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교계뉴스캐나다 행복을 당신 손 위에_고난의 씨앗들(2)

[특별연재] 행복을 당신 손 위에_고난의 씨앗들(2)

고난의 씨앗들(2)

수술 받고 나서 내 눈은 붕대로 여러 겹 감겨 있었고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하나도 안 보이는 그 시간이 참 무섭고 길게만 느껴졌던 것 같다. 멈춘 것만 같던 시간이 드디어 지나가고 의사의 지시대로 붕대를 풀게 되었는데 처음으로 시야에 들어왔던 걸 잊을 수가 없다. 일단 사물들이 여러 겹 겹쳐 보였다. 시야도 깨끗하지 않았고 눈의 초점을 한 곳으로 맞출 수 없어, 불편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고 심한 두통에도 시달렸다. 심리적으로도 불안했는데 ‘계속 이렇게 보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부모님도 어떻게 해 줄 수 없었고 의사도 시간이 지나야 회복된다는 말만 해서 아무도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교회학교에서 늘 배웠던 말씀이 생각났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친구가 되시고 아픈 곳을 다 치료해 주실 수 있다는 말이 기억난 것이다. 내 눈이 잘 보이게 꼭 치료해 주시기를, 나는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한동안 나의 눈은 온전치 못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차차 좋아지기 시작했고 사시 증상과 여러 겹으로 겹쳐 보이는 증상은 깨끗하게 낫게 된다. 나에게는 그때가 하나님과 처음으로 가깝게 지냈던 아름다운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 후 나는 사람의 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고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수님이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 것이다.

 음악적인 달란트를 받으셨던 어머니는 교회 학생부와 주일 오후 예배 지휘자로 성가대에서 봉사하셨다. 그런 어머니는 나를 유치원에 들어갈 나이에 피아노 학원으로 보내신다. 나는 그때부터 피아노를 놀이 삼아 가까이하게 되었고 어머니는 내가 피아니스트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어머니의 뜻이었지만 나의 꿈으로 품고 소중히 여기며 열심히 피아노를 쳤다. 그 덕분에 교회에서도 반주할 기회를 많이 얻게 되었다. 정식 반주자가 교회에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나 새벽예배 때 반주를 많이 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교회 찬양 팀에서 반주를, 했는데 반주를 통해 주님을 찬양하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었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피아니스트로서의 꿈은 변치 않아 체르니 40번까지 마치고 쇼팽, 베토벤과 같은 작품들을 많이 쳤다. 오랜 시간을 매일 연습하다 보니 왼쪽 손목에 무리가 왔는지 혹이 생기게 되었다. 이 혹은 손목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였는데 피아노를 계속 칠 수 없을 지경에 이르고 만다. 결국에는 피아노를 쉬어야만 했고 나를 향한 어머니의 꿈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피아노를 그만두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한 일이었기에 미련도 남았지만, 하나님께서는 지난날의 꿈을 향한 작은 수고를 버리지 않으셨음을 살면서 느끼게 하셨다.

이제 예전처럼 피아노 연주를 잘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손이 굳어 연주하는 실력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찬송가와 복음성가 반주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결혼 전, 교회학교에서 또 대 예배에서 반주로 주님을 찬양할 수 있었고, 결혼 후 선교지에서도 반주로 전도할 수 있었다. 너무나도 감사하고 신기한 일은, 내가 반주를 내려놓으려고 할 때도 하나님께서는 부족한 나를 반주자로 계속 사용하여 주셨고, 개척교회를 섬겼을 때도 반주자로 세워 주셨다.

꿈이란, 장래 희망이란 무엇인가? 무슨 일을 하든 무슨 직업을 갖든, 결국은 주님을 찬양하고 영광 돌리는 일일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삶의 목적이기에 말이다. 비록 피아니스트가 되지 못했지만, 오직 하나님만을 위해 연주하는 것은 큰 기쁨과 보람이 되었다. 살면서 어느 악기든 한 악기를 취미로 삼아 주님을 찬양하는 것은 삶을 더욱 감사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일이다. 꿈을 빼앗겨도 하나님을 찬양하는 데에는 어떠한 장애도 있을 수 없었다.

spot_img

최신 뉴스

인기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