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단상] 준비하고 있으라_누가복음 12:40-48_손동휘 목사(런던한인교회)

“준비하고 있으라” [누가복음 12:40-48]

손동휘 목사(런던한인교회)

중국의 극동 지방에서 자라는 “모소 대나무(Moso Bamboo)”가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대나무로 최대 28m, 지름은 20cm가 넘게 자랍니다. 그런데 이 모소 대나무에는 아주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처음 씨앗을 심은 후, 매일 물을 주고 가꾸어도 4년 동안 30cm만 자랍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눈에 띄는 성장이 없어 사람들이 실망하고 포기합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는 곳에서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4년 동안 모소 대나무는 땅속 깊은 곳으로 수백 제곱미터에 달하는 깊고 튼튼한 뿌리를 내리는 데 온 힘을 쏟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5년째가 되면 폭발적인 성장을 합니다. 하루에 30cm, 때로는 1m씩 자라며, 단 6주 만에 15m 이상의 키를 갖춘 울창한 대나무 숲을 이룹니다. 이렇게 자란 모소 대나무 줄기는 밀도가 매우 높고 오크 나무보다 단단합니다. 그 뿌리가 땅을 단단히 붙잡고 있어서 폭풍우가 몰려와도 쓰러지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저와 여러분의 인생 가운데 그렇게 일하고 계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런던한인교회 가운데 그렇게 일하고 계십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하나님은 우리를 깊이 준비시키고 계십니다. 그 언젠가 세상의 허망한 모든 말들이 안개처럼 사라질 그 자리에 우뚝 서게 될 생명의 말씀, 그 깊은 진리의 세계로 우리를 깊이 뿌리내리게 하십니다. 오직 은혜, 한량없는 은혜, 갚을 수 없는 은혜, 당연한 것 하나도 없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 안으로 우리를 깊이 더 깊이 뿌리내리게 하십니다. 해변에 쓰여진 글씨처럼 사라지고 말 우리의 이름들이 아닌, 오직 예수의 이름, 모든이름 위에 뛰어난 그 이름 안에 우리를 뿌리내리게 하십니다. 보이지 않아도, 느려도, 더디되는 것 같아도, 하나님은 우리를 준비시키십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저와 여러분에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너희도 준비하고 있으라 생각하지 않은 때에 인자가 오리라. (40절) 이 말씀은 여러분을 겁주는 경고가 아닙니다. 이 말씀은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믿으신다는 초대입니다. 주님은 여러분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으십니다. 주님이 여러분을 불러서 구원하셨을 때에는 여러분을 향한 목적이 있습니다. 광야를 지나며 오아시스가 보이지 않는 그 자리에서 준비되길 원하십니다. 하나님은 여러분에 대해서 서두르지 않고, 준비되길 기다리십니다. 하나님은 우리 교회에 대해서 서두르지 않고, 준비되길 기다리십니다. 

예수님께서 비유로 든 본문의 상황을 한 번 보십시오. 주인은 종들에게 자신의 집과 사람들을 맡기고 떠났습니다. 언제 돌아올지 말하지 않았으나, 결국에는 올 것입니다. 그래서 주인이 종들에게 기대하는 기대치가 있습니다. 지혜 있고 진실한 청지기가 되어 주인에게 그 집 종들을 맡아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누어 줄 자가 누구냐 (42절)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누어 주는 삶”이 바로 준비된 자의 삶입니다. 주인의 뜻을 알고, 말씀의 양식을 준비하여, 다른 이에게 나누어주는 삶입니다. 예수께서는 그런 청지기에게 하늘의 소유를 맡기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런데 준비되지 않은 종은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주인이 더디 오리라 (45절) 그는 주인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올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준비하기를 멈췄습니다. 먹고 마시며, 자신이 가진 시간을 다 낭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을 괴롭혔습니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삶도, 타인의 삶도 허망하게 낭비시켜 버렸습니다.  

여기서 예수님이 “더디 오리라”하신 표현에 중요한 메시지가 숨어 있습니다. 

“더디다”는 표현은 단지 “늦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기대한 것보다 늦게 온다”와 

“기대한 것보다 일찍 온다”는 뜻이 있습니다. 즉 “더디 오리라”란 주님 말씀의 핵심은 “너희는 그 때를 모른다”는 것입니다.

주인은 종들이 예상한 것보다 빨리 올수도 있고, 늦게 올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주님은 예상보다 일찍 오실수도, 늦게 오실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죽음이라는 이 땅에서의 종말이 우리의 기대나 예상보다 일찍일수도, 늦게일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가 아니라 “지금 나는 준비되어 있는가”입니다. 모르기 때문에 성실하지 못한 종처럼 허망하게 삶을 낭비하며 살지, 아니면 때를 따라 말씀과 성령의 양식을 나누어주며 살지로 삶은 판가름 납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예수께서는 이런 우리 인생의 현실에 방점을 찍으십니다. 생각하지 않은 날 알지 못하는 시각에 (46절) 

1세기 경에 쓰여진 초대교회 문서인 디다케는 이렇게 교우들을 가르쳤습니다. 여러분의 생활을 조심하십시오. 여러분의 등잔불은 꺼지지 않게 하고, 여러분의 허리띠는 풀어지지 않게 하여, 준비하고 있으십시오. 우리 주님께서 오시는 시간을 여러분은 모르기 때문입니다 (디다케 16:1).  

주님이 언제 오실지 모르기에, 이 땅에서의 나의 마지막 날이 언제일지 모르기에, 우리는 “바로 지금 여기 오늘” 깨어 있는 자로 살아야 합니다. 준비하는 자로 살아야 합니다. 준비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벌벌 떠는 것이 아닙니다. 준비란 주님께서 우리에게 남겨주신 유일한 것 중의 하나인 성경의 말씀에 깊이 뿌리를 내리는 것입니다. 말씀이 나의 기준이 되고, 말씀이 교회의 중심이 되는 삶이 준비입니다. 그 말씀이 내 안에서 생명처럼 자라나고, 그 말씀의 한 상 위에 둘러서 말씀을 먹으며 서로 연결되어 가는 공동체가 되어가는 것이 바로 준비입니다. 그리고 또다른 준비란 주님께서 우리에게 남겨주신 유일한 것 중의 또 다른 하나인 성령님의 권세 안에 깊이 뿌리를 내리는 것입니다. 성령님은 보이지 않지만, 말씀의 뿌리를 살리시는 생명의 숨결이십니다. 주님의 때를 기다리며, 지치지 않고 믿음을 새롭게 해주시는 분이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우리에게 너무나도 많은 것을 맡기셨습니다. 우리에게 성경과 성령이 있다면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위탁하신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를 믿으신다는 은혜의 증거이자 선물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책임입니다. 은혜는 값없이 주어지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은혜는 무겁습니다. 왜냐하면 그 은혜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 전부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은혜를 받은 저와 여러분, 그리고 우리 공동체에 말씀하십니다. 무릇 많이 받은 자에게는 많이 요구할 것이요 많이 맡은 자에게는 많이 달라 할 것이니라 (48절). 은혜를 많이 받은 자에겐 주님께서 많이 요구하십니다. 은혜를 적게 받은 자에겐 주님께서 적게 요구하십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적은 은혜라도 그것은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폭풍우가 다가올 때에야 비로소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이미 늦습니다. 태양이 비출 때, 바람이 잔잔할 때, 그때 깊이 뿌리를 내려야 합니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모소 대나무처럼 4년 동안 고작 30cm만 자라는 것 같아 보여도, 땅 속에 수백 제곱미터에 달하는 깊고 튼튼한 뿌리를 내리는 데 힘을 쏟아야 합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지금 이 시간, 말씀과 성령 안에서 여러분의 영혼을 깊이 준비해야 합니다.  

“런던한인교회는 사람들을 이끌어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관계에서 자라게 한다.” 우리의 모든 목적은 오직 예수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준비입니다. 오직 예수의 이름을 모든 이름 위에 두고, 오직 그분의 말씀을 중심에 두고, 그 이름과 그 말씀의 상에 둘러앉아 마음을 엮어, 말씀을 듣고, 말씀을 나누고, 말씀으로 울고 웃고, 말씀 앞에 내 삶을 던지는 그런 공동체 말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그분의 이름과 그분의 말씀으로 인하여 심장이 뛰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분의 이름과 그분의 말씀 안에서 주님과의 관계가 자라고 있습니까? 주님은 우리에게 당신의 이름과 당신의 말씀을 맡기셨습니다. 그리고 많이 받은 우리에게 많이 요구하십니다.  

언제일지 모르는 “생각하지 않은 날 알지 못하는 시각에” 주님께서 오십니다. 세상의 종말이야 막연할지 모르지만 나 개인의 종말은 정말로 임박했습니다. 수 십 년이 남았다고 그것은 그저 밤의 한 경점일 뿐 참으로 순간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준비합시다.  지금 여기서, 오늘 일상 속에서 말씀과 성령 안에 깊이 뿌리를 내립시다. 다른 것, 다른 사람 바라보지 말고, 오직 예수만 바라봅시다. 나의 말, 타인의 말, 귀 기울이기보다 오직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입시다. 나의 이름, 당신의 이름, 심지어 교회의 이름도 다 사라질지라도, 세세토록 영원히 남을 유일한 이름, 모든 민족과 열방과 방언들이 나와서 무릎 꿇을 그 이름, 예수의 이름만 우리의 삶에, 교회의 삶에 남깁시다.  

그러므로 너희도 준비하고 있으라 생각하지 않은 때에 인자가 오리라!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