 공동체의 진 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깨달아갔을 겁니다. 아브라함을 선택하실 때부터 모든 민족을 염두에 두셨던 하나님, 시온을 선택하시고 터전 삼으신 하나님, 우리 마음의 위치를 보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당신은 당신의 마음의 위치로 등록이 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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