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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상돋보기] 비판, 관계망을 살피라

비판, 관계망을 살피라

부부가 아침 일찍 산책을 하면서 길을 간다. 그런데 길가에 호박꽃이 피면서 호박이 열려있다. 시골에서 자란 신랑은 호박에 대한 추억이 있는지 반가운 음성으로 크게 외친다. “와, 호박이다!” 그 소리에 아내는 화들짝 놀랐다. 지나가다가 갑자기 자기를 보면서 ‘와~호박이다!’ 라고 하니, 순간 기분이 상했다. 

신랑을 출근시키고 오후가 되자 초등학교 저학년 아들이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온다. “엄마 엄마! 내일 실습인데 호박 갖고 오래.” 그러자 순간 가라앉혔던 상한 마음이 확 오른다. “뭐? 시끄러!” 저녁이 되었다. 신랑이 퇴근해서 밥을 먹는다. “아~ 된장 맛있다. 어? 그런데 호박이 없네?” 그러자 아내가 신경질적으로 대꾸한다. “아니 당신은 반찬투정이 너무 심해…그냥 드시죠!” 화가 나서 뾰루퉁 하고 있는데 “띵동!” 초인종 소리가 난다. “누구세요?” 아들이 뛰어나간다. 그러자 “예, 앞집인데요, 음식했는데 드셔보세요.” 그러자 아들이 좋아서 펄떡펄떡 뛰어오며 말한다. “엄마~ 호박전이에요!”

처음에 아무렇지도 않았던 호박이 친밀했던 관계로부터 받은 기분 나쁜 표현으로 마음이 상한다. 급기야는 호박이라는 말만 나오면 호박을 입에 담는 사람에게 매우 비판적인 말들을 쏟아낸다. 이처럼 비판의 문제는 단순히 나 혼자의 결심으로만 풀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알고 보면 비판의 문제에는 여러가지 관계망이 얽혀있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의 비판에 휘둘리기 전에 비판하는 이들 사이에 얽혀 있는 예민하고 복잡한 관계망을 살펴보아야 한다.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너희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마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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