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성장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것들
미국의 소아과 의사인 T. Berry Brazelton과 아동 전문 정신과의사인 Stanley I. Greenspan은 <아동의 성장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것들(The irreducible Needs of Children: What Every Child Must Have to Grow, Learn, and Flourish)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아이가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채워주어야 할 필요들을 여섯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첫째, 지속적인 양육적 관계의 필요입니다. 특히 2살 미만의 아이들에게는 지지적이고 따뜻하고 양육적인(사랑의 양분을 제공해주는) 정서적 상호관계가 평생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기초입니다. 위의 두 저자들은 이 시기에 주양육자가 자주 바뀌는 것은 아이의 안정된 정서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아이의 지적 발달, 사회적 발달, 도덕적 감각 등은 어린 시절의 정서적 상호관계로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또한 아이들이 자라서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도 가정에서 부모와 충분한 정서적 상호관계를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둘째, 신체적 보호 및 안전의 필요입니다. 아이들은 신체적 학대나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합니다. 부모들은 아이를 학대하거나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될 뿐 아니라 특히 어린 나이의 아이들이 영상물을 통해 학대나 폭력을 접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합니다.
셋째, 개인차를 고려한 경험들의 필요입니다. 부모는 아이들마다 기질이 다르지만 그 외에 신체 발달이나 지능 발달의 속도도 다르고 재능의 종류, 지적 능력의 정도, 학습 방법, 신체적 특징 등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개인차를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넷째, 발달에 적절한 경험들의 필요입니다. 위의 두 사람의 저자들은 아이들이 자라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경험들 중 하나로 놀이를 꼽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로는 유아 때 까꿍 놀이로부터 시작해서 숨바꼭질 등이 있고 어느 정도 자라면 끝말잇기 놀이나 보드게임을 할 수도 있습니다. 남자 아이들과는 씨름, 여자 아이들과는 실걸이 놀이 등을 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혼자서, 혹은 또래의 친구들과 노는 것을 격려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규칙을 존중하는 것도 배우고 규칙을 익히는 과정에서 지적인 발달도 이루어집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자기와 놀이를 해 주는 사람과 정서적 상호관계를 나누면서 사랑을 느끼고 사회적 상호관계를 배웁니다. 많은 가정에서 아이와의 놀이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고 어린 나이부터 공부하기를 강조하는데 사실 어릴 때 충분히 놀아 본 아이들은 창의성이 발달한다고 합니다.
다섯째, 한계 설정 및 적절한 도덕적 구조의 필요입니다. 부모는 아이들의 도덕성 발달을 위해 행동의 한계를 설정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일정한 도덕적 규칙이 있는 구조 속에서 자랄 때 안정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요즘 외동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들이 많은데 아이가 귀할수록 행동의 한계를 정해주는 것이 아이를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도덕성을 가르쳐주는 과정에서 부모는 아이들이 부모의 모범을 통해 배운다는 사실과 그들을 사랑해주고 돌보아 준 사람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아이를 신뢰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섯째, 안정되고 지지적인 공동체의 필요입니다. 아이에게 공동체는 무엇보다 보호벽과 안전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아이가 가장 먼저 경험하는 가장 중요한 공동체는 가정입니다. 자녀는 가정 안에서 부모와 상호관계를 가지며 보호받는다는 느낌과 안전하다는 느낌을 가집니다. 공동체는 또한 자녀들에게 일체감과 연결감 및 소속감을 제공해줍니다. 가정에서 얻어진 일체감, 연결감, 소속감 등은 자녀들이 자라면서 만나게 되는 다른 공동체를 통해서도 경험하게 되고 그 공동체를 통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배웁니다.
뿐만 아니라 공동체는 자녀에게 책임감을 가르쳐주는 역할도 합니다. 공동체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각자 자신의 책임을 다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녀들이 공동체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해야 하는 것을 배우도록 하기 위해 가정에서도 자녀들에게 적절한 책임을 맡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정의 일은 부모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들 모두가 함께 나누어서 해야 하는 것을 어릴 때부터 배우면 좋을 것입니다.
공동체는 부모들의 삶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 공동체는 여러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그리스도인들은 교회라는 큰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신앙생활을 할 뿐 아니라 구역이나 셀 모임 등의 작은 규모 공동체를 통해 구성원들끼리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서로의 신앙을 격려하고 사랑을 나눕니다. 아이들은 이처럼 부모들이 크고 작은 공동체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도 가까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을 배웁니다.
공동체는 때로 어려움을 당하는 기간에 위로와 격려를 제공해주는 중요한 집단입니다. 특히 청소년기의 자녀들은 부모를 중심으로 한 가정 공동체 외에 학교나 교회에서 크고 작은 공동체에 속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시기에는 부모로부터 심리적인 독립을 추구하면서 혼란과 외로움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밀한 공동체를 가지는 것은 심리적이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가지도록 도움을 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시기의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은 자녀들이 교회 청소년부를 비롯해서 건강한 공동체에 참여하도록 지지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녀들이 수련회나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격려해주면 공동체를 통해 일체감과 책임감 등을 배울 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공동체는 또한 청소년기 자녀들의 자기 정체감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은 자신의 독특성을 발견하는 중요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자녀들이 청소년기를 지날 때 교회라는 신앙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은 그리스도인 부모의 중요한 책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박진경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객원교수, Family Alive 대표, 홈페이지: www.familyalive.ca, 이메일: inquiry@familyalive.c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