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희년 이야기] 부자와 나사로(1)

human standing beside crucifix statue on moun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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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나사로(1)

누가복음 16장의 ‘부자와 나사로’ 비유는 예수님이 바리새인들에게 하신 말씀의 연장선상에 있다. 바리새인들은 돈을 좋아하는 자들이었고, 사람 앞에서 스스로 옳다 하는 자들이었다(눅 16:14-15). 율법 준수를 강조하면서도 실상은 장로들의 전통으로 하나님의 율법을 폐기하고 율법을 준수하지 않는 바리새인들에게, 예수님은 율법이 하나님의 나라에서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하셨다. 눅 16:17, “율법의 한 획이 떨어짐보다 천지가 없어짐이 쉬우리라.” 특히 이 말씀은 재물에 대한 가르침의 문맥에서, 희년 경제법처럼 가난한 자들을 위한 율법에 담긴 하나님의 뜻에 순종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레위기 25장의 희년 경제법은 가난한 자들을 위한 단계적이고 총체적인 보호법이다. 가난한 사람이 먼저 땅을 잃는 단계부터 시작해서 그 다음에 집을 잃고 그 다음에 빚을 지고 그 다음에 동족 히브리인에게 몸이 팔리고 마지막으로 부유한 이방인에게 몸이 팔리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가난한 자를 보호하고 총체적으로 그를 존엄한 자유인으로 회복시키는 데 초점을 둔 법이 바로 희년 경제법인 것이다.

이어지는 ‘부자와 나사로’ 이야기의 결론에서 “모세와 선지자들에게 듣지 아니하면 비록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는 자가 있을지라도 권함을 받지 아니하리라”(31절)라는 말씀 역시, 모세와 선지자들이 가르친 희년 경제법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말씀조차 듣지 않으면, 어떻게 그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가르치신 예수님(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는 자)의 말씀을 듣겠느냐는 뜻이므로, 예수님의 가르침은 모세와 선지자들의 가르침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계승하고 오히려 더 높은 수준으로 철저화한 것이라는 사실을 나타낸다. 

또한 이 말씀은 모세와 선지자들의 희년 경제법을 경시하는 자는 그가 설령 예수님이 부활하셨다고 믿는 자라 하더라도 예수님의 희년 정신 실천 계명을 경시할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서 구약의 희년 경제법을 경시하는 자는 신약의 희년 정신 실천 계명 역시 경시할 것이다. 

오늘날 많은 신학자와 목회자와 신자들이 이런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들은 구약의 희년 경제법을 경시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신약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희년 정신 실천 계명을 새로 알게 되어도 이를 경시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태도는 이 본문에서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음부의 불꽃 가운데 고통당하는 부자가 자신과 동일한 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본 자기 형제들의 태도와 동일한 것이다(29-30절, “아브라함이 이르되 그들에게 모세와 선지자들이 있으니 그들에게 들을지니라 이르되 그렇지 아니하니이다”). 

이는 희년 경제법을 비롯한 구약의 가르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낸다. 우리는 구약의 희년 경제법을 중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신약의 희년 정신 실천 계명 역시 중시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두 가지 모두를 중시해야 하는데, 구약의 희년 경제법으로부터 출발해서 신약의 희년 정신 실천 계명에 이르기까지 이 모두를 중시해야 하는 것이다.

‘부자와 나사로’ 이야기는 먼저 희년 경제법이 무너진 반(反)희년 세상의 참상을 폭로한다(눅 16:19-21). 이어서 그런 세상에서 향락을 누려온 반(反)희년의 부유한 권력자들에게 장차 내세에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눅 16:22-26). 마지막으로 모세와 선지자들에게 들으라고 강조하는데(눅 16:27-31), 이것은 희년 경제법과 같이 가난한 자들을 위한 하나님의 법을 실행하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이 이야기는 반(反)희년의 부유한 권력자들에게 이 세상에서 희년 경제법을 실행하라고 촉구하는 말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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