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년 이야기] 룻과 보아스의 기업 무르기(5)
보아스의 보리밭에서 보리 수확의 과정은 젊은 남자들과 젊은 여자들 사이에 역할 분담이 되어 있었다. 개역개정성경에서 소년들로 번역된 젊은 남자들은 보리 이삭을 베어 보릿단을 묶는 일을 했고, 소녀들로 번역된 젊은 여자들은 땅에 떨어진 이삭들을 줍는 일을 했다. 이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룻기에서 ‘베는 자들’(룻 2:3, 4, 5, 6, 7, 14)로 번역된 히브리어 ‘코츠림’은 남성 복수이다. 따라서 ‘베는 자들’은 남자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베는 밭을 보고 그들을 따르라”(룻기 2:9)에서 ‘그들이 베는’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이크초룬’ 역시 남성 복수이다. 따라서 여기서 보리를 베는 ‘그들’은 그 바로 앞의 8절에 나오는 ‘소녀들’이 아니라 그 바로 뒤의 9절 중반에 나오는 ‘소년들’이다. 곧 보리를 베는 자들은 모두 남자들인 것이다. 그리고 벤 보리를 단으로 묶는 일도 남자들이 한 것으로 보인다. 보아스가 자기 소년들 곧 젊은 남자들에게 룻이 곡식 단 사이에서 줍게 하고 또 룻을 위하여 곡식 다발에서 조금씩 뽑아 버려서 룻에게 줍게 하라(룻 2:15-16)고 명령한 이유는 바로 남자들이 곡식 다발로 보릿단을 묶는 일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요컨대 보리 이삭을 베어 보릿단을 묶는 일을 한 것은 젊은 남자들이다.
그럼 보아스의 보리밭에 함께 있던 보아스의 소녀들 곧 젊은 여자들은 무엇을 했을까? 그 여자들은 식사 준비만 한 것이 아니다. 만약 그 여자들이 식사 준비만 했다면 그 여자들이 보리밭에 계속 있을 필요는 없다. 그 여자들은 보리밭에서 땅에 떨어진 보리 이삭을 줍는 일을 했던 것이다. 룻 2:8, “보아스가 룻에게 이르되 내 딸아 들으라 이삭을 주우러 다른 밭으로 가지 말며 여기서 떠나지 말고 나의 소녀들과 함께 있으라.” 여기서 보아스가 룻에게 한 말은 자신의 소녀들과 함께 있으면서 이삭을 주우라는 것이다. 곧 보아스의 소녀들도 이삭을 주웠다는 것이다. 이 점은 룻기 2장의 마지막 구절에서도 다시 확인된다. 룻 2:23, “이에 룻이 보아스의 소녀들에게 가까이 있어서 보리 추수와 밀 추수를 마치기까지 이삭을 주우며 그의 시어머니와 함께 거주하니라.” 룻이 보아스의 소녀들에게 가까이 있어서 이삭을 주웠다는 것이다. 곧 보아스의 소녀들도 이삭을 주운 것이다.
요컨대 보아스는 땅에 떨어진 이삭을 가난한 사람과 거류민이 줍도록 허용하면서도 동시에 그들보다 먼저 자기 소녀들이 그 이삭을 거의 다 줍게 했던 것이다. 이것은 곡식을 거둘 때에 땅에 떨어진 이삭은 줍지 말고 가난한 사람과 거류민을 위하여 남겨두라는 율법을 온전하게 순종한 것은 아니다. 이런 불완전한 순종은 가난한 사람과 거류민이 이삭을 아예 줍지 못하게 하는 완전한 불순종보다는 좀 더 나은 것이지만, 가난한 사람과 거류민을 위하여 떨어진 이삭을 줍지 않고 남겨 두는 완전한 순종보다는 훨씬 못한 것이다.
이처럼 보아스의 순종은 처음에 온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곡식 단 사이에서 줍게 해 달라는 룻의 요청을 들은 후에, 보아스가 자기 소년들로 하여금 룻이 곡식 단 사이에서 줍게 하고 또 룻을 위하여 곡식 다발에서 조금씩 뽑아 버려서 룻에게 줍게 하라고 명한 것은, 룻에게 관대한 자비를 베푼 것이면서, 동시에 룻보다 먼저 자기 소녀들로 하여금 거의 싹쓸이하여 줍게 한 이삭을 다시 밭에 흘려놓음으로써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보아스가 룻에게 인애를 베풀었다는 것도 진실이지만, 그 반대로 룻이 하나님의 율법에 온전한 순종을 하지 못하고 있는 보아스로 하여금 온전한 순종의 길로 견인했다는 것도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