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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동네목사개척이야기] 낭만 매직, 닥터 김사부

낭만 매직, 닥터 김사부

SBS 금토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가 시작되었다. 첫 회 공개와 동시에 12.7%(닐슨 코리아) 시청률로 가볍게 두 자릿수를 넘겨버렸다. 2016년에 시즌 1이, 2020년에 시즌 2가 방영되었다. 이 드라마가 시작된지 어언 7년째이다. 강원도의 작은 돌담병원을 배경으로 때론 긴박하게 때론 먹먹하게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던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3”는 이제 브랜드가 되었다.

이 작품은 ‘낭만’이라는 키워드에 집약된다. 돈과 권력에 의해 굴러가는 인정머리 없는 세상에 대해 ‘낭만’이라는 키워드에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길 바라는 사람들의 응원이 담긴다. 닥터 김사부가 외치는 “더 소중한 건 사람이고 생명”이라는 외침이 메아리가 되어 사람들의 감정의 꼭대기에서 계속 맴돌이한다. 

개척 교회 목사에게 “낭만 닥터 김사부”는 기성교회 현장과 대비되는 현장에서, 팍팍한 세상에서 더부살이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부르심의 공명을 일으킨다.

사람들이 거들떠도 안 보던 ‘낭만’이란 말을 집어들게 되는 때는 인생이 너무 건조하고, 팍팍하고, 다급할 때이다. 낭만 없이는 일의 성과도 인생의 재미도 다 요원한 일이다. 삶에서 부질없는 것 같은 반복과 책임들로 삶의 ‘의미’가 증발할 때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자꾸만 끄집어내야 하는 그런 ‘의미’를 고파할 때 삶의 낭만은 반짝 반짝거린다.

사람들에게 ‘낭만’은 다채로운, 여리디 여린 실바람 같다. ‘신선하게 내려진 커피 한 잔’에서 낭만을 찾기도 하고, 길거리 도는 공원 한 모퉁이에서의 뮤지션들의 버스킹에서 잠시 느끼기도 한다. 스위스에 도착해서 알프스산맥을 마주했을 때 ‘낭만’이 느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낭만은 카페 풍경 속에만 깃드는 것도 아니며, 여행자에 주어진 향연에 갇히지 않는다. 낭만은 삶의 의미를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하다. 

당신의 낭만은 무엇인가? 

당신의 낭만은 감미롭고 감상적인 분위기나 자세로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말하는건 아닐까? 많은 사람들에게 낭만은 말랑말랑하다. 각지고, 모난 세상과 사람들, 전쟁터 같은 일터와 건조한 가족관계에서 쿠션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낭만이라는 키워드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로부터 자신을 지탱하기 위해 ‘낭만’을 찾을른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낭만 없이 뭔 재미로 인생을 산단 말이가~!! 낭만이 있어야 진짜 인생인 게지.”

한가한 소리 같지만 한가한 소리가 아니다.

낭만을 말랑말랑한 감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닥터 김사부의 낭만은 눈에 불꽃을 일으킨다. 낭만의 온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닥터 김사부의 낭만은 열렬하다. 피가 터지고, 비명과 아우성이 들리는 곳에서 시작되는 낭만이기 때문이다. 닥터 김사부는 ‘낭만’에 생기를 불어넣고 “개멋”부리기 위해 피를 뒤집어 쓰고, 한바탕 욕설을 내지르는가 하면, 생사를 오가는 한 사람을 두고 오욕과 씨름해야 하는 현장에서 피어난다. 싸워야 지킬 수 있는 낭만이다. 돈이라는 괴물과 싸워야 하기에, 통념이라는 벽을 넘어서야 하기 때문에, 얄팍한 양심을 단단한 가치로 일으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 시즌3에서 닥터 김사부의 ‘낭만’은 유실되거나 변색되지 않기 위해 물러서지 않는 방식으로 드라마 스토리는 전개될 것이다. 

시즌3 첫 회에서도 김사부의 바로 이 ‘낭만적인’ 면면으로 채워졌다. 

탈북자들이 해경에 구조되지만, 총상을 입어 사경을 헤매는 그들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걸 함장은 허가하지 않는다. 마침 남북 실무자 회담이 열리고 있는 시점이라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김사부는 따끔하지만 시원시원한 소신을 털어놓으며 함장을 설득한다. 

“함장님. 함장님이나 나나 그 사람 목숨 지키자고 밤낮으로 이 짓거리 하고 있는 건데 그럼 사람부터 살리고 보는 게 우선이죠? 예? 정치적 상황이야 정치하는 양반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아닌가요?“

돌담 병원에는 이상한 긴장감이 있다. 환자의 목숨을 살리겠다는 의사의 소신과 부딪치는 돈에 대한 계산서, 욕망에 대한 목마름, 자기 성공에 대한 배고픔이 모퉁이마다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양심이 아픈게 아니라 욕심이 아픈 시대”에 대해 닥터 김사부는 또다시 “낭만”이라는 처방전을 가지고 나왔다. 

이렇게 열렬한 낭만이 현실과의 괴리 속에서 어떤 매직을 펼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세상은 사랑에 배고파하고, 낭만에 배고파한다. 진리에 배고파하고, 가치에 배고파한다. 힘센 세상과의 힘겨루기를 잠시 내려놓고 손익 계산서의 촘촘한 그물망을 빠져나와 낭만적 분위기로 영혼을 붉게 물들일 파동이 필요한 시대이다. 

개척 교회 목사로서 닥터 김사부의 낭만은 때로는 부르심의 현장에서 공명하게 된다 “나는 왜 그 자리에 있는가?”, “나의 심장은 무엇 때문에 뜨거워지는가?” 그런 현장마다 닥터 김사부의 낭만은 말랑말랑한 낭만적인 실바람이 아니라 뜨거운 예배이거나, 가슴이 절이는 섬김이거나, 절절한 연대이거나, 찾아가는 사랑이거나,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평안이거나, 무례하지 않은 위로일 것이다. 그런 자리는 “어디까지가 목사가 짊어져야 할 무게입니까?” 하는 질문이 따라올 것이다. 이런 질문이 되돌아오는 현장이 목사의 낭만의 자리 아닐까? 

복음 안에 담지 된 사랑과 진리와 가치와 웃음을 낭만적으로 보여주는 삶이 되길 소망한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이 “당신은 낭만적이야” 라는 말을 듣는 하루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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