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누여정에서 만난 사람들 – 하워드 Leaving No one behind
원주민은 전통 카누 여정을 통해 외부세계와의 연결을 도모하기도 한다. 그 외부세계 중 하나가 경찰이다. 원주민 다수가 경찰을 불편해하는데, 백인과 원주민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면 경찰들이 무조건 원주민을 범인으로 지목하며 과잉진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주민이 백인 경찰들과 함께 무엇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이 Pulling together 카누 여정은 원주민과 밴쿠버 지역 경찰과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며 함께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서 밴쿠버 지역 경찰팀은 매년 시간과 재정을 들여 본 여정에 참여하고 있다.
그중에도 밴쿠버 경찰 팀의 대장인 하워드는 매년 경찰들을 이끌고 이 카누여정에 참석한다. 그는 남다른 책임감과 리더십을 지닌 사람이었는데, 매번 아침 일찍 일어나 식당에서 밥을 준비하기도 했다. 언제나 진취적이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여유있게 전체를 이끌어가는 카누 대장이었다.
한번은 우리 가족 전체를 데리고 카누여정에 참석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첫째 아들이 카누를 무척 타고 싶어 했는데, 하워드가 기꺼이 자신이 대장으로 있는 카누에 승선을 할수 있게 해주었다. 자기 아들과 우리 큰 아들이 나이가 같다면서 친근함의 표시로 그 배에 태워 준 것이었다. 당시 카누 여정은 캐나다 건국 150주년을 기념하느라 밴쿠버 근방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크게 위험하지 않았다. 혹 위험한 상황이 닥쳤다 하더라도 충분한 응급조치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린 아들을 카누에 태우는 것이 다소 걱정스러웠다. 팀이야 오랜 시간 같이 훈련하면서 단련되어 있지만 어린 아들이 혹 소외감을 느끼거나 어려움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였다. 내 마음을 읽었는지, 하워드는 젊은 경찰에게 아이를 가까이서 지켜보라는 임무를 맡겼다. 그래도 걱정을 떨치지 못한 나는 하워드에게 다가가 우리 아들을 당신 아들처럼 잘 좀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하워드는 이 한 마디를 했다, ‘We Leave No one behind.’ 모든 카누 가족들을 안전하게 도착하기까지 책임을 지고 끝까지 남김 없이 데리고 가겠다는 말이었다.
처음에 나는 이 말이 하워드 개인의 다짐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밴쿠버 경찰 팀 전체가 이 말을 복창하면서 하워드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그의 명령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후 우리 아이는 하루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도착했고, 하워드는 내게 오더니 약속을 지켰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네 아들이 우리 카누 가족에 들어온 순간부터 아이는 네 가족인 동시의 우리 가족이다. 혹 아이에게 필요한 음식과 장비가 없다면 우리가 책임질 것이다. 우리는 한 배를 탄 가족이기 때문이다.”
Leaving no one behind라는 말 속에는 약속한 이상 끝까지 책임지고 지켜내겠다는 무거운 다짐이 담겨있다. 한 번 헌신을 약속한 이상, 내 상황이나 마음과 상관 없이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진중한 태도는 우리가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보여야 할 모습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