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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세상돋보기] 긍휼을 구하라

긍휼을 구하라

지난 3월 23일 오후 2시 40분경 서울 광진소방서에 신고 전화가 왔다. 얼룩말이 도심을 활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대낮에 웬 얼룩말인가?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얼룩말은 아차산역 부근에 있는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살다 탈출한 것이다. 이 말은 ‘세로’라고 불렸는데, 2019년에 태어난 네 살배기 수컷 얼룩말이었다. 얼룩말의 수명은 보통 25-40년 정도 된다. 현재 세로의 발달 상태는 사람의 발달 단계로 보면 청소년기에 해당한다. 알고보니 이 얼룩말 세로는 동물원에 쳐져있는 1.3m 높이의 나무 울타리를 앞발로 부수고 탈출했다. 

탈출하기 전에 이 얼룩말 세로는 계속 주변 동물들과 마찰을 일으켰고, 생활도 안정되지 않았다. 동물원 폐장 시간이 되어도 자기 우리로 들어오지 않으려고 버티고, 또 옆 칸에 사는 캥거루와 울타리를 두고 서로 시비를 걸고 싸우고, 또 사육사들이 주는 식사도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 아니, 얼룩말에 갑자기 사춘기가 왔나? 이렇게 거칠고 반항하는 얼룩말을 생포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결국 세로는 아차산역 주택가를 배회하다가 마취총 7발을 맞고서야 쓰러져 생포되었다.  

그동안 잘 자라던 얼룩말이 도대체 왜 이랬을까? 이 사건 직후 동물원은 세로의 사연을 공개했다. 동물원은 세로를 엄마 아빠 껌딱지라고 표현했다. 부모 곁에서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며 무럭무럭 자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로의 엄마가 재작년 여름에 죽었고, 아빠는 작년 1월에 잇달아 죽었다. 그러면서 세로는 이 동물원의 유일한 얼룩말이 되었고, 그때부터 정서적인 안정을 찾지 못하고 난폭성과 함께 반항이 시작되었다. 동물원에서는 세로가 성년이 되는 내년쯤에는 인근 동물원과의 협의를 통해 짝을 만들어 줄 계획이라고 한다. 

처음에 얼룩말이 뛰쳐나와서 일탈 행동을 하면, ‘아니 저 동물이 왜 그래? 찻길로 다니면 얼만 위험한데? 빨리 잡아가지’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사정을 듣고 긍휼의 마음이 들게 된다. 

하나님께서 이 땅을 보실 때도 그런 마음이었다. 인류는 완악하고 교만하고, 사납고, 배신하고, 조급하며, 잔인하고, 쾌락 사랑하기를 하나님 사랑하는 것보다 더 했다. 자꾸 하나님께 반항하고 들이받으려고 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런 모습을 보면 당장에 심판하셔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하나님은 이런 우리의 깊은 속을 아셨다. 알고 보니, 하나님이 그 중심에 없고 고아 같이 지내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하나님은 이런 인류를 불쌍히 여기셨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 세상을 심판하는 대신,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를 위해 내어주시기로 하셨다. 이런 하나님을 성경은 ‘긍휼이 풍성하신 하나님이 우리를 큰 사랑으로 사랑하셨다’고 말씀한다(엡 2:3-5). 하나님을 깊이 알면 그분의 긍휼을 닮게 된다. 지금 내게 긍휼의 마음이 있는가? 긍휼을 구하라. 천국은 이런 긍휼이 가득한 이들로 세워져간다(마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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