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이어와 코이노니아
예수님의 오병이어 기적(눅 9:12-17)과 초대교회의 코이노니아(행 4:32-35) 사이에는 깊은 연관성이 있다. 그것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예수님이 오병이어 기적을 베푸신 남자들의 수가 오천 명인데, 초대교회의 코이노니아에 동참한 남자들의 수 역시 오천 명이다. 사도행전 4:1-4에 의하면, 사도들은 “예수 안에 죽은 자의 부활이 있다”고 가르쳤고, 그 부활의 증언을 들은 사람 중에 믿는 남자의 수가 약 오천 명이나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이어지는 행 4:32-35의 코이노니아에 동참했던 것이다.
둘째, 예수님이 오병이어 기적을 통해 무리들의 굶주림을 해결해 주신 것처럼, 초대교회는 코이노니아를 통해 믿는 무리의 궁핍함을 해결해 주었다. 오병이어 기적에서 무리들이 단 한 사람도 배고픈 사람이 없이 모두 배불리 먹게 된 것처럼, 초대교회의 코이노니아에서도 믿는 무리는 단 한 사람도 가난한 사람이 없게 되었다.
셋째, 오병이어 기적에서 사도들이 예수님께로부터 받아서 무리들에게 빵과 물고기를 나누어준 것처럼, 초대교회의 코이노니아에서도 사도들이 넉넉한 성도들로부터 받아서 가난한 성도들에게 그 필요를 따라 나누어주었다. 오병이어 기적에 앞서 예수님은 사도들에게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눅 9:13)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요한복음 21장에 의하면, 예수님은 부활하신 후에 디베랴 호수에서 일곱 제자에게 나타나셔서, 물고기를 백쉰세 마리나 잡도록 기적을 베푸셨고, 제자들을 위해 미리 빵 한 덩이와 생선 한 마리를 숯불에 구워 준비해 주시기까지 하셨다. 그런데 그것은 예수님이 제자들을 위해 또 하나의 ‘작은 오병이어 기적’을 일으키신 것과 같다.
또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내 어린 양을 먹이라”고 명하신 것은, “내가 너희에게 빵과 물고기를 먹인 것처럼, 너희도 내 어린 양들을 먹이라”는 의미이다. 물론 여기서 예수님의 어린 양을 먹이는 일이란, 식탁 사역(구제)뿐만 아니라 말씀 사역(전도, 교육)의 뜻도 있다.
그래서 사도들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수행하다가, 초대교회 성도들의 수가 너무 많아져서 이 두 가지를 모두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식탁 사역을 위해 따로 집사들을 세우고, 자신들은 말씀 사역에만 힘쓰게 된 것이다(행 6:1-6). 초대교회에서 베드로를 비롯한 사도들이 예수님의 어린 양을 먹이기 위해 식탁 사역(구제)을 수행한 것은, 앞선 오병이어 기적에서 사도들이 무리들을 먹이기 위해 예수님이 떼어 주시는 빵과 물고기를 나누어주는 식탁 사역을 수행한 것과 같다.
요컨대, 예수님의 오병이어 기적과 초대교회의 코이노니아는 깊은 관계가 있다. 초대교회의 코이노니아는 예수님의 오병이어 기적을 재현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초대교회의 코이노니아를 통해 오병이어 기적을 다시 나타내신 것이다. 전에는 예수님의 초자연적인 기적으로 오병이어 사건이 일어났었지만, 이제는 “주 예수의 부활”에 큰 은혜를 받은 초대교회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희년 정신을 실천함으로써 새로운 오병이어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