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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그런뜻이었구나] 나그네 (2), 국적이 천국인 사람

나그네 (2), 국적이 천국인 사람

핍박과 위협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신앙을 지키는 그리스인들을 지켜 보면서, 로마 관료 디오그네쿠스는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에게 답하기 위해 쓰여진 편지에 기독교인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리스도인은 국가나 언어 또는 관습으로는 인류의 다른 사람들과 구별될 수 없다. 그들은 자신들의 모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각자의 운명이 정해진 그리스와 야만인 (로마) 도시에 살고, 옷과 음식, 그리고 일상생활의 다른 문제에서 그 나라의 관습을 따르지만, 동시에 그들은 그들 자신의 공동체의 주목할 만한, 그리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헌법을 증명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현재 있는 나라에 살고 있지만, 이방인으로 사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속한 나라의 한 시민으로 모든 것에 대한 몫을 하고 있지만, 그들은 이방인으로서 모든 것을 견뎌낸다. 모든 나라들이 그들에게 조국이지만, 본질적으로 그들에게는 모든 조국은 외국이다. 그들이 ‘육신 안에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육신에 따라 살지 않는다. 그들은 지상에서 바쁘게 지내지만, 그들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다.”

   이 땅에 거주하는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잘 설명한 글입니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에 머무는 동안 나그네이며 그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고전 희랍어에서 현재 생활하는 곳을 영구 거주지로 만들지 않고 일시적으로 정착한 사람을 “파레피데모스”라고 했습니다. 이 낱말은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의 위치를 설명하는 두 번째 단어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땅에 자신의 모국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들은 단지 이곳에 임시 거주자일 뿐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즐거움이 그들 삶의 결정 요인이 될 수 없습니다. 

   이 단어는 구약성경의 희랍어 번역 성경인 칠십인역 (LXX)에도 같은 방식으로 사용됩니다. 사라가 죽었을 때 아브라함은 헷 족속에게 가서 그녀를 묻을 땅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는 “나는 이곳에서 나그네요. 외국인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 죽은 아내를 묻을 수 있도록 나에게 땅을 좀 파십시오”라고 말합니다. 다윗도 이 땅에서 자신의 삶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나그네와 같은 내가 주님과 함께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처럼 내가 이방인으로 여기에 살고 있습니다.”

   자신을 이세상에서 이주민으로 보는 이러한 사상은 초기 기독교 신앙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삼위일체 교리를 기독교에 처음 소개한 터툴리안은 그리스도인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기독교인이 공언하는 진리는 자신은 지상에서 순례자이며, 낯선 지상에서 친구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천국에서 왔으며, 그의 영원한 거처는 거기에 있으며, 그의 모든 희망과 모든 친구와 모든 선호가 그곳에 있다. 우리는 이곳 세상에서 발생하는 일에 관심을 크게 두지 않는 이유는 가능한 한 빨리 세상을 떠나 (천국에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초기 기독교 신학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클레멘트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땅에 사는 동안 하나님의 말씀을 충성스럽게 실천할 것을 강조합니다. 그 이유는 그리스도인은 이 땅에 속한 사람들이 아니라 천국에 속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아테네인은 솔론의 법을 따르고, 아르고스는 포르네우스의 법을 따르고, 스파르타인은 리쿠르고스의 법을 따르게 하라. 그러나 네가 스스로를 하나님의 백성으로 등록한다면, 천국이 네 나라이고, 하나님은 네 입법자이다.” 천국에 속한 사람은 하나님의 법인 성경 말씀에 따라야 합니다. 또한 그리스도인은 이 땅에 자신의 모국이 없기 때문에 이곳에서 소유를 멀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세례를 받은 후에 자신의 전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준 키프리안 감독은 그리스도인에 관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사랑하는 형제들이여, 우리는 세상을 포기하고 이곳에 사는 동안 손님으로 그리고 나그네로 살고 있다는 것을 항상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를 여기에서 끌어내어 세상의 올가미에서 들어올리고, 우리를 낙원과 왕국으로 돌려보내는 지정된 그날을 맞이합시다. 외국에 있는 사람은 자기 나라로 돌아 가기를 서두르지 않겠습니까? 사랑하는 친구에게 돌아가기를 서두르는 사람은 자기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빨리 껴안기 위해 갈망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천국을 우리 나라로 여깁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낙사고라스는 명문 가문으로 상당한 부을 가진 사람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대한 성품으로 유명했던 그는 자신의 상속 재산을 포기하고 그와 관계된 사람들에게 나눠줍니다. 친척들이 재산을 소홀히 한다고 그를 비난하자, 그는 “그럼 왜 당신들은 재산을 돌보지 않느냐?’라고 대답했습니다. 그가 은퇴하고 나라 일에 전혀 관심 없이 과학적 연구에 몰두하자, 누군가가  “당신은 고국에 관심이 없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는 부드럽게 “저는 조국에 큰 관심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하늘을 가리켰습니다. 

   나그네로 번역되는 희랍어 파레피데모스는 신약성경에서 아브라함의 후손과 연결되어 사용됩니다. “하나님이 또 이같이 말씀하시되 그 후손이 다른 땅에서 나그네가 되리니 그 땅 사람들이 종으로 삼아 사백 년 동안을 괴롭게 하리라.” 이 낱말은 또한 모세가 도주하여 미디안 땅에서 나그네 되어 그곳에서 살았다는 정보를 제공할 때 사용됩니다. 구약의 족장들을 지칭하는 이 사람들은 거주지에 결코 정착하지 않은 나그네였고 순례자였습니다. 베드로는 이 단어를 조국을 떠나 소아시아에 흩어져 살았던 그리스도인들을 설명하는 데 사용합니다. 그는 낯선 곳에 거주하는 나그네와 같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영혼을 공격하는 육체적 정욕을 삼가라고 충언합니다. 대신 “너희가 이방인 중에서 행실을 선하게 가져 너희를 악행한다고 비방하는 자들로 하여금 너희 선한 일을 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고 호소합니다. 

   그리스도인은 본질적으로 이 세상에서 임시 거주하는 사람입니다. 그의 정체는 길을 가는 사람입니다. 비록 그가 여기에 머물러 있지만 그의 뿌리는 여기가 아니며, 그의 영구적인 집도 이곳이 아닙니다. 그는 항상 저 너머 천국을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천국 시민인 그리스도인은 이 땅의 사람들에게 둘려 쌓여 있습니다. 나그네와 같은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법 질서를 존중하며 나 자신을 깨끗이 유지해야 합니다.

이남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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