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년 이야기] 성전 정화의 목적
성전은 대제사장들과 같은 종교적 강도들이 악을 자행하는 소굴이자, 서기관들이나 장로들과 같은 사회적 강도들이 들어와 성전 밖에서 자행한 악을 헌금과 제사로 덮고 또 나가서 악을 되풀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소굴로 전락해 버렸다. 이처럼 강도의 소굴로 전락해 버린 성전을 예수님은 정화하셨다(눅 19:45-46). 그럼 예수님이 성전을 정화하신 목적은 무엇인가?
첫째, 예수님이 성전을 정화하신 목적은 성전이 ‘공의로운 집’으로 회복되는 것이다. 성전이 사회적이고 종교적인 불의를 자행하는 자들을 비호하고 강화하는 ‘불의의 중심’이 아니라, 그 반대로 사회에서 공의를 행하려다가 지치고 상한 사람들이 와서 다시 새 힘을 얻고 나가 공의를 행하게 하는 ‘공의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예수님의 뜻을 성전 세력은 끝내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끝내는 예수님을 죽임으로써 결국 성전을 비롯한 예루살렘은 로마군에 의해 파괴되고 말았다.
둘째, 예수님이 성전을 정화하신 목적은 성전이 ‘기도하는 집’으로 회복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기도하면서 하나님을 만나는 은총을 받고 누리는 곳이 되는 것이다. 초대 예루살렘 교회의 제자들은 기도에 힘썼는데(행 2:42), 그들이 날마다 한 마음으로 열심히 모인 곳이 바로 성전이었기 때문에(행 2:46, 5:12, 42), 그들이 하나님께 기도한 장소 가운데 하나도 성전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사도행전 3장에서 베드로와 요한이 오후 세 시에, 나면서부터 못 걷는 사람을 예수님의 이름으로 치유한 장소는 바로, 기도하러 올라가던 성전 문 앞이었다. 바로 성전은 사도들을 비롯한 제자들의 기도 장소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성전이 ‘기도하는 집’으로 회복되기를 바라신 예수님의 뜻이 예루살렘 교회의 초기에 이루어진 것이다.
셋째, 예수님이 성전을 정화하신 목적은 성전이 ‘말씀을 듣는 집’으로 회복되는 것이다. 성전 정화 후에, 예수님은 날마다 성전에서 말씀을 가르치셨고 백성은 모두 그분의 말씀을 열심히 들었다. 바로 여기에 예수님이 성전을 정화하신 목적이 담겨 있다. 그것은 바로 성전이 ‘말씀을 듣는 집’이 되는 것이다. 초대 교회 제자들은 성전에서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는 것에 집중했다(행 2:42). 제자들이 몰두한 사도들의 가르침은 바로 예수님의 가르침을 비롯한 하나님의 말씀이었을 것이다. 그 본문에서 제자들이 서로 사귀는 일과 빵을 떼는 일과 기도에 힘쓴 것은 바로 그들이 먼저 사도들의 가르침에 몰두하여 그대로 순종했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성전을 정화하실 때,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하여 그렇게 하셨다. 성전이 장차 ‘기도하는 집’이 될 것이라는 ‘이상 제시’도 다름 아닌 하나님의 말씀(이사야서)에 따라 하신 것이었으며, 성전이 지금 ‘강도의 소굴’로 전락했다는 ‘현실 비판’도 다름 아닌 하나님의 말씀(예레미야서)에 따라 하신 것이었다. 이상 제시와 현실 비판 모두 그 기초는 하나님의 말씀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불의한 교회와 사회를 개혁하는 길에서, 우리도 예수님처럼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하여 교회와 사회가 나아가야 할 이상을 제시하고 그 불의한 현실을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하나님의 말씀에 열심히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말씀을 듣는 것은, 교회 개혁과 사회 개혁의 길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리스도인이 골방에서 홀로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또한 성도들이 예배당에서 함께 모여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비단 교회 개혁과 사회 개혁을 위해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 개혁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우리 스스로를 개혁하면서, 교회와 사회를 개혁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