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민족을 향해 나아가는 디아스포라 공동체
송민호 목사
성장지향적 교회에서 선교적 교회로
캐나다 토론토는 수많은 민족으로 이루어진 모자이크 도시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 로 인해 토론토에서는 양쪽 세력을 각각 지지하는 양면 현상이 발생하여 적지 않은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많은 민족이 모여 살다 보니 세계 구석구석의 뉴스가 이 곳 토론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현재 광역 토론토의 약 6백만 인구 중 절반 이상이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주언어로 사용하고 있다. 한마디로 토론토는 디아스포라 이민자들의 도시다. 그들이 태어난 나라에서 배운 2백 개가 넘는 언어를 캐나다에 가져와 자유롭게 구사하며 그들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살아가고 있다.
이런 다문화, 다민족 사회에서 46년 전 토론토 영락교회가 시작되었다. 2004년 필자가 3대 담임목사로 부임했을 때, 토론토 영락교회는 캐나다에서 괄목할 만한 이민교회로 성장해 있었다. 청빙을 받고 하나님께 드렸던 기도가 생각난다. “하나님, 이 교회는 많은 목회자가 오고 싶어 하는 교회인데 선교지에 있는 제가 왜 굳이 와야 합니까?” 이미 이 교회에서 영어권 사역자로 12년을 섬겼고, 그 후 필리핀 선교사로 파송 받아 떠났는데, 갑자기 필자를 파송했던 2대 목사가 의료사고로 별세한 것이었다. 하던 선교를 내려놓고 청빙에 응해야 할지를 하나님께 구했다. 그때 주신 하나님의 마음은 ‘이 교회가 크게 부흥했지만, 이제는 교회의 안정이나 성장이 목표가 아닌 선교적(미셔널) 교회로서의 사명을 다하길 원한다’ 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작된 성장 지향적인 교회에서 선교적 교회로의 전환은 지난 20년 가까이 담임목사로서의 사역을 의미 있고 값지게 했다.
디아스포라 교회의 특성상 위험한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문화적 고립이다. 한국어를 자유롭게 사용하며 동포와 함께 예배 드리고 친교하는 이민교회가 되길 선호하다 보면 게토화 현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한국인의 문화와 언어를 유지하면 할수록 타 문화권에 대한 관심을 간과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해외 선교를 위해 선교사를 파송하고 단기팀을 해마다 보내는 이민교회가 진작 토론토에 있는 여러 민족의 복음화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이런 문화적 고립성이 다음세대와의 관계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결국 디아스포라 교회는 비한인 사회와의 단절, 그리고 차세대와의 단절로 이어지는 게토화된 교회, 타민족과 차세대를 아우르지 못하는 1세 중심의 한인 이민교회로 남기 쉽다.
그러나 토론토 영락교회 성도들은 교회의 게토화를 거부한다. 비록 영어가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토론토 안에 있는 여러 민족을 향해 복음을 전하는 미셔널 처치가 되기를 갈망한다. 부임 첫해부터 시작한 것은 동남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을 위한 신앙 공동체를 세우는 일이었다. 몇 명의 미얀마 성도들 이 함께해 줄 교회를 찾고 있을 때, 우리 교회를 얼마든지 쓰라며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우리도 이민 초기 캐나다 백인 성도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지 않았었는가? 그 후 우리 교회는 태국인을 대상으로 교회를 개척했고, 베트남 성도들에게도 교회를 오픈했다. 이런 이민 1세의 모습을 본 2세 회중 중 일부가 힘을 모 아 필리핀 교회를 개척했다. 요즘은 토론토에 거주하는 이란인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이란 형제를 신학교에 보내서 졸업했고, 지금은 교회에서 일을 배우고 있다. 교인들에게 비한인들을 품고 기도하라는 것이 결코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토론토 난민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2014년 8월, 이슬람 국가(ISIS)의 침략으로 인해 남성은 집단 살해를 당하고 여성은 성노예로 끌려가거나 뿔뿔이 흩어진 야지디(Yazidi) 난민을 도와 달라는 전화 였다. 약 50가정이 토론토에 왔고, 교회는 난민 사역팀을 만들었다. 지난 5년간 주기적으로 그들의 집을 방문하며 친구가 되어 주었다. 생필품을 전달하고, 영어를 가르치고, 캐나다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을 안내했다. 자녀들을 여름 성경학교에 초대해서 하나님 말씀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아직 마음 문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의 사역은 진행 중이다.
송민호 목사(토론토영락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