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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그런뜻이었구나] 여성 (2), “경건의 보고(寶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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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John-Mark Smith on Pexels.com

여성 (2), “경건의 보고(寶庫)” 

인류 문명사에서 여성에 대한 평가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극명한 온도 차를 보여왔습니다. 고대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그리고 유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여성은 남성 중심 사회를 뒷받침하는 부수적 존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페르시아  남성들은 “나는 이방인이 아니고 미개인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고 노예가 아님에 감사한다”고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심지어 여성을 동물과 비유하여 “땅과 바다에는 짐승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 여자는 자연에 가장 부적응적인 존재”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여자가 있는 곳에는 악이 있고, 여자는 교양을 갖출 수 있는 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여자가 가르치는 것은 뱀의 독을 퍼뜨리는 것과 같다고 모욕적 말을 했습니다. 고대 사회에서 여성의 일반적인 운명은 멸시와 억압이었으며 남성의 보호를 받지 못하면 비참하게 다뤄졌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고대 문학 작품 속에는 여성은 남성을 위한 보조자가 아닌 고결한 정신을 지닌 불멸의 전형으로 묘사됩니다. 고대 아테네의 시인 메난드로스가 “지혜로운 여인은 미덕의 보관소”라고 칭송할 만큼 여성은 내면의 절제와 덕성을 체득한 존재로 인정받았습니다. 플루타르코스는 딸을 잃고 슬픔에 잠긴 자기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녀를 위로할 뿐만 아니라 그녀의 고결한 인격에 찬사를 보냅니다. “우리가 아는 철학자 중에 당신만큼 사려깊고 균형 잡힌 자 없으며, 경건하고 질서 잡힌 자가 없소.” 헬라 문화에서 여성의 인권이 존중시되는 사회의 태도는 결혼 제도 속에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아내는 더 이상  남편의 쾌락의 대상이 아니고 애정어린 관계로 발전됩니다. 공적인 영역에서도 여성이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교육의 대상으로 부상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종교적 경건함에 있어 여성이 보여준 상징성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였던 엘리우시스에서는 여신 숭배 사상이 강했습니다. 사제직을 수행하는 여성에게 요구된 엄격한 정결과 독신의 전통은 여성을 거룩한 제사의 핵심 주체로 세웠습니다. 이는 성적 절제가 신성함에 접근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던 고대 세계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욱 높은 수준의 도덕적 정결과 영성을 대변하는 존재였음을 의미합니다. 여성의 지위는 억압받는 타자가 아니라 가정과 사회를 성소 (聖所)로 만드는 지혜와 경건의 수호자였습니다.

   구약 성경과 그 이후 유대교 전통 속에서 여성은 법적 권리가 제한된 “소유물”처럼 취급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성이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고귀한 인격체로서, 마땅히 가치 있게 여겨지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사실이 깊이 배어 있습니다. 여성의 창조를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다”고 밝힙니다. 그리고 그 목적을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합당한 조력자를 만들어 주겠다”고 언급합니다. 부패한 세상을 정의로운 사회로 회복시키는 역사적 사명을 이루는 선지자들 중에 여성 선지자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시아 왕의 종교 개혁 시기에 대제사장과 서기관들이 하나님의 뜻을 알기 위해 찾아갔던 지도자가 여선지자 훌다였습니다. 여성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고 또한 역사를 움직이는 하나님의 대리인입니다.  

   지혜서인 잠언은 여성을 의인화하여 지혜 그 자체로 표현합니다. 여성을 단순히 가정 안에서의 역할에 제한하지 않고 실제 삶의 현장에서 가정과 공동체를 세우고 지탱하는 지혜로운 주체로 찬양합니다. “누가 현숙한 여인을 찾아 얻겠느냐? 그의 값은 진주보다 더하니라. 고운 것도 거짓되고 아름다운 것도 헛되나 오직 여호와를 경외하는 여자는 칭찬을 받을 것이라. 그 손의 열매가 그에게로 돌아갈 것이요. 그 행한 일로 말미암아 성문에서 칭찬을 받으리라.” “어진 아내는 그 남편의 면류관”이라는 잠언의 말씀은 남편의 권위를 완성하는 결정적인 지혜자는 여성임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 속에는 여성들의 삶을 향한 섬세한 배려와 공감이 녹아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설명하시며 가루 서 말 속에 누룩을 넣는 여인의 수고를 언급하시거나, 잃어버린 영혼을 향한 하나님의 간절함을 등불을 켜고 집안을 쓸며 드라크마를 찾는 여인의 마음으로 비유합니다. 여성들의 일상적인 노동과 기쁨을 하늘의 신비를 담아내는 거룩한 언어로 표현합니다. 랍비가 여성에게 율법을 가르치는 것이 금기시되던 시대에, 예수님은 자신의 발치에서 말씀을 듣는 마리아를 격려하며 그녀의 영적 선택을 지지하셨습니다.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를 통해 그녀의 영혼을 구원으로 인도하신 사건은 파격적입니다. 복음서 저자들은  고난의 현장을 지킨 경건한 여인들의 무리를 언급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인 부활의 첫 목격자는 여성이었습니다. 

   초기 교회 안에서 여성은 남성과 동일한 구성원의 일원이 됩니다. 초대교회의 태동을 기록한 누가는 대표가 되는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예수님을 따라 다녔던 열한 제자들의 이름을 언급하고 “여자들과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첨부합니다. 이제 막 시작되는 교회의 주역으로 여성이 등장합니다. 사역의 현장마다 여성들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자색 옷감 장사 루디아는 경제력을 갖춘 여성으로 자신의 집을 선교의 거점으로 제공합니다. 교회는 남성을 “형제”라 부르듯 여성을 “자매”라 부르며 영적 가족애를 나눴습니다.

   사도 바울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고 누구도 차별 없슴을 선언합니다. 창조 질서와 당시 사회적 맥락 속에서 “아내들이여 자기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하라”고 질서와 순복을 강조했지만, 이는 결코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울은 남편들에게 아내를 제 몸처럼 사랑할 것을 권고합니다. 남녀의 차이를 지배권이 아닌 서로의 고유한 역할을 통해 함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아름다운 동역의 관계임을 알려줍니다.  베드로는 남편들에게 “지식을 따라  너희 아내와 동거하고 생명의 은혜를 함께 이어받을 자로 알아 귀히 여기라”고 조언합니다. 여성이 단순히 남성의 보조자가 아니라, 영생을 공유하는 동등한 주역임을 명시한 것입니다. 

   여성은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독립적 인격체입니다. 남성의 지위를 완성시키는 결정적인 경건의 보고입니다. 십자가의 주님을 지켜 보고 부활의 첫 목격자인 여성은 복음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주체입니다.

이남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