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단기선교 준비 2 – 교차문화(Inter -Culture)
얼마전 우리단체에서 원주민과 화해를 위한 한 주간의 행사를 진행했다. 마지막 행사는 백인 교회가 원주민 아이들을 학살했던 현장인 미션 헤리티지 공원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는 여느 때와 달리 원주민 방식으로 진행했다. 먼저 이주민과 이민자들의 대표가 우리가 원주민의 땅에 들어가는 것을 허용해주기를 요청했다. 그리고 원주민은 이에 노래로 화답하며 우리의 진입을 허용하고 환영했다. 이렇게 원주민 방식의 초청 의식을 진행하면서 그들의 아픔을 듣고 그들이 생각하는 화해에 대해서 듣기도 했다. 특히 그날 참석한 원주민 어르신 야모는 직접 만든 원주민 전통 스토리 기둥(백인들이 이를 토템이라 불렀다) 들고 왔다. 어린 시절 기숙학교에서 당했던 아픔과 상처를 믿음으로 이겨내고 원주민 식의 화해를 위한 스토리 기둥을 만든 것이다. 그는 진정한 화해를 하려면 성삼위 하나님이 필요하다며 그 모습을 형상화했는데, 하늘의 메신저인 독수리 깃털로 성령님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당시 유독 원주민 아이들을 잘 돌보아 주었던 기숙학교 수녀의 얼굴을 그 아래에 새겨 넣었다. 그는 150년 넘게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희생된 이들과 살아남은 이들의 마음이 회복되어야만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고 격려를 나누었지만, 일부는 스토리 기둥을 장승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때 원주민 아그네스는 화해를 위해 모든 정성과 헌신을 담은 야모의 스토리 기둥에 감동을 받아 자신이 최고로 존경하는 이에게 부르는 “곰의 노래”를 기둥 앞에서 불렀다.
그러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몇 사람은 폭우를 마다않고 행사장을 떠나 버렸다. 떠난 이들은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다른 나라 선교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원주민 선교는 문화적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 선교의 방식에서는 현지 문화를 소위 유럽 기독교의 문화로 바꾸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지금 현재 선교학에서도 문화적 관점을 강조한다. 영어로는 다양한 문화를 Multi-Culture, Cross-Culture, Inter-Culture라는 세 가지 용어로 표현한다. Muti-Culture의 개념은 다른 문화에 들어갔을 때 그 문화를 인정하지만 각자 자기 문화를 지키고 상대 문화에 관심을 갖지 않는 의미이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 만나는 타국인의 문화를 인정하되 딱히 받아들일 필요를 못느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상호 존중하고 공존하되 신앙이나 의식에는 무관심한 것이다.
Cross – Culture의 개념은 여러 다양한 문화 중 한 가지를 기준으로 삼거나 모델을 삼아 비교분석하는 것을 말하며, 기준이 된 문화를 따르게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가르친다. 이전 서양 선교사들이 했던 방식이나 현재 원주민 선교에 있어서는 Cross-Culture적 접근이 지배적이다. 원주민의 문화를 배우기 보다는 우리가 가진 기독교 문화를 가르치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원주민 단기선교를 할 때 반드시 VBS(성경학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지한 그들을 가르쳐야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예수를 전해야 하지 서양교회나 한국교회의 문화를 가르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와 달리 Inter-Culture 의 개념은 문화가 서로 교류하면서 상호작용 및 상호영향을 받아 서로 성장하여 새로운 하이브리드 형태의 문화를 이루어 가는 것을 말한다. 혼합주의는 경계해야 하지만 서로가 문화적으로 동등한 입장에서 배우고 그 문화 안에서 복음을 이해하고 서로 성장해가는 것을 건강한 발전이다.
원주민 선교에 있어서 지금껏 Cross-Culture적 문화 관점으로 선교를 하다보니 우리 기준에 선하다고 생각하는 문화를 가르치려 했고, 그 기준에서 벗어나면 없애버리거나 바꾸려하거나 가르치거나 계몽하려했다. 원주민의 역사와 문화, 그들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듣지 않고 무조건 가르치려 애쓰다가 그 시도가 먹히지 않을 경우, 빗속을 뚫고 집으로 돌아가버리는 상황이 일어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