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이야기 9> 부정적인 감정 표현의 필요성
분노는 모든 사람들이 겪는 감정입니다. 불쾌한 일이 생겼을 때 우리는 불편한 마음, 다시 말하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고 그 불편한 마음 혹은 부정적인 감정은 다시 분노라는 강렬한 부정적 감정으로 발전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불편한 감정이 분노까지 발전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섭섭함, 슬픔, 충격, 우울, 속상함 등의 불편한 부정적인 감정들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 불편한 감정들을 겪을 때 우리의 마음은 어두울 것이고 따라서 우리의 표정이나 목소리가 밝을 수 없습니다.
자신이 불편한 감정을 겪을 때 우리 마음이 어두운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보는 것 역시 즐거운 일이 아닙니다. 어떤 가정에서는 자녀들이 슬픔이나 낙심 등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는 것 자체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일상화되기도 합니다. 그런 가정에서 자라게 되면 아이들은 분노 뿐 아니라 다른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을 느끼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자신에게 생긴 부정적인 감정들을 밖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 쌓아두기 때문에 내부에 부정적인 감정의 에너지가 쌓이게 되므로 점점 삶에 활기를 잃게 됩니다. 그 결과, 오랜 세월이 지나면 우울증을 비롯해서 여러 종류의 신체 내적, 혹은 외적인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분노를 포함하여 부정적인 감정들을 경험할 때 그 부정적인 감정들을 표현함으로써 부정적 감정의 에너지를 밖으로 발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린 자녀들이 울 때 종종 “울면 못써!”라고 말하면서 슬퍼서 우는 것이 잘못된 일인 것처럼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슬픔을 비롯해서 우리 속에 생긴 부정적인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부정적인 감정들 표현할 때 그 감정을 순화해서 표현하지 못하고 예쁘지 않은 표정과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기 쉽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자녀와 같이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가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면 우리도 당황하거나 염려 혹은 두려움 등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그런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게 됩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할 때 부모들은 자녀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하고 그 감정에서 빠져 나오라고 말하는 것이지만 자녀들은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기가 쉽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분노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경험할 때 그것들을 건강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을 배울 필요가 있고 자녀나 배우자 혹은 다른 가까운 사람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받아줄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올 때 시무룩한 표정으로 들어와서 아무 말도 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면 우리는 자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할 것입니다. 그러면 아이 방문을 두드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면 좋을 것입니다. 그럴 때 아이가 제일 친한 친구가 이사를 가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고 말하면서 운다고 가정합시다. 이런 경우에 많은 부모들이 “사람이 살다 보면 이사를 갈 수도 있고 전학을 갈 수도 있는데 그런 일로 우는 것 아니야. 바보 같이 울지 마.”라고 말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것은 친한 친구가 전학을 가서 슬픈 아이의 감정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제일 친한 친구가 전학을 가서 섭섭하고 슬픈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니 눈물이 날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그런 마음을 이해해 주고 아이가 자신의 섭섭하고 슬픈 마음을 표현할 때 그 감정을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는 부모를 향해 화가 날 수도 있습니다. 친구가 전학을 가게 되어 슬픈 마음이 이번에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주지 않는 부모를 향한 분노로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이해 받지 못한 자녀들의 분노는 종종 반항으로 발전됩니다. 어떤 자녀들은 이런 경우에 부모에게 화를 내지 못하고 섭섭하고 슬픈 마음과 함께 화가 난 마음도 안에 억눌러 쌓아두게 됩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땅히 자기를 이해해 주리라고 기대했던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주지 않거나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는 원래 다른 일 때문에 생긴 부정적인 감정에 더하여 배우자나 부모에 대한 섭섭함과 슬픔이 추가로 생기고 그 섭섭함과 슬픔은 분노로 발전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 상대방의 부정적인 감정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고 긍정적인 감정 뿐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감정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살면서 여러 종류의 감정을 경험합니다. 기쁨, 반가움, 자랑스러움, 즐거움 등의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하기도 하고 슬픔, 낙심, 우울, 섭섭함, 짜증, 분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긍정적인 감정은 누구에게나 좋은 것이지만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물론 감사해야 할 일에 오히려 짜증을 내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불합리한 이유로 분노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지만 짜증이나 슬픔, 우울, 분노 등의 감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슬픔이나 낙심, 우울, 섭섭함, 짜증,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우리는 그런 감정들을 바람직한 방법으로 적절하게 표현함으로써 부정적인 에너지를 밖으로 발산시키는 것입니다.
박진경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객원교수, Family Alive 대표, 홈페이지: www.familyalive.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