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패밀리 얼라이브] 분노 이야기 (10) 분노를 다루는 파괴적인 방법들 1

<분노 이야기 10>           분노를 다루는 파괴적인 방법들 1

분노를 비롯하여 부정적인 감정들은 우리에게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런 감정들이 생기는 것은 우리 삶에서 원치 않는 일들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부정적인 감정들을 잘 다루지 않으면 우리는 더 큰 어려움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바람직하게 다루고 표현하는 방법들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분노가 생겼을 때 분노를 바람직하게 잘 다루기 위해서는 먼저 분노를 표현하는 파괴적인 방법들에 대해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파괴적인 방법이라고 하면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모습으로 드러나는 방법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외형적으로는 전혀 폭력이나 충동적 행동을 보이지 않더라도 결국에는 자신의 건강, 인간관계, 일상생활을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런 방법들은 모두 분노를 다루는 파괴적인 방법입니다. 

인간의 뇌의 변연계에는 편도체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편도체는 위험 상황을 제일 먼저 감지하여 대뇌피질로 정보를 전달해주는데 편도체가 위험상황을 지나치게 크게 인식하면 대뇌피질에 정보를 전달하기 전에 편도체 스스로 행동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대뇌피질이 자신에게 전달된 정보들을 종합하여 논리적으로 사고한 후에 행동을 결정하는데 분노 상황에서는 편도체의 과도한 반응으로 공격적, 충동적, 파괴적인 행동을 하기 쉽다고 합니다. 특히 자기에게 중요한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면 (예를 들면, 자존심을 건드리거나 과거의 상처를 건드리는 경우) 충동적으로 크게 분노하는 이유는 바로 이 편도체가 그 상황을 지나치게 크게 인지하여 대뇌피질에서 상황 전체를 파악하고 이성적인 방법으로 반응을 결정하기 전에 편도체에서 인지하는 위험신호를 따라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편도체는 위험신호를 알려주는 두려움이나 불안 등의 부정적 감정에 관여할 뿐 아니라 그런 감정들을 기억하는 역할도 합니다. 자존감이 낮거나 상처에 노출된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분노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폭발적으로 노출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분노에 대처하는 파괴적인 방법들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로, 가장 일반적인 파괴적 방법은 분노를 충동적으로 갑작스럽게 폭발시키는 방식입니다. 다시 말해서 소리지르기, 주먹 휘두르기, 물건 던지기, 뒤엎기 등과 같이 폭력을 사용하여 상대방에 대해 적대적인 공격을 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다른 방법들에 비해 파괴적인 모습이 직접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도 위험을 안고 있지만 습관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과거에 누군가가 충동적으로 폭력을 사용하여 분노를 폭발시키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 모습을 모방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므로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은 학습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더라도 어떤 일이 자신의 신체적 안전을 위협한다고 느낀다면 우리는 소리를 지르거나 주먹을 휘둘러서 자신을 방어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정당방위에 해당하는 일이기 때문에 비록 폭력을 사용하더라도 합당한 이유가 있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폭력을 사용하여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때로 어떤 사람들은 자기에게 부당하게 대한 사람 때문에 생긴 분노를 자기보다 약한 다른 사람들에게 풀기도 합니다. 피해를 준 당사자에게 폭발하는 대신 가족들이나 부하 직원에게 분노를 폭발시키는 것이지요. 이처럼 자기에게 피해를 준 사람이 아니라 분노를 다른 사람에게 전가시켜 폭발시키는 모습을 전위(displacement)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어린 아이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서 미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똑같이 갑작스럽게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일종의 퇴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행동도 분노 표현방법을 학습한 결과라고 할 수 있고 한편으로는 편도체의 크기가 큰 사람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입니다. 편도체가 큰 사람들은 위험 상황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크고 예민하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뇌의 구조가 관련되어 있는 문제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느끼는 분노와 분노의 표현방법을 객관적으로 살펴봄으로써 파괴적인 형태의 표현을 자제하면서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이 모방의 한 형태라고 한다면 분노를 조절하는 것도 모방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2) 두번째는 분노를 억누르기(suppress)입니다. 이 방법은 분노를 숨기고 화가 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는 방법입니다. 사람들이 분노를 억누르는 이유는 종종 갈등을 피하기 위해, 또는 분노를 표현하면 상대방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할까 봐 두려워서 표현하지 않기로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화를 내지 않기 때문에 분노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분노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묻어두거나 뚜껑을 닫아둔 것이므로 분노의 에너지가 그대로 남아있어서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분노 감정은 미움, 적대감, 쓴뿌리 마음 등으로 발전해서 우리의 내면을 독소로 채우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처럼 분노를 억누르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망가뜨리기 때문에 파괴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셋째는 마음에 쌓아두기(pent-up)입니다. 분노를 마음에 쌓아둔다는 것은 억누르기를 반복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쌓아둔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담아두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분노를 담아둔 사람은 지금 당장은 분노를 드러내지 않지만 반격 혹은 보복할 만한 기회를 기다리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도 분노를 억누르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마음 속에 분노 감정이 그대로 머물러 있을 뿐 아니라 분노에서 발전한 증오심, 원망, 원한, 적개심, 쓴 뿌리 마음 등이 머물러 있게 되므로 삶의 여러 영역에서 부정적인 열매들을 맺게 되므로 파괴적인 방법입니다. 분노를 포함하여 부정적인 감정들을 표현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우리 속에는 부정적인 감정의 에너지가 쌓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쌓인 에너지는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지 폭발하게 되어 있습니다. 

박진경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객원교수, Family Alive 대표, 홈페이지: www.familyaliv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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