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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 단상] – 승차 기록_ 에스와티니기독의대 양승훈 총장

[선교지 단상] – 승차 기록

제가 에스와티니 기독의대(Eswatini Medical Christian University, EMCU) 사역을 위해 남부 아프리카의 소국 에스와티니에 온지도 8개월이 지났습니다. 대학의 행정이 분주하기는 하지만 저의 사역과 삶의 중요한 또 하나의 영역은 캠퍼스에서 모이는 EMCU 교회입니다. 교회를 섬기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경험들을 하지만 가장 마음에 부담이 되는 일 중 하나는 대부분의 성도들이 먼 곳에서 걸어온다는 사실입니다. 어른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아이들도 동일하게 먼 곳에서 걸어옵니다. 그것도 평지를 걸어오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산 넘고 물 건너 오는 것입니다. 음바바네라는 도시가 고산지대에 있고, 그 중 EMCU 캠퍼스는 음바바네에서도 가장 높은 해발 1,300미터 외곽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초등학생 정도라도 되면 자기 발로 걸어오지만 3-4세 미만 어린아이들은 엄마에게 안겨서 올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젊은 엄마라도 무거운 아이를 안고 4km 이상의 산길을 걷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안거나 걸려서 오는 여러 성도들은 예배 시간보다 적어도 1시간 반 전에 집을 출발해야 합니다. 

저는 몇 주일 전부터 주일학교를 담당하는 럭키 전도사님으로부터 자기 동네에 예배에 참석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차를 태워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우리 교회에 차를 갖고 계신 분이 저 외에도 두 분이 더 있지만 그 분들은 차가 작기 때문에 제게 부탁을 한 것 같았습니다. 저도 여행, 다른 교회 설교 등 사정 때문에 운전봉사를 못하다가 드디어 4월 24일 주일 아침, 처음으로 교회에서 십리 정도 떨어진 산동네로 아이들을 태우러 갔습니다. 자기 집에서 차도까지 나오는 데도 한참 걸리는 곳에 살지만 아이들은 미리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길 가에서 기다리는 아이들 네 명을 싣고 오는 길에 더 먼 곳에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그 중에는 자기도 어린데 더 어린 동생을 안고 오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지나칠 수가 없어서 도리 없이 또 태웠습니다. 주일예배를 모이는 강의실에 도착한 후에는 도대체 몇 명이나 탔는지 궁금해서 자동차 옆에 서라고 하고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5인승 자동차에 운전사를 포함해서 총 14명이 탔습니다. 앞 좌석에 두 명, 세 명 타는 뒷 좌석에 6명, 트렁크에 6명 등등… 이 차가 출고된 2003년 이후 승차 기록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에스와티니기독의대 양승훈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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