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분노와 쓴 마음을 격동시키는 경우들
신약성경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을 향한 대표적인 권면은 에베소서 6장 4절의 “또 아비들아, 네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양과 훈계로 양육하라”는 말씀입니다. 여기에서 “노엽게”라는 말을 영어 NIV 성경에서는 “exasperate”로 번역하였는데 이 단어는 ‘분노를 격동시키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슷한 권면이 골로새서 3장 21절에서도 나오는데 “아비들아, 네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지니 낙심할까 함이라”는 권면입니다. NIV는 이 구절의 “노엽게”를 “embitter”라는 말을 사용하여 번역하였는데 이 단어는 “쓴 마음을 품게 하다” 혹은 “원통하게 만들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에베소서 6장 4절과 골로새서 3장 21절의 권면을 풀어서 종합하면 “네 자녀에게 분노를 격동시키거나 쓴 마음이 생기게 하지 말고 주님의 방법으로 가르치고 훈계하면서 양육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방법으로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자녀들에게 분노를 격동시키거나 쓴 마음이 생기게 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녀들은 어떤 경우에 분노가 격동되거나 쓴 마음이 생기게 될까요?
제일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경우는 자녀들의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거나 자녀들이 노력해서 얻은 성과에 대해 칭찬해 주지 않는 것입니다. 잘한 일들에 대해서는 칭찬하지 않고 잘못한 일들만 꼬집어서 지적한다면 자녀들은 부모의 사랑을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실망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성적표를 받아왔을 때 잘한 과목들에 대해서는 칭찬하지 않으면서 성적이 낮은 과목에만 초점을 맞추어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만 강조한다면 아이는 마음이 슬퍼질 것입니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 쓴 마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칭찬이나 인정은 하지 않고 끊임없이 더 잘할 것을 요구하기만 하거나 단점과 실수만 강조하고 지나치게 책망하고 비판하는 태도는 자녀를 슬프게 하며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 단지 슬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분노가 생기기도 하고 쓴 마음이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다른 예를 들면, 자녀가 학교에서 영어 단어 받아쓰기 시험을 보았는데 60점을 받았다고 합시다. 시험 답안지를 집에 가져왔을 때 부모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돼. 이런 성적으로는 대학에 갈 수 없어.”라고 반응했습니다. 다음 번에 아이는 받아쓰기에서 80점을 받았습니다. 아이는 자기의 성적이 좋아졌기 때문에 부모에게 자랑스럽게 답안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아직도 2개나 틀렸네. 더 열심히 해.”라고 말했습니다. 드디어 아이가 100점을 받은 날 아이는 “엄마~ 나 100점 맞았어요!”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들어왔습니다. 그 때 엄마가 아이와 함께 기뻐하면서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것을 칭찬하는 대신 “오늘 100점 맞은 아이가 몇 명이나 돼?”라고 묻는다면 아이는 크게 실망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실망은 어쩌면 오랫동안 아이의 마음에 남는 상처가 될 것입니다. 특히, 자녀들은 부모가 동기나 과정을 보지 않고 결과만 중시할 때 실망하기 쉽습니다.
다음으로 자녀에게 분노나 쓴 마음을 만드는 일로는 편애를 들 수 있습니다. 자녀들 중 어떤 한 아이만 편애한다면 편애에서 제외된 아이는 슬픔을 느끼게 되고 그 슬픔은 분노와 쓴 마음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부모 쪽에서는 편애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자녀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편애를 한다고 느낄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들에게 골고루 사랑을 표현해 주려고 노력해야 하며 어느 한 아이에게 칭찬이나 사랑의 표현이 집중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녀들 중 부모의 기대에 맞추는 아이만 칭찬한다면 칭찬을 받지 못하는 아이의 마음에는 분노와 쓴 뿌리가 자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나의 잣대를 가지고 형제들 사이에 비교해서는 안 되며 아이들마다 각각 잘 하는 일들이 다를 수 있으므로 잘 하는 일들을 찾아서 골고루 칭찬하는 것은 부모의 배려이고 지혜입니다. 비교와 관련해서는 형제들 사이의 비교 뿐만 아니라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아이의 마음을 슬프게 하고 분노와 쓴 마음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자녀들은 부모가 자기의 말에 귀 기울여 주지 않을 때, 자신의 의사나 감정이 무시될 때,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부모가 소중히 여겨주지 않을 때 슬픔과 낙심을 경험하며 그런 슬픔과 낙심은 분노와 쓴 뿌리 마음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자녀들은 지나친 간섭이나 잔소리에 분노합니다. 특히 청소년기의 자녀들은 자의식이 발달하면서 부모의 간섭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부모는 무심코 하는 말이지만 자녀의 입장에서 보면 간섭인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의 간섭은 자녀가 스스로 일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때문에 자녀의 입장에서는 부모가 자신을 신뢰해주지 않는다고 인식되어 분노가 생기는 것입니다.
또한 청소년기의 자녀들은 부모의 말이나 가르침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부모가 불합리하거나 일관성이 없이 변덕스러운 기준을 가지고 이야기할 때 마음 속에 분노가 일어납니다. 청소년기는 논리적 사고 능력이 발달하기 때문에 논리적이지 못한 일에 대해 쉽게 분노하는 것입니다.
부모로서 자녀에게 분노나 쓴 마음을 품게 하지 말하야 하는 이유는 그런 일들이 자녀와의 관계를 훼손하고 자녀들로 하여금 부모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게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게 되면 부모는 자녀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게 되어 자녀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고자 할 때 자녀들이 마음을 열고 그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게 됩니다. 그러기에 성경은 부모에게 자녀를 분노하게 하지 말라고 권면하는 것입니다. 이 말은 자녀의 눈치를 보거나 자녀에게 아첨하라는 뜻이 아니라 자녀와 긍정적인 상호관계를 가지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주는 것입니다.
박진경 (전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교수, Family Alive 대표, 홈페이지: www.familyalive.ca, 이메일: inquiry@familyalive.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