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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기 목사의 플랜팅 시드] 하드웨어에서 사람으로

[홍민기 목사의 플랜팅 시드] 하드웨어에서 사람으로

2007년 서울 잠실의 방이동 골목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패기 넘쳤고 자신 있었다. 교회 건물을 찾아 50곳을 넘게 봤다. 우울하고 절망이 깃든 마음으로 임대료가 가장 낮았던 골목 지하에 교회를 시작했다. 지인들의 도움으로 인테리어 공사도 하고 음향도 아는 장로님의 헌물로 마련했다.

개척지가 어디든 사람들이 올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하에서의 목회는 쉽지 않았다. 왜 지하에서 시작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내가 지하를 선택했나? 지하의 선택을 받은 것인데.’ 그 후 지상에 있는 모든 교회를 부러워했다. 상가라도 2, 3층에서 목회하는 분들이 존경스러웠다. 그때까지도 위치나 시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3년여 세월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보내는 동안 하나님께선 건물이 교회의 중심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셨다. 라이트하우스 해운대는 코로나 이후 2년 넘게 예배 장소 없이 사역했다. 매주 부산, 경남 지역에서 무료로 빌릴 수 있는 곳들을 찾았다. 오래된 호텔부터 나이트클럽까지 안 가본 곳이 없다. 성도들은 매주 다른 곳에서 예배를 드려도 감동했고, 심지어 장소를 찾지 못해 드려진 야외예배에서 비가 올 때도 동요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교회 개척은 하드웨어를 먼저 준비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목사가 준비되고 어떤 목회를 할지가 메시지로 나타나야 한다. 무엇 때문에 이 교회를 시작해야 하는지 분명하면 개척교회는 살아날 수 있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못한다. 어려움은 기본이다.

먼저 나만의 콘텐츠가 필요하다. 긍휼 선교 전도 교육 등 여러 분야의 사역 중 하나는 ‘전문’이어야 한다. 그 분야가 준비되면 방향도 정해진다.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없다. 자신이 잘하는 것으로 승부해야 한다. 단점을 고칠 시간과 에너지로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승부수다. 특히 젊은이들을 위한 교회를 준비할수록 긍휼과 선교 영역을 강화해야 한다. 젊은이들은 사회와 섬김에 관심이 많다.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질수록 그들은 다가온다.

개척을 준비할 때 자신의 장점을 찾아 그 장점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 하드웨어 건물 인테리어에 힘쓸 에너지를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공부하고 준비하고 지향하는 교회를 반드시 이룰 수 있도록 준비하자. 뜬구름 잡는 표어 대신 실제 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면 생명력이 생긴다. 일반 전도는 쉽지 않다. 행복한 사역을 하는 사진들과 이미지, 실제적인 이웃 섬김과 감동 있는 사역만이 생명력으로 이어진다.

많은 사람이 교회를 떠나고 또 교회를 찾는다. 교회를 떠난 것이지 하나님을 떠난 것은 아니다. 교회와 하나님을 동일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말 떠나야 하는 교회를 떠나고 가슴 아파하는 지체들도 많다. 개척은 기본적으로 전도가 목표이지만 어떤 교회를 만들어 갈 것인지를 생각할 때, 교회를 떠난 분들의 생각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완벽한 교회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방향을 찾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존 교회와 개척교회의 사역은 다르다. 개척교회는 교회를 찾고 새로운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라이트하우스에는 이미 교회를 개척하신 목회자들도 부쩍 많이 찾는다. 그럴 때마다 “목사님은 어떤 교회를 하고 싶으세요”라고 질문한다. 하지만 제대로 답하는 분은 거의 없다. 대개 자신이 부교역자로 사역했던 교회처럼 하면 되는 줄 알았다고 고백한다. 사역했던 교회는 이미 성도들이 있고 많은 것들이 준비돼 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똑같이 하면 망한다. 하드웨어가 아니라 자신을 준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긍휼 사역을 잘하는 교회를 하려면 기존에 잘하는 곳들을 찾아 연구하고 신학적·성경적 준비도 하고 교회의 사명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그 사역을 구체화할 모델을 구상하고 공동체를 세울 계획을 하면 지금도 개척은 된다. 개척하기 어려운 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교회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 적도 없었다. 준비하면 살아날 수 있다. 오늘도 수많은 개척교회 목사님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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