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패밀리 얼라이브] <분노 이야기 2>    분노의 정체에 대한 견해들 및 분노와 관련된 감정들

<분노 이야기 2>    분노의 정체에 대한 견해들 및 분노와 관련된 감정들

지난 글에서는 분노의 사전적 의미와 분노 감정의 성격에 대해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분노가 무엇인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분노의 정체에 대한 몇 가지 견해들을 살펴보고 분노와 관련된 여러 종류의 부정적 감정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분노의 정체에 관한 견해들

첫째로, 분노는 자신에게 일어난 불쾌한 일에 대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본능적인 반응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본능이란 한 생명체가 자신의 생명 혹은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특별한 사고 과정을 거치지 않고 즉각적으로 취하는 행동 방식의 내재적 경향성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본능적 행동과 반대되는 개념은 학습을 통해 획득한 지식을 토대로 이성적, 논리적 사고 과정을 거치는 행동, 즉 이성적 행동입니다. 분노를 본능적 반응이라고 보는 이유는 바로 이런 논리적 사고 과정보다는 감정에 기초해서 생기는 반응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분노는 자신에게 일어난 불쾌한 일로부터 자신을 보호 또는 방어하기 위해 일어나는 공격적 감정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불쾌한 일이 생겼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본능이 작동합니다. 그런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저항하거나 상대방을 공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의 공격은 상대방을 해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정당방위의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로, 분노는 자신에게 일어난 불쾌한 일로 인해 발생한 불편한 감정의 결과로서 생기는 부정적 감정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에게 불쾌한 일이 생겼을 때 우리는 먼저 그 일에 대한 정서적 반응, 즉 충격, 두려움, 섭섭함, 언짢음, 슬픔, 분함, 원통함, 억울함, 답답함 등의 불편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 때 우리는 우리에게 생긴 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또는 우리가 느낀 불편한 감정으로부터 우리를 구해내기 위해 상대방이 한 말이나 행동이 정당하지 않다고 항의하거나 상대방을 공격하려는 마음이 생깁니다. 이처럼 상대방에게 항의하거나 공격하려는 마음을 포함한 부정적 감정을 분노라고 보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견해들은 서로 상반된 견해라기보다 분노를 서로 다른 측면에서 조명해 본 것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견해는 본능의 작동 과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노가 자신에게 생긴 일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면 두번째 견해는 본능의 작동 목적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노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반응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세번째 견해는 분노가 자신에게 생긴 불쾌한 일에 대해 1차적으로 발생한 불편한 감정 후에 생기는 후발 감정이라는 사실과 상대방에 대해 부정적인 정서와 부정적인 태도를 포함하는 감정이라는 사실을 강조한 것입니다. 

분노와 관련된 감정들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분노는 우리에게 생긴 불쾌한 일로부터 시작됩니다. 예를 들면, 우리에게 손해가 생긴 일, 누군가 우리를 공격하는 일 등은 모두 불쾌한 일에 속합니다. 누군가 우리를 오해하고 험담을 하고 다니거나 어떤 정당하지 못한 이유로 우리를 차별한다면 그것도 불쾌한 일이 됩니다. 

위와 같은 일을 당하게 되면 우리는 제일 먼저 슬픔이나 충격, 섭섭함, 언짢음, 짜증, 억울함, 답답함 등을 겪게 되는데 이런 부정적인 불편한 감정들이 우리가 불쾌한 일을 당했을 때 생기는 1차 감정입니다. 그런데 그 불쾌한 일이 (1) 올바르지 못하고 정당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나 (2) 자신의 중요한 가치를 침해했다는 생각이 들거나 혹은 (3) 불쾌한 일이 생긴 상황이나 대상이 되는 사람에게 무력감을 느끼게 되면 처음에 느꼈던 불편한 감정들이 화 혹은 분노 감정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러게 되면 우리는 상대방에게 항의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일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과 상대방을 응징해야 한다는 생각 등이 생깁니다. 

이 때 억울한 일, 혹은 언짢은 일을 바로잡지 못하거나 그런 일을 행한 사람을 응징하지 못하면 우리 속에는 상대방을 미워하는 마음(증오심)과 상대방에게 되갚아주고 싶은 마음(복수심),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 쓴 뿌리 마음, 원망, 원한 혹은 앙심 등이 자리잡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불쾌한 일로부터 생긴 불편한 감정이 분노라는 부정적 감정으로 발전하고, 분노는 다시 더 강력한 부정적 감정인 증오심, 복수심, 적개심, 쓴 뿌리 마음, 원망, 원한, 앙심 등으로 발전하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상대방을 거부하거나 상대방에게 냉담한 태도를 가지게 됩니다.

그런데 증오심이나 복수심, 적개심, 쓴 뿌리 마음, 원한, 앙심 등은 독소를 품고 있기 때문에 우리 속에 그런 감정들을 품고 사는 것은 마치 우리 속에 독을 품고 사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남아공의 정치 지도자이면서 영적 지도자인 데스몬드 투투에 의하면 분노를 품고 사는 것은 마치 우리가 무거운 돌을 들고 다니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분노를 버리지 않고 계속해서 품고 사는 것은 밖으로는 무거운 짐을 지고 안으로는 독을 품고 사는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계속해서 분노를 품고 살게 되면 우리의 신체적인 건강 뿐 아니라 우리의 정서 상태를 비롯하여 인격의 깊은 곳까지 분노의 영향으로 인해 파탄을 겪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속에 분노가 생겼을 때 그 분노를 면밀하게 잘 살펴보고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분노를 버리는 지혜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박진경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객원교수, Family Alive 대표, 홈페이지: www.familyalive.ca, 이메일: inquiry@familyaliv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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