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희년 이야기] 토지 평등권

토지 평등권

가난 때문에 땅을 잃은 사람들이 희년이 오면 땅을 되찾는다. 희년에 토지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 희년 토지법의 대전제는, 토지는 다 하나님의 것이라는 진리이다. 

레 25:13, “이 희년에는 너희가 각기 자기의 소유지로 돌아갈지라.”

히브리어 ‘아훗자’에 대한 개역개정 성경의 ‘소유지’(레 25:10, 13)라는 번역은 잘못된 것이다. 가나안 땅은 이스라엘의 ‘소유지’가 아니라 유일한 지주이신 하나님으로부터 사용권을 받은 ‘임차지’이기 때문이다. 레 25:23, “토지를 영구히 팔지 말 것은 토지는 다 내 것임이니라. 너희는 거류민이요 동거하는 자로서 나와 함께 있느니라.” 따라서 ‘아훗자’는 ‘소유지’가 아니라 그냥 ‘땅’으로 번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태초에 하나님이 땅을 창조하셨다(창 1:1). 그래서 땅은 다 하나님의 것이다(레 25:23). 어떤 물건이든지 그 물건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것이듯이, 땅은 그것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것이다. 사람은 땅을 단 한 평도 창조하지 않았다. 사람은 단지 하나님의 땅에 사는 나그네에 불과하다(레 25:23). 하나님만이 유일한 지주이시다. 그리고 사람은 하나님께 땅을 빌려 사는 나그네일 뿐이다. 그래서 나그네인 사람이 땅에 대해 갖는 권리는 토지 소유권이 아니라 토지 사용권일 뿐이다.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다(전 1:4). 이 땅에 빈손으로 왔다가 잠시 후면 다시 빈손으로 떠나가야 할 나그네에 불과한 사람이 영원한 땅을 소유하려는 탐욕은, 참으로 어리석은 것이다. 그래서 레프 톨스토이(Лев Николаевич Толстой, 1828-1910, 러시아)는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민담(民譚)을 지어서, 땅에 대한 사람의 어리석은 탐욕을 경계했다. 그 민담의 주인공은 악마의 유혹을 받아 땅을 탐내다가 끝내 악마의 조롱 가운데 죽음에 이르고 말았다. 그에게 필요한 땅은 그가 묻힐 무덤 한 평뿐이었다. 그래서 땅에 대해 절대적이고 배타적이며 영구적인 소유권을 얼마 후면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에게 보장하려 하는 토지 사유재산제는, 사람의 헛된 탐욕에 기초한 어리석은 제도인 것이다.

땅의 유일한 소유주이신 하나님은 모든 인류에게 땅을 공평하게 선물로 나누어 주셨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에게 토지 평등권을 주셨다. 만민의 토지 평등권은 천부인권(天賦人權)인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하셨다(창 1:26-27, 9:6). 그런데 ‘하나님의 형상’의 의미들 가운데 중요한 것은 바로 ‘왕’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창세기에서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이 진리에는, 주변 국가들에서 그 나라의 백성들을 모두 왕 한 사람의 노예로 전락시켜 통치하는 왕정(王政)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그리고 더불어, 모든 사람이 왕처럼 고귀하게 평등한 존재로 창조되었다는 뜻이 담겨 있다. 곧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어구에는 평등사상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사람에게 복을 주시며 “땅을 정복하라”는 창조 명령을 주셨는데(창 1:28), 이 명령에 담긴 깊고 넓은 의미들 가운데 경제학적 의미는 “토지를 사용하여 노동함으로써 부(富)를 생산하라”는 뜻이다. 하나님은 이 복된 명령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모든 인류에게 주셨다. 그런데 모든 인류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모두 평등하다. 

따라서 하나님은 “토지를 사용하여 노동함으로써 부를 생산하라”는 이 복된 명령을 하나님의 형상인 모든 인류에게 ‘평등하게’ 주신 것이다. 요컨대 토지의 유일한 소유주이신 하나님은 모든 인류에게 토지의 평등한 사용권을 주신 것이다. 그러므로 토지 평등권은 모든 인류의 천부인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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