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김재유 선교사와 함께하는 원주민 선교 이야기] 1. 고추장

김재유 선교사와 함께하는 원주민 선교 이야기 (1) 고추장

미국 택사스주, 달라스의 한우리교회에서 선교 사역을 담당하면서 오클라호마 주의 착타오 원주민 (Choctaw Indian) 마을을 섬기던 중에 2010년에 남침례교단 국내선교부(NAMB)로 부터 캐나다 위니펙에 원주민 선교사로 파송 받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근엄한 표정으로 농담을 잘 하지 않던 어느 목사님이 저에게 선교사 파송을 축하한다고 하면서 “선교사님, 원주민 마을에는 제일 높은 분이 추장이지요? 그런데 추장보다 더 높은 분이 있는데 혹시 알고 있습니까?” 라고 질문하셨습니다. 그래서 모른다고 하였더니, “추장 위에는 고 추장이 있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분이 아마 지역 추장(Regional Chief)을 고(高) 추장이라고 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선교사님, 고 추장보다 더 높은 분이 있는데 아세요?”라고 다시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또 모른다고 했더니 만, “고 추장 위에는 초 고 추장이 있습니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도 눈치를 채지 못하고 어벙벙하게 있었더니 그분이 “선교사님, 그런데 초 고 추장보다 더 높은 분이 또 계십니다. 그분을 아세요?”라고 재차 물으시길래, 그래도 제가 모른다고 했더니 그분이 웃으면서 “선교사님 공부 좀 하세요. 초 고 추장 위에는 태양 초 고추장이 있습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그제서야 그 분이 농담으로 원주민 추장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 기호식품인 고추장을 말하시는 것을 알고 함께 폭소를 터뜨린 기억이 새롭습니다.  

지금도 미국에 가면 “선교사님, 캐나다에는 원주민들이 천막집에 살면서, 머리에 깃털을 꼽고, 얼굴에 색칠을 하고, 이상한 소리를 지르면서 말을 달립니까?”라고 물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 마다 저는 “에이, 아니지요. 지금은 그렇게 살지 않습니다”라고 하면서 “이 분들이 원주민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구나, 아직도 서부영화에서나 나오는 인디언을 생각하고 있다니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우리도 어쩌면 가까이에 있는 원주민들을 잘 모르면서도 막연히 잘 안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너무 쉽게 판단하고 있지는 않는지, 또는 근거 없는 잘못된 편견에 사로잡혀서 그들을 오해하고 있지는 않는지, 정복자인 백인중심의 편향된 역사관에 세뇌되어서 진실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2016년에 알버타 주로 옮겨와서, 지금은 에드먼턴에 거주하면서 알버타 사랑의 군대 (Love Corps Alberta)를 통해서 이 땅의 원주민들을 섬기고 있습니다. 알버타 사랑의 군대는 2001년부터 시작하여, “한 손에 사랑을 들고, 한 손에 복음을 들고, 원주민의 신실한 친구가 되자”는 미션을 가지고 “원주민 회복, 캐나다 회복, 하나님 나라 회복”이라는 원대한 꿈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습니다. 지역교회를 통해서 선교 봉사자들을 동원 및 훈련하여 단기선교로 원주민 마을을 섬기고, 교회와 원주민 마을을 연결하여 동반 성장하도록 하며, 전문 선교사 양성을 목표로 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9년에 예고없이 시작된 코로나(COVID-19) 팬데믹으로 인하여,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상의 속박으로 인하여 당황하고, 지치고, 낙심하기도 했지만, 더욱이 원주민 마을의 출입이 봉쇄되면서, 원주민 마을선교는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원주민 마을선교 방법과 전략을 찾아야만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작년 여름에는 캠룹스(BC)의 옛 기숙학교 터에서 215구의 원주민 어린이 무덤이 발굴된 것을 시작으로 하여, 그레이슨(SK)과 크랜브룩(BC)까지 더하여, 1000구가 넘는 어린이 무덤이 발굴되어, 원주민들의 처절한 상처를 다시한번 파헤치는 아픔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오미크론 변종으로 인한 유례없는 폭발적인 감염의 확산으로 인하여, 금년의 여름선교 까지도 위협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고 심각한 팬데믹의 터널을 지나면서, 이렇게 꽉 막힌 상황속에서 무엇을 하면 좋은가를 고민하는 가운데, 2020년에는 알버타 대학에서 “캐나다 원주민(Indigenous Canada)”이라는 과목과 토론토 대학의 “원주민의 세계관과 교육(Aboriginal Worldview and Education)”이라는 과목을 수강하면서 원주민 교수님들로부터 원주민의 관점에서 본, 이 땅의 원주민을 공부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1년에는 알버타 대학에서 “원주민의 고정관념 대처법(Countering Stereotypes of Indigenous People)”과 “원주민과 과학기술(Indigenous Peoples and Technoscience)”이라는 과목을 청강하면서 원주민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많이 부족하지만, 그동안 미국과 캐나다에서 원주민 마을들을 섬기면서,제 나름으로 경험하고 배운 내용들을 이 컬럼을 통해서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캐나다 원주민: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의 삶과 사상, 문화와 전통을 함께 공부하면서 우리들 주변의 원주민들을 좀 더 바르게 알고, 더 많이 이해하게 되는 기회가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보충하실 내용이 있으시면, 신문사를 통해서 알려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이 땅의 원주민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불철주야로 수고하시는 동료 선교사님들께 감사와 격려를 올려드립니다.  

김재유 선교사 (알버타 사랑의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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