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패밀리 얼라이브] 분노 이야기 4_분노의 메커니즘

<분노 이야기 4>       분노의 메커니즘

앞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생긴 불쾌한 일로 인해 불편함 감정이 생겼을 때 그 일이 분노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불편한 일이 (1) 올바르지 못하고 정당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나 (2) 자신의 중요한 가치를 침해했다는 생각이 들거나 혹은 (3) 불쾌한 일이 생긴 상황이나 대상이 되는 사람에게 무력감을 느끼게 되면 처음에 느꼈던 불편한 감정들이 2차 혹은 3차 감정인 분노로 발전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처음에 느꼈던 부정적인 불편한 감정이 자동적으로 분노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분노로 발전하기 전에 우리의 판단 혹은 생각이 작용한다는 점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아주 짧은 시간 동안에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는 그 발전과정을 인식하지 못하기 쉽고 불쾌한 일이 생기자마자 즉각적으로 분노가 생긴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고통 그 자체로는 분노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고통이 부당하다고 생각되거나 누군가 고의로 자기에게 고통을 주었다고 판단하게 될 때 분노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당한 일들이 우리에게 고통을 일으켜서 우리가 불쾌한 감정을 느끼고 그 불쾌한 감정이 분노를 촉발시키는 생각과 결합할 때, 혹은 분노를 촉발시키는 생각을 거쳐서 분노가 생깁니다.

첫째, 어떤 일이 정당하지 않거나 옳지 않다고 생각되는 경우입니다. 그런 예로는, 학교에서 교사가 나와 다른 어떤 아이를 차별해서 그 아이를 더 사랑한다고 생각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처음 차별을 당했을 때는 슬픔이나 실망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차별을 당하고도 내가 당한 차별이 옳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슬픔이나 실망감을 느낄 뿐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 분노로 발전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때 교사가 학생들을 차별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차별하는 교사를 향해 분노가 생기게 됩니다. 불공평하고 부당하고 옳지 않은 일은 저항을 받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소위 우리가 ‘의분’이라고 말하는 분노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차별을 당했을 때의 슬픔이나 실망감을 느낀 후에 그런 차별이 옳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을 하는 과정은 대부분의 경우 순식간에 진행됩니다. 그러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분노 감정만 인식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분노를 잘 다루기 위해서는 우선 처음 느꼈던 1차 감정이 무엇이었는지를 구별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그리고 나서 그 1차 감정이 어떻게 분노로 발전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둘째, 나에게 생긴 일이 나의 안전감이나 자존감 등 나에게 중요한 가치를 침해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나를 비난하는 말을 했다고 가정합시다. 비난하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는 처음에 충격을 받을 것이고 슬픔을 느끼게 됩니다. 그 때 비난하는 말이 나의 중요한 가치인 자존감에 대한 침해라고 생각하게 되면 그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는 그 비난하는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노를 작동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실제로 누군가 나를 존중하지 않을 때 분노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 분노가 생깁니다. 상대방이 나를 존중하지 않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때는 상대방이 나를 무시하더라도 화가 나지 않다가 ‘그 사람이 나를 존중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면 화가 나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 사람의 행동이 나의 중요한 가치를 침해했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지난 번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나의 경계선을 침해하는 일들이 있을 때 1차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거쳐 그것이 나의 삶의 중요한 부분인 경계선을 침해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 그것이 옳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분노가 발생하게 됩니다.

셋째, 불쾌한 일이 생긴 상황이나 대상에 대해 무력감을 느끼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 출근하는 길에 교통사고로 인해 길이 막혀서 꼼짝 못하고 길에 정체되어 있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처음에는 사고가 생긴 사람들에 대해 연민을 가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교통이 풀리지 않고 제 시간에 출근하지 못하게 되면 점점 초조감이 생길 것이고 교통이 풀리지 않는 상황에 대해 화가 날 것입니다. 

다른 예를 들면, 건강검진 결과 대장에 암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시다. 그런 경우에 처음에는 충격과 슬픔을 경험할 것이고, 자신에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의문을 가지게 되고 자신이 딱히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되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고 하필이면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 사실에 대해 분노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자신에게 가해를 한 어떤 특정한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지만 자신에게 생긴 일에 대해 무력감을 느끼면서 그 상황에 대해 화가 나는 것입니다. 때로는 그 분노가 자신에게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을 허락하신 하나님을 향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는 직장의 상사가 나에게 부당한 일을 했을 때 그 상사에게 항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부당한 일을 한 상사에게 화가 날 뿐 아니라 자신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무력감으로 인해 자기 자신에게도 화가 날 수 있습니다.

위의 세 가지 경우처럼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처음에 가졌던 감정을 지나 그 일들이 옳지 않다고 인식되거나 그 일을 용납할 수 없다고 인식될 때, 혹은 어떤 상황에 대해 무력감을 느낄 때 우리는 대부분 분노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분노는 바르게 다루어지지 않으면 많은 경우 증오심, 복수심, 쓴 뿌리 마음 등의 부정적 감정들과 함께 우리 삶에서 부정적인 열매들을 맺게 됩니다. 

박진경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객원교수, Family Alive 대표, 홈페이지: www.familyalive.ca, 이메일: inquiry@familyaliv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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