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희년 이야기] 바알의 나라

바알의 나라

우리나라는 바알의 나라이다. 바알을 숭배하고 바알의 토지제도를 실행하는 나라이다. 바알은 무엇이며, 바알의 토지제도는 무엇인가? 바알은 풍요의 신이며, 바알의 토지제도는 대토지소유제이다. 돈 있는 자들이 얼마든지 땅을 차지할 수 있는 우리 사회는 부자 되기를 열망하면서 크고 비싼 땅(부동산)을 탐하는 자들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은 풍요의 신을 숭배하면서 건물주 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신자들이 입으로는 하나님을 부르면서 실제로는 바알을 섬기는 혼합주의 신앙에 빠져있다. 

엘리야를 비롯한 구약시대의 선지자들이 바알 숭배와 바알의 토지제도에 맞서 여호와 신앙과 희년의 토지평등권 제도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예언 사역을 했다. ‘나봇의 포도원’ 사건(열왕기상 21장)은 시돈의 왕이자 바알 숭배자인 엣바알(‘바알과 함께’라는 뜻)의 딸 이세벨과 북이스라엘의 왕 아합이 결혼하고 바알 숭배와 바알의 토지제도를 이스라엘에 전면 도입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희년 토지법을 지키려 한 의인 나봇을 죽이고 그의 포도원을 강탈했다. 이때 엘리야는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아 아합에게 무서운 심판을 예언했다. 그럼 이처럼 선지자들이 맞서 싸운 바알의 토지제도가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실행되는 사태가 발생했는가? 

대토지소유제(라티푼디움) 아래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폐단들을 해결하기 위해 그라쿠스 형제가 시도한 토지개혁이 실패한 지 100년 만에, 로마는 귀족파와 평민파 사이의 심각한 내분과 내전을 거쳐, 결국 귀족과 평민이 함께 통치해온 공화정이 무너지고 황제가 지배하는 제정으로 후퇴하고 말았다. 로마 공화정 몰락의 근본 원인은 바로 대토지소유제 때문이었다. 그런데 로마는 원래 거대 지주가 없는 자영농민 중심의 사회였다. 그런데 대토지소유제가 로마에 스며들어오게 된 것은 바로 카르타고로부터였다. 

로마는 지중해의 패권을 두고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와 세 번에 걸쳐 전쟁을 하고 모두 승리했는데, 그것이 바로 포에니 전쟁이다. 그런데 카르타고는 원래 페니키아가 건설한 식민지였다. 이스라엘에 바알 숭배와 바알의 토지제도를 유입시킨 이세벨의 고국 시돈과 두로가 바로 페니키아 지역이다. 페니키아인들은 해상무역에 힘쓰면서 해외 식민지들을 많이 건설했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바로 카르타고였다. 

식민 모국인 페니키아처럼 카르타고도 바알을 숭배하고 바알의 토지제도를 실행했다. 그런데 로마가 카르타고에 승리하고 그 지역을 지배하게 되면서, 카르타고의 대토지소유제가 로마에 전면 유입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로마가 제 1차 포에니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카르타고가 지배하던 시칠리아를 차지하게 되면서, 시칠리아에서 많은 노예들을 가혹하게 부리면서 실행되던 카르타고의 대농장 경영 방식이 로마에 서서히 스며들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테오도르 몸젠, 『로마사』).

그런데 로마에 뿌리를 내린 바알의 토지제도는 로마가 멸망한 후에도 그 바통을 이어받은 유럽 국가들에 전수되었다. 그리고 유럽 국가들에 전수된 바알의 토지제도를 그대로 일본이 한국에 강제 이식시켰다. 1910년대 일본이 한반도를 강점하고 자행한 토지조사사업은 하나의 물건(토지)에 오직 하나(지주)의 권리만 인정하는 일물일권(一物一權)의 토지제도를 법률로써 강요했다. 그 전까지 조선과 대한제국에서는 하나의 토지에 삼중의 권리가 보장되었는데, 곧 국가(왕)의 권리, 지주의 권리, 소작농민의 권리였다. 그런데 그 가운데 오직 지주의 권리만 배타적으로 인정한 것이 바로 일제가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우리에게 강요한 바알의 토지제도인 것이다. 그 결과 대토지소유제는 더 악화되고 강고해졌다. 

바알 숭배와 바알의 토지제도는 해방 후에도 우리나라에 그대로 존속해왔다. 그 결과 빈익빈 부익부와 심각한 경제 불평등 현상이 나타났다. 엘리야가 갈멜 산에서 바알의 선지자들과 대결할 때 이스라엘 백성을 책망한 이 말은, 바로 지금 바알의 나라에 살면서 혼합주의 신앙에 빠진 모든 신자에게 하는 준엄하고 강력한 회개의 촉구이다.

“너희가 어느 때까지 둘 사이에서 머뭇머뭇 하려느냐? 여호와가 만일 하나님이면 그를 따르고 바알이 만일 하나님이면 그를 따를지니라.”(열왕기상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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