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하나님의 교육명령] 가정, 교회의 거울이자 한 알의 씨앗

가정, 교회의 거울이자 한 알의 씨앗

― 칼뱅의 ‘작은 교회’ 신학과 오늘의 D6 가족사역

가정을 ‘작은 교회’로 보았던 칼뱅의 신학

“하나님은 교회를 우리의 어머니로 주셨고, 교회는 우리를 믿음으로 낳아 길러 주는 양육의 장이다.”

  칼뱅은 『기독교 강요』 제4권에서 교회를 어머니로 비유하면서, 신자의 성장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강조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칼뱅은 신앙이 뿌리내리고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정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부모, 특히 아버지를 ‘가족의 교사’로 부르며, 가정을 하나의 교회로 여겼다. “가정은 작은 교회(ecclesia domestica)”라는 그의 표현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신학적 핵심이었다. 그는 하나님께서 언약의 은혜를 단지 개인에게만 주시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부모를 통해 그 자녀에게로 이어주신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고(행 2:39), 바로 그 이유로 자녀를 하나님의 말씀과 경건으로 훈련시키는 책임이 부모에게 주어졌다고 믿었다.

  칼뱅은 제네바에서 공교육과 교리문답 교육을 의무화했지만, 교육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여전히 ‘가정’에 있었다. 그는 “가정에서의 교리 교육이 교회 교육을 보충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부모가 자녀에게 말씀을 가르치지 않을 경우 단지 부주의한 것이 아니라 “공공의 죄”로 간주할 만큼 그 책임을 무겁게 보았다. 이렇게 볼 때, 칼뱅은 이미 16세기 개혁신학의 중심에서 오늘날 D6 운동이 말하는 핵심—즉 “자녀는 부모의 첫 제자”라는 메시지를 선포한 셈이다.

신명기 6장에서 칼뱅까지

  오늘날 D6 패밀리미니스트리는 바로 이러한 개혁신학적 가정관 위에 세워진 운동이다. D6는 ‘Deuteronomy 6’, 곧 신명기 6장을 기반으로 한 세대 간 제자훈련 운동이다.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라”(신 6:7)는 말씀을 따라, 가정이 신앙의 중심지이자 하나님 말씀의 통로임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이 사역은 현재 30개국 이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D6의 창립자 론 헌터(Ron Hunter)는 D6를 “가정을 하나님의 첫 번째 교회, 첫 번째 제자훈련의 현장으로 회복시키는 운동”이라고 소개한다. 가정은 교회의 보조 기관이 아니라, 복음의 최전방이다.

  이러한 D6의 철학은 놀랍게도 칼뱅의 가정 신학과 그대로 맞닿아 있다. 칼뱅이 “가정은 교회의 축소판이며, 부모는 자녀의 신앙을 인도할 첫 목자”라고 보았던 신학적 기초는, 오늘날 D6가 말하는 “가정이 곧 교회요, 부모는 자녀의 영적 리더”라는 언어로 실천되고 있는 것이다. D6에서는 이를 두 가지 방향으로 풀어낸다. 첫째, 부모를 위한 훈련과 교육—즉 부모를 제자화하여 자녀의 목자로 세우는 사역. 둘째, 교회와 가정이 함께 신앙을 이어가는 구조화된 커리큘럼의 개발이다.

교회와 가정의 동역 구조: ‘같은 주제, 같은 흐름’

  D6가 교회 사역에 미친 중요한 기여 중 하나는 ‘주제 일치형 커리큘럼’이다. D6는 태아부터 조부모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가 동일한 성경 본문과 주제를 따라가는 교육 흐름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각 가정은 주일 예배 이후에도 동일한 본문을 가지고 함께 대화하며, 가정예배나 식탁 시간, 혹은 수면 전 신앙 대화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 방식은 칼뱅이 제네바에서 시행했던 가정-교회 교육 연동 전략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칼뱅은 교회에서 교리문답을 가르친 후, 부모들이 집에서 자녀와 그 내용을 반복하고 확인하도록 권장했다. D6 커리큘럼은 바로 이 전통을 따라 “가정에서 반복되는 신앙 교육의 리듬”을 되살리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D6 매일학교’(가정 중심), ‘D6 주일학교’(교회 중심), ‘D6 트레이닝’(부모 및 교사 훈련)을 삼각 구조로 운영하며, 교회와 가정이 동역하도록 돕고 있다.

목회적 적용을 위한 제안

  칼뱅과 D6의 통찰을 한국 교회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목회자들은 다음 네 가지 방향에서 사역을 점검할 수 있다. 첫째, 부모 제자훈련을 사역의 우선순위로 둘 것. 둘째, 설교와 교육 커리큘럼을 연계하라. 셋째, ‘작은 교회’로서의 가정 예배를 회복하라. 넷째, 교회는 가정을 돕는 후원자이자 조력자여야 한다. 즉, 모든 교육은 “부모를 위한 것”이 먼저다. 교회는 부모가 영적 리더십을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 ‘성경적 훈련소’가 되어야 한다.

맺으며: 다음 세대를 향한 두 개의 전통이 만나다

  칼뱅은 가정이 신앙 전승의 씨앗이며, 부모는 자녀의 영적 교사라고 보았다. D6는 이 전통을 현대적으로 구현하여, 신앙이 다음 세대로 흘러가도록 하는 ‘말씀의 통로’를 회복하고 있다. 교회와 가정이 함께 세워질 때, 다음 세대는 단지 프로그램이 아니라 ‘삶’ 속에서 하나님을 만난다.

“가정은 작은 교회입니다. 자녀는 부모의 첫 제자입니다.”

이 고백이 회중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부흥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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