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주민이해하기] 원주민과 까마귀(Raven)

원주민과 까마귀(Raven)

 한국의 납량드라마를 보면 까마귀가 자주 등장한다. 까치가 울면 좋은 일이 생기고 손님이 찾아온다고 여기는 반면, 까마귀는 흉조라 하여 불길한 일이나 죽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북미 원주민 문화 속에서도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동식물에 대해 보다 더 깊은 의미를 둔다. 북미 전역의 원주민 문화에서 까마귀는 중요한 문화적, 정신적 상징을 담고 있다. 

 각 원주민 공동체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까마귀를 장난끼 많고 영리하며 지략적이고 변화를 가져오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또한 까마귀가 독수리와 마찬가지로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즉,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연결해 주는 메신저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연결해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까마귀의 독특한 울음소리를 때때로 특별한 메시지나 신호로 해석하기도 한다. 까마귀의 특정한 소리와 행동이 사람에게 중요한 정보나 경고를 전달한다고 믿는 것이다. 

 나와 친하게 지내는 원주민 할머니 비키는 얼마 전 까마귀가 자신의 차 앞 내려앉아 톡톡 뛰면서 무엇인가 말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할머니는 차량 속도를 낮추고 천천히 운전하기 시작했는데, 얼마 후큰 사고가 난 현장을 지나게 되었다고 한다. 까마귀가 자신에게 사고가 나지 않도록 경고해 주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원주민들은 까마귀에 대해서 길조이면서도 예언을 해주는 존재로 생각하기도 한다. 

BC주 북부 해안가를 중심으로 거주는 하이다족은 까마귀가 세상에 빛을 가져오고, 땅과 바다와 많은 생명체를 가져오는 신성한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이처럼 한국인의 문화적 상황속에서는 까마귀가 흉조라서 꺼려지고 기피하는 현상이 있지만 원주민의 문화속에서는 까마귀는 길조이며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신성한 메신저로 여겨지는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 이 문화적인 차이를 인식하고 원주민의 문화를 숭배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그들이 문화를 업신여기는 자세는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 원주민을 이해하는 첫출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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