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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기 목사의 플랜팅 시드] 핑크빛에서 잿빛으로

[홍민기 목사의 플랜팅 시드] 핑크빛에서 잿빛으로

교회 개척 목회자들은 ‘핑크빛’ 꿈을 꾼다. 자신이 시작하면 갈급한 영혼들이 몰려올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핑크빛 꿈을 꾸면 절망의 늪에 빠진다. 100개 교회가 개척을 하면 한두 교회만 살아남는다. 개척 예배 때 많은 분이 축하하기 위해 오지만 그다음 주부터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

개척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교회를 개척한 후 성도를 기다리는 일이란 상상 이상으로 고통스럽다. 개척하면 아픈 성도들이 한 분씩 찾아온다. 한 영혼이 교회를 찾아준 기쁨과 더불어 고통과 슬픔, 상처를 안고 찾아온 성도를 어떻게 대할지 마음에 갈등이 시작된다. 현실은 냉혹하다 못해 절망스럽다. 앞날은 보이지 않고 임대료 내는 날은 어김없이 다가온다. 그래서 개척을 준비하는 분들이 찾아오면 드리는 질문이 있다. “정말 하고 싶으신 교회가 있으세요?”

복음적인 교회, 다음세대를 위하는 교회, 예배가 축제인 교회…. 이런 말들은 좋은 대답이 아니다. 개척교회는 기존 교회가 잘못하기 때문에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는 새로운 공동체가 항상 필요하기 때문에 세워진다. 지금까지 흔하게 본 지향점과 달라야 개척교회의 매력이 발산된다.

우리나라 치킨 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치킨 공화국에서 벌어지는 치킨 게임’. 치킨 체인점을 오픈한 점주에게 그 사업은 새로운 일이지만 소비자에게는 그저 또 하나의 동네 치킨집일 뿐이다. 교회도 그렇게 개척된다. 똑같은 표어와 예배, 프로그램으로 포장한 채 ‘새로운 교회’라 말하지만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또 하나의 차별화되지 않은 교회일 뿐이다. 전부터 있던 교회에 비해 사람이 없다는 게 다른 점이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교회가 필요하다. 기존 교회도 중요하지만 교회를 찾는 영혼들을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회가 필요하다. 많은 교회가 개척을 꿈꾸며 지원을 받고 개척 후에도 쉽지 않았던 이유는 똑같은 접근과 기존 방식을 답습하기 때문이다.

교회 개척에는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개척 멤버와 예배 장소를 만드는 게 준비의 전부였다. 교회 개척을 준비한다는 것은 목사의 은사를 분명히 파악하고 타깃 성도를 정해 지역을 향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다.

4년 전 ‘모이는 교회’와 ‘흩어지는 사명’을 고민하며 시작된 교회 개척 운동이 라이트하우스무브먼트다. 어두운 세상의 빛으로 세워지는 공동체, 새로운 교회를 새로운 시대에 개척하는 운동을 표방한다. 이 운동 안에서는 건물과 기존 성도 없이 ‘맨땅에 헤딩’ 한다. 하나님이 보내주시는 사람들과 첫 예배를 드리고 그분들과 교회를 세워간다. 무모하리만큼 주님이 주인 되시는 공동체를 몸부림치며 지키고 세워간다.

라이트하우스무브먼트는 임대나 인테리어 등의 과정을 선택하지 않는다. 주일에 영업하지 않는 카페나 회사 강당, 사무실 등 임대료 부담 없이 모일 수 있는 장소에서 시작한다. 초반 투입 비용을 최소화해 개척 직후 재정의 어려움을 당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좋은 건물을 지향하는 성도들은 큰 교회에 가면 된다. 어차피 모든 이들이 올 교회는 없다. 다시 말하지만 개척교회가 실패하는 이유는 준비와 접근이 기존 교회와 같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목사 각자에게 은사를 주셨다. 라이트하우스무브먼트 목사들도 은사가 모두 다르다. 성경공부 잘하는 분, 소그룹 전문가, 설교의 은사, 젊은이들을 향한 접근 등 각자 강점이 다르다. 단점을 고칠 시간은 없다. 강점으로 승부하면 된다. 자신의 강점으로 타깃 성도를 정확하게 두고 준비한다.

핑크빛 꿈을 접고 잿빛의 미래로 힘차게 나아가면 된다. 힘들고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이 길을 가야만 한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교회가 필요하다.

홍민기 목사(라이트하우스무브먼트 대표)

약력△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졸업 △라이트하우스무브먼트 대표 △브리지임팩트사역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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