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자유당·블록당, 증오발언법에서 ‘종교 면책조항’ 삭제 추진… 종교계 반발 확산
캐나다 정부가 증오발언(hate speech) 관련 법률에서 오랫동안 유지돼 온 ‘종교적 면책조항(religious exemption)’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전국적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자유당(Liberal Party)은 최근 블록 퀘벡당(Bloc Québécois)과의 협력을 통해 해당 조항을 개정하는 데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면책조항은 그동안 “성실한 신앙(sincerely held belief)”에 기반한 발언은 종교적 가르침의 일부로 인정해 처벌 대상에서 예외를 인정해 왔다. 즉, 성경·코란·토라 등 종교 경전에 근거한 발언이 특정 집단에 부정적이거나 비판적 내용이 포함되더라도, ‘종교적 표현’이라는 이유로 기소가 어려웠다.
정부·블록당 “종교가 혐오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이번 개정 추진은 중동 분쟁 이후 캐나다에서 반유대주의·반이슬람 정서가 확산되고, 일부 극단적 발언이 종교적 신념을 근거로 정당화되는 사례가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블록당은 “혐오 발언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종교 면책 조항이 오히려 처벌의 사각지대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자유당 역시 인권단체와 소수자 단체의 요구를 반영해, 면책조항 삭제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정부 관계자들은 “종교 경전의 이름으로 혐오를 선동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며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종교계·보수 진영 “종교의 자유 침해… 경전 인용도 처벌 위험”
반면 종교단체와 보수당(Conservative Party)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면책조항 삭제가 단순한 ‘혐오발언 규제’를 넘어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조치라고 우려한다.
일부 기독교 단체는 “성경의 가르침을 언급하는 설교나 발언이 ‘혐오’로 해석될 경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법안의 모호성과 남용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보수당은 이를 “종교 공동체를 침묵시키려는 시도”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인권·소수자 단체 “오히려 늦은 조치… 법적 일관성 필요”
반대로 유대인 단체, 성소수자 단체, 이슬람 커뮤니티 일부는 이번 조치를 환영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의 면책조항 때문에 실제 혐오발언 기소가 번번이 무산됐으며, 종교가 차별과 공격을 정당화하는 보호막처럼 사용돼 왔다고 주장한다.
한 인권 단체는 “종교적 신념이 개인에 대한 폭력적·차별적 발언을 보호할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오히려 법이 불평등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논쟁의 핵심: “종교 표현”과 “혐오 발언”의 경계
이번 사안은 캐나다 사회에서 오랫동안 지속돼 온 **종교의 자유 vs. 평등권·인권 보호**의 충돌이라는 구조적 갈등을 다시 수면 위로 올렸다.
전문가들은 향후 법안이 통과될 경우, 종교계의 설교·성경 인용·종교적 가르침과 실제 ‘혐오 선동’ 사이의 경계를 놓고 법적 해석 논쟁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면책조항 삭제는 종교적 발언도 일반적 표현과 동일한 기준에서 판단하겠다는 의미”라면서도 “실제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과 적용 사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전망
자유당과 블록당이 해당 조항 삭제에 공감대를 이룬 만큼, 법 개정의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종교계와 보수 진영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향후 청문회와 공론화 과정에서 격렬한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논란은 캐나다가 “표현의 자유, 종교적 신념, 인권 보호”라는 세 가치의 균형을 어떻게 재정립할지에 대한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