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룻과 보아스의 기업 무르기(1)
룻기의 주제는 서로 원수 관계에 있는 민족들의 구성원들이 여호와 하나님에 대한 신앙 안에서 서로 사랑하며 하나가 되는 것이다. 룻기는 이스라엘 사람과 모압 사람이 하나가 되는 이야기이다. 모압 사람인 룻이 이스라엘 사람인 시어머니 나오미를 떠나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하며 서로 하나가 된다. 그리고 이스라엘 사람인 보아스가 모압 사람인 룻을 따뜻하게 배려하고 결국 두 사람이 결혼하여 서로 하나가 된다. 또한 이스라엘 사람인 베들레헴 주민들도 룻을 환대하고 축복하며 서로 하나가 된다.
그래서 룻기는 장차 신약에서 유대인과 이방인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는 위대한 역사를 미리 기록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곧 룻기는 하나님이 한 몸으로 부르신 교회 안에서 성도의 친교(코이노니아)가 어떠해야 하는지 구약의 언어로 아름답게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룻기에서 이스라엘 사람과 모압 사람이 서로 사랑하며 하나가 되는 데 핵심이 되는 단어가 바로 ‘헤세드’이다. 룻기에는 ‘헤세드’가 3번 나오는데, 개역개정 성경은 1:8에서는 ‘선대’로 번역했고, 2:20에서는 ‘은혜’로 번역했으며, 3:10에서는 ‘인애’로 번역했다. 그런데 이 헤세드의 기본 의미는 ‘언약에 신실한 사랑’이라는 뜻이다. 하나님과 맺은 언약,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 안에서 서로에게 맺은 언약에 신실한 사랑을 헤세드라고 한다.
룻기에서 이 헤세드를 실천한 사람이 바로 보아스와 룻이다. 보아스는 “유력한 자”(룻 2:1, 이쉬 깁보르 하일)인데, 히브리어를 직역하면 ‘힘이 강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룻은 “현숙한 여자”(룻 3:11, 에쉐트 하일)인데, 히브리어를 직역하면 ‘힘 있는 여인’이라는 뜻이다. 보아스와 룻은 모두 힘(하일)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어떤 힘이 있는 사람들이었을까? 바로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헤세드를 베풀 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 헤세드의 정점은 바로 ‘기업(땅) 무르기’를 중심으로 보아스와 룻이 절망 가운데 있던 엘리멜렉 가문을 위해 베푼 헤세드였다. 룻기에는 ‘기업을 무를 자’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것은 히브리어 ‘고엘’을 번역한 것이다. 그리고 ‘기업을 무르다’는 표현이 룻기에 나오는데, 이것은 히브리어 ‘가알을 번역한 것이다.
그런데 고엘과 가알은 룻기에 22회나 등장한다(룻 2:20, 3:9, 3:12(2회), 3:13(4회), 4:1, 4:3, 4:4(5회), 4:6(5회), 4:8, 4:14). 그래서 룻기는 가히 기업 무르기의 책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업 무르기’는 바로 희년 경제의 아름다운 실천이다(레 25:24-25). 기업을 잃어버린 가난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직 이스라엘 역법 상 희년이 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친족의 기업 무르기 덕분에 기업을 되찾는다면 그 시점이 바로 희년과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가난한 사람이 기업을 되찾는 해가 바로 희년이기 때문이다.
보아스와 룻은 함께 엘리멜렉 가문을 위한 ‘기업 무르기’를 통해 희년 경제를 실천했다. 그래서 룻기는 희년 경제를 실천한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룻기는 희년의 사람들에 대한 책인 것이다.
요컨대 룻기는 서로 하나가 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여호와 신앙 안에서 헤세드의 실천을 통해, 또 그 정점인 기업 무르기와 같은 희년 경제의 실천을 통해, 서로 사랑하며 하나가 되는 이야기이다.