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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패밀리얼라이브] 화해 이야기 <3>  화해를 위한 선결 조건

<화해 이야기 3>   화해를 위한 선결 조건

지난 글에서 우리는 화해가 단순히 갈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양자 사이에 생겼던 긴장과 갈등으로 인한 장벽을 제거하고 상대를 향한 긍정적 감정을 활성화시켜서 긍정적 상호관계를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면 화해를 위해 해야 할 첫번째 작업은 양자 사이에 생긴 장벽을 제거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 인해 장벽이 생겼다면 그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서 피해를 입은 쪽의 상처를 만져주는 일과 피해를 복구해 주는 일이 필요합니다. 피해를 입은 사람을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로 가해자를 용서하고 화해하라고 말하는 일은 일종의 폭력적 압박이 될 수 있고 화해로 가는 길을 더 어렵게 만드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화해는 말이 아니라 노력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피해자의 상처가 치유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 및 피해를 복구 또는 보상하는 노력이 없이 겉만 봉합하는 것은 참된 화해로 이끌 수 없습니다.

양자 사이에 생긴 벽을 제거하는 일은 마음을 만져 주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마음을 만져 주기 위해 먼저 할 일은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일과 더불어 피해자의 마음에 맺힌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입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고 해서 피해자의 마음이 바로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과를 듣기 전에는 섭섭한 마음을 속에서만 되뇌고 있다가 가해자가 사과를 하면 화를 내며 따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가해자는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내가 원래는 그럴 뜻이 없었어.” “그 때는 내가 다른 일로 스트레스가 많았어.” 혹은 “나만 상처를 준 것은 아니지 않아? 나도 상처를 받았어”라는 식으로 변명 혹은 합리화하는 말을 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왜 그런 말이나 행동을 했는지 물을 수도 있고 가해자의 말 혹은 행동으로 인해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고 어떤 상처와 피해를 입었는지를 말하고 싶을 것입니다. 이때 가해자는 자기 나름대로 할 말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선은 피해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피해자의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실 가해자는 자신이 한 말이나 행동이 잘못이었다는 것을 깨달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처와 피해를 입었는지 충분히 모를 수도 있습니다. 피해자가 하는 말을 듣다 보면 피해자의 마음뿐 아니라 피해자가 실제로 어떤 상처와 피해를 입었는지를 보다 잘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사과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해 상대방의 상한 마음을 만져주는 것입니다. “미안해. 내 생각이 짧았어. 내가 어떻게 하면 네 마음이 풀릴까?”라고 말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한 행동을 변명하는 것은 상대방을 위한 일이 아니라 자기를 변호하는 것이므로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상대방 속에 들어있던 섭섭한 마음, 억울한 마음을 들어주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가해자는 피해자의 이야기를 마음을 다해 들어준 후에는 가능하다면 피해를 복구 혹은 보상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사과하는 일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일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지고 사과하는 것입니다. 미안하다는 말만으로는 둘 사이의 관계가 온전히 회복되기 어렵습니다. 피해자로서는 가해자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다고 느껴져야 화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용서 이야기’ 시리즈 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이 출애굽기 22장에는 잘못한 사람은 반드시 그 행위에 상응하는 변상을 해 주어야 한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한 마리를 죽이거나 도적질했을 경우에는 소 5마리로 변상해야 했습니다. 만일 배상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없다면 자기 몸을 팔아서라도 반드시 배상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이처럼 어쩌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변상하도록 한 것은 피해자의 피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갚아주어야 피해자의 마음이 풀릴 것이라는 점을 이야기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고 화해를 이야기하는 것은 허공에 집을 지으려는 것과 같습니다.

만일 상처나 피해를 준 것이 어느 한쪽의 일이 아니라 서로 상처를 주고 서로 피해를 입혔다면 누군가 먼저 사과를 할 수 있어야 화해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사과하는 사람은 자신도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그런 마음을 누르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합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상대방의 불평을 다 들어줄 때 사과를 받은 사람의 마음이 열리고 자기 자신이 한 말이나 행동도 되돌아볼 마음이 생길 것입니다. 그러게 되면 쌍방이 서로 사과하면서 화해를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집단과 집단 사이에 벽이 생긴 경우에는 대부분의 경우에 개인적인 관계에서 벽이 생긴 경우보다 더 복잡합니다. 집단의 구성원들의 마음을 모으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집단 간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집단의 리더가 화해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하고 구성원들과 화해의 필요성에 대해 먼저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화해를 위해 양보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충분히 의견을 모은 후에 화해를 시도해야 합니다. 집단 내의 의견을 모으지 않은 채 화해를 시도하게 되면 화해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고 상대방에게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구성원들로 인해 화해가 무산되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상대방을 향해 양보하는 마음과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화해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화해는 상대방과 긍정적인 상호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므로 특히 집단 간의 화해 논의에는 함께 추구해야 할 공동의 목표에 대한 논의를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긍정적인 상호관계는 어느 한 쪽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양자 모두에게 유익이 되는 일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도 화해의 동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진경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객원교수, Family Alive 대표, 홈페이지: www.familyalive.ca, 이메일: familyalive20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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